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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ug 09. 2020

<결백/Innocence>

빛바랜 신혜선의 연기.

코로나로 극장가 침체가 이어지던 6월, 드디어 오랜만에 개봉한 신작이 속속 등장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작품들만 개봉하거나, 혹은 재개봉작이 주를 이루던 극장가에 오랜만에 보이는 국내 신작은 활기를 띠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그 첫 번째 주자가 바로 신혜선 주연의 <결백>이다. 대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범죄수사극이자 법정영화의 성격을 보이는 영화지만 평가는 박했던 영화, <결백> 리뷰다.




영화는 대천에 한 장례식장에서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일어나자, 범인이 정인의 엄마 화자로 지목되자, 서울에서 잘나가던 변호사 정인이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초반에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준 오프닝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초반 기대감을 충분히 잘 끌어올렸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영화의 개연성과 스토리, 그리고 결말은 그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촘촘하고 정교하며 치밀한 법정영화를 보여주기를 내심 기대했는데, 중반부 이후부터 법정영화는커녕 신파극의 형식을 보여 거부감이 들게 한다. 필자처럼 정직한 법정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확률이 크다.

스크린에서 만날 기회가 적었던 신혜선의 연기력은 돋보이긴 한다. 브라운관에서 주로 활약하던 신혜선은 스크린에선 <검사외전>에 등장한 '강동원 키스녀'로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첫 주연작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은 놀랍다. 치매 연기를 잘한 배종옥과 악역 허준호, 그리고 지체장애를 가진 동생을 연기한 홍경 등 조연들의 연기도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다만 연기력에 비해 그들이 맡은 캐릭터 자체가 많이 빈약하다는 것은 흠이다. 현실감이 조금 떨어지는 변호사 캐릭터와, 일차원적인 조력자, 그리고 소모품 형식이 되어버린 악역은 그들의 연기를 무색하게 만든다. 좋았지만 빛바랜 그들의 연기는 안타까울 뿐이다.

앞서 말했듯 법정 영화의 성격보단 가족애를 강조한 가족 영화처럼 보인다. 정의롭고 치밀해야 할 법정 영화에 가족애가 섞이자 결말에서는 통쾌함보단 찝찝함이 먼저 남는다. 또한 영화의 기틀이 되는 범죄 수사에 여러 사족이 붙어 깔끔한 느낌이 들지 않으며, 중반부부터는 의미 없이 끄는 느낌이 들어 괜한 러닝타임만 길게 만들었다. 차라리 범죄수사의 힘을 빼고 법정 장면에만 조금 더 힘을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결백>은 실화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는 영화는 아니지만, 어쨌든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한 영화다. 대체적으로 실화 영화는 사건 자체를 잘 모르더라도 어느 정도 결말이 뻔하다는 약점을 가지고 시작하기 때문에, 연출이나 전개 부분에서 특별함을 보여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차별점이 없다 보니 뻔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어느 정도의 반전을 꿰차고 있고, 그것의 효과도 나름 먹힌다는 것이다. 뻔한 전개와 스토리, 그리고 더해진 신파는 영화의 완성도를 많이 떨어뜨린다.

기대했던 성격의 영화는 아니었고, 실화 배경이라는 단점을 커버하지 못해 뻔하고 억지스러운 영화로 남았다. 차라리 신파를 조금 줄이고, 법정 장면을 조금 더 힘 있게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듯하다. 억지스러운 전개와 개연성, 그리고 배우들의 빛바랜 연기가 너무나도 아쉬운 영화, <결백>이다.




총점 - 6.5
법정 영화를 기대했건만, 나온 건 신파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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