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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13. 2020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아름다운 분홍빛 동화책 속으로.

정말 우연히 광고를 보았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뇌리에 깊게 박히는 영화가 있다. 어떤 강렬한 분위기나 혹은 아름다운 색감에 홀리는 경우인데, 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좋은 예다. 재개봉 광고를 보았을 때 확 다가온 아름다운 분홍색 색감과 요상하고 알 수 없는 분위기는 필자를 홀리게 하기 충분했다. 독특하고 자기 색깔이 강하기로 유명한 웨스 앤더슨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특이하고 매력적인 작품,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영화는 구성부터 독특하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존재하는 액자식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헷갈리지 않게 각 이야기마다 화면비율의 구성을 달리한다. 영화는 크게 네 가지 이야기가 존재하는데, 한 여인이 책을 읽는 장면부터 그 책의 작가가 독백하는 이야기와, 젊은 작가가 무스타파 씨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 그리고 젊은 무스타파인 제로와 무슈 구스타브가 누명을 벗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중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네 번째 이야기인데, 생각 외로 스토리 자체가 꽤 흥미진진하고 치밀해서 놀라웠다. 전체적인 기반은 여느 영화와 다르지 않게 상속 문제로 다투는 가문과 개인을 다루는 영화이지만, 감독의 특별함이 첨가되면 다르다. 웨스 앤더슨. 독특한 자기 철학과 아름다운 색감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고집하는 감독의 특별함은 역시나 경이롭다. 이 감독의 특별한 장점이 이 영화의 드러난 부분이 몇 가지 있다. 감독은 각 인물들의 행동이나 대사 등을 과장되면서 절제된 느낌을 받도록 하는데, 이 부분이 부담스럽지 않고 상당히 매력 있다. 또한 영화의 비현실적이면서도 무엇인가 어색한 듯한 분위기는 관객들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많은 이야기들을 화면 비율로 구분한 소소한 부분에서도 웨스 앤더슨의 역량에 감탄했다. 감독의 허술함을 가장한 치밀함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영화의 색감은 주목받을만하다. 마치 동화책 속에 들어온 듯 퍼지는 분홍색의 향연은 눈이 즐겁다. 또 고전 영화를 연상시키는 필름의 질감은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아름다운 색감의 배경에는 걸맞지 않은 잔인한 살인사건은 이 영화의 백미다. 분명히 어울리지 않는 장면에도 불구하고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부분은 정말 신기하다. 소설을 구문 그대로 가져다 놓으면 이렇지 않을까.

연기력도 한몫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볼드모트 역으로 유명한 랄프 파인즈와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플래시 역으로 인지도를 쌓은 토니 레볼로리의 뛰어난 연기력과 매력적인 콤비네이션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이다. 거기에 틸다 스윈튼과 시얼샤 로넌, 애드리언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제프 골든블럼, 레아 세이두까지 인지도 있는 배우들은 총출동해 영화를 더욱 풍부하게 해 준다. 필자는 보기 전에 이런 배우들이 많이 등장하는지 몰라서, 얼굴을 아는 배우들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 존재한다. 스토리의 깊이는 생각보다 부족하다. 추리 영화 특성상 러닝타임이 길수록 루즈해지고 설정 문제도 많아 러닝타임이 짧은 것은 이해하지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분명한 단점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도 영화의 장점들로 상쇄시키는 마력을 가진 감독에게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감독이 특별하다는 평을 받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웨스 앤더슨의 색감과 분위기가 풍기는 아우라는 단연코 어떤 영화들보다 강력하다. 어른용 동화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듯한, 황홀한 분홍빛 속으로 빠져드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평점 - 9
웨스 앤더슨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분홍빛 환상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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