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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04. 2020

<스파이 지니어스/Spies in Disguise>

애니메이션은 발전한다.

요즘은 장르를 불문하고 '잘' 만들어야 성공하는 추세다. SF는 화려한 그래픽만으론, 액션은 치고박고 싸우는 액션만으론 관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며, 애니메이션은 억지스러운 스토리를 가지고 가족 영화라며 둔갑시킨다고 다가 아니다. 그만큼 관객들의 수준이 올라감에 동시에 같은 주제가 슬슬 지겨워진다는 이야기인데, 그럴수록 제작사들은 참신함으로 승부해야한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계 참신함의 대명사인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가 새로운 도전을 한 작품이 있다. 바로 <스파이 지니어스>다.




영화는 제 본분을 확실하게 다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개그 코드를 바탕으로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스토리, 애니메이션에 걸맞은 메시지까지. 갖출 것은 다 갖췄다. 특히 유머는 상당히 맘에 들었는데, 거의 모든 유머에 웃을 서 있을 정도로 관객 공략을 상당히 잘 한듯 싶었다. 필자야 물론 미국 개그 코드에 잘 맞아서 만족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한국 문화가 포함되어 있는 영화 특성상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느정도 이해가 갈만한 스토리를 구축하면서 유치하지 않고 흥미진진하게 러닝타임을 구성한 것이 또다른 장점이다. 게다가 생명은 소중하고 평화는 중요하다는 진부한 메시지를 오그라들지 않게 잘 녹여내어 애니메이션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

윌 스미스와 톰 홀랜드의 목소리 연기도 상당히 좋다. 특히 <알라딘>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이한 윌 스미스 특유의 여유로움과 능청스러움이 목소리를 통해서도 잘 드러나는데, 실제 배우와 비슷한 모델링이 더해져 실사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유명한 톰 홀랜드도 열연을 했는데, 마찬가지로 본인과 비슷한 모델링을 통해 실제 배우가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이 둘의 케미는 상당히 좋아서, 꽤 뛰어난 버디 무비라는 생각이 든다.

여느 애니메이션과 달리 꽤 수위 높은 폭발 장면이나 시원시원한 액션은 성인 입장에선 눈이 상당히 즐거웠다. 물론 아이들이 보기에는 조금 과격할 수도 있지만, 너무 과하지 않고 액션을 잘 활용했다고 본다. 게다가 영화는 이러한 폭력성에 대해 비판의 메시지를 던지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들의 포함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첫번째는 메인 빌런의 무게감이다. <스파이 지니어스>의 메인 빌런은 타 애니메이션과 다르게 상당히 카리스마있고 진중한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후반부에 갈수록 유머 코드로 사용되면서 지금까지 쌓아논 카리스마는 사라지고 그저 평범한, 아이들용 악당으로 전락해버린다. 유머 코드가 떨어진 것인지, 아님 이런 캐릭터성을 유지하는 것이 아이들이 보기에 부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임팩트있는 빌런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캐릭터의 이러한 활용도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두번째는 빌런의 동기의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니, 애초에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극중에는 키르키스스탄이라는 나라명만 등장하고 별다른 설명이 등장하지 않는다. 솔직히 진부하더라도 회상신을 통해서 과거의 일을 설명해줄만도 한데, 정말 아무런 설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매우 아쉬웠던 부분이다.

이 영화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꽤 생각해볼만한 것이다. 왜 선악으로 나뉘어서 싸워야하는지, 애초에 선악으로 구분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 영화는 여러 갈등으로 아파하고 있는 현대 사회을 비판한다. 이 점이 여러 부족한 점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칭찬해주고 싶은 이유이다.



총점 - 8
갖출 건 다 갖춘 매력만점 버디 무비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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