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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팬서 Apr 03. 2020

<1917/1917>

롱테이크의 미학이란.

최근 웰메이드 전쟁 영화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찢어질 듯한 긴장감을 필두로, 전쟁의 비극적인 참상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체험적인 성격이 짙다. 거기에다 적절한 편집과 촬영, 또 연출이 겸비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정점에 서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샘 멘데스의 연출력과 롱테이크의 미학이 돋보인 <1917>이다.




이 영화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점과 최고 장점은 단연코 롱테이크 촬영법이다. 영화의 미학 중 하나인 롱테이크는 하나의 신을 길게 끌고 가는 촬영 방법인데, <1917>은 교묘한 편집을 통해서 이러한 롱테이크 촬영기법으로 전체 러닝타임을 구성했다. 물론 의도적으로 화면을 가리는 등의 수법이 보이기는 하지만, 촬영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할 수 있겠다. 덕분에 영화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져 긴장감을 배로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롱테이크 촬영의 효과를 극대화한 두고두고 회자될 작품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물론 롱테이크가 지속됨에 따라 관객의 피로도도 함께 올라간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이 샘 멘데스의 목표가 아니었나 싶다. 전쟁의 피로감과 적막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고, 영화 종반 나무에 기대어 쉬는 스코필드와 함께 관객들의 피로도 조금씩 사그라든다. 관객들로 하여금 스코필드에 이입하게 만드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119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은 스코필드와 한 몸이 되어 세계 1차 대전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다.

이 영화의 중후반까지는 오스카와 골든글로브에서 화제가 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 들었다. 롱테이크의 황홀함과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하면 스토리의 플롯 등은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이다. 다만 후반부의 시퀀스와 영화가 전해주고자 하는 메시지와 의미를 상기시키고 나서 확신이 들었다. 이 영화는 전쟁 영화의 최고봉이라고. 후반부 질주 시퀀스에서 오는 놀라움은 이루어 말할 수 없고 끝나지 않을 듯한 전쟁의 참혹함과 절망감은 많은 여운을 준다. 하나의 임무를 성공했지만 전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자각한 스코필드의 표정은 허무함으로 가득 차 있다. 쾌감이란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정말 전쟁 한복판에 서있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배우들의 연기력도 상당하다. 편집이 들어갔음에도 상당히 긴 롱테이크를 촬영했을 텐데, 조지 맥케이와 딘-찰스 채프먼의 감정을 유지하는 연기가 놀라울 따름이다. 또한 초반과 후반에 등장하는 콜린 퍼스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임팩트도 대단하다. 이들의 뛰어난 연기는 롱테이크의 장점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곱씹을수록 놀랍다. 유일한 아쉬움으로 생각했던 단순한 플롯이 오히려 이 영화가 선사해주는 체험적 리얼리즘을 더욱 빛나게 해 준 듯싶다. <기생충>의 해가 되어버린 이번 오스카에서 <1917>이 주인공이 되었어도 이견은 없었을 것 같다. 샘 멘데스 감독의 참신함, 촬영 감독의 역량, 배우들의 노력 등 온갖 요소들의 조화로 이루어진 마스터피스, 전쟁 영화의 한 획 그은 영화, <1917>이다.






총점 - 10
1917년 4월 6일, 참혹하고 처절했던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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