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YY Jun 22. 2021

[예능]슈퍼밴드2 비긴즈

BTS 밴드ver? '록 페스티벌'의 귀환이라도 이뤘으면

[예능]

21. 슈퍼밴드2 비긴즈

BTS 밴드ver? '록 페스티벌'의 귀환이라도 이뤘으면


tvN '슈퍼밴드2 비긴즈' 포스터


서울로 대학을 온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밴드 공연장이었다.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어도 잔소리 듣지 않을 수 있던 20살, 꾸미는 데 관심이 많던 나는 매일같이 풀메이크업과 하이힐로 치장하고 다녔다. 불편했다. 움직일 때도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들었다. 그런 차림새로 공연장을 찾았다. 자리에서 뛰고 옆에 치이고 하는 걸 알면서도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내 중∙고등학교 시절은 '록밴드 공연'으로 표현할 수 있다. 버즈가 대한민국을 강타하던 시절, 나는 버즈의 손성희에 빠졌다. 그러다가 버즈와 친하다는 네미시스로 내 관심은 옮겨갔다. 네미시스는 지방 공연을 자주 했고, 자연스럽게 나는 공연장과 친해졌다. 그러면서 내 관심은 점점 '덕질'이 아닌 공연 그 자체로 옮겨갔다. 네미시스가 아닌 다른 록밴드에도 관심을 가졌고, 누가 공연오는지도 모르면서 매주 부산대 앞 라이브클럽을 향했다.


부산대 앞 인터플레이 라이브클럽


조악한 CD를 갓 낸 신인 밴드부터 나름 지상파 라디오에도 나오는 인기 밴드, 언더 힙합을 하는 래퍼들까지 많은 공연을 봤다. 공연장에 온 사람들은 무대보다는 각자 흥에 겨워 분위기를 즐겼다. 무몽크에서는 매번 사람들이 기차놀이를 했던 기억도 있다. 무대 위 밴드는 마치 BGM에 불과하다는 듯이 자기들끼리 놀았다. 나는 거기 낄 정도는 아니었지만...나 나름대로 재밌었다.


공연을 다 보고 마산까지 오며 늘 여운에 젖었고, 집 근처에서 원할 때마다 공연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습시간에는 공연에서 들었던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끄적거리고, 힙플이나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믹스테이프 같은 걸 찾아 듣곤 했다. '취미가 음악 듣기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던 때다. 공부나 사회적 성공 같은 것에 관심이 없던 나는 공연을 보기 위해 서울로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다행히 성적은 나쁘지 않았고, 하향지원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도 합격했다.


그렇게 찾은 공연장. 그래도 고3이라고, 재수생이라고 2년 간 공연장을 찾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다른 관심사가 생긴 후라 그런가. 더이상 공연장은 내게 흥미롭지 않았다. '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고민이 크던 때라 오히려 인간의 내러티브를 풀어낸 연극이 더욱 흥미로웠다. 그렇게 하늘색 원피스에 웨지힐, 가죽가방을 맨,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로 공연장에 갔던 나는 차림새에 어울리는 활동으로 취미를 옮겨갔다.


물론 여전히 음악을 좋아하기는 했다. 2010년대 초반에는 10cm, 장기하와 얼굴들, 버스커버스커 등 서정적인 밴드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헤비메탈까지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지르는 밴드들이 밴드의 주류였다.) 어쿠스틱 밴드나 조곤조곤 노래하는 가수들이 인기를 얻었고, 공연장에서 흥을 분출하고 싶던 내게는 공연장 유인조건이 되지 못했다. 그렇게 공연장은 내게서 멀어져갔다.


tvN '슈퍼밴드' 포스터


10년이 지나고 '슈퍼밴드2 비긴즈'가 나왔다. '슈퍼밴드1' 때는 록밴드 자체에 흥미를 잃었을 때라 잘 몰랐는데 당시 큰 화제였던 것 같다. 시청률도 그렇고 화제성도 높았다. 그러나 록밴드의 부흥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쇼미 더 머니'나 '미스트롯' 등이 그 장르의 유행을 만든 것에 비하면 부진한 성과다.


왜 그랬을까. 10년 간 록 밴드는 아예 잊혀졌기 때문이다. 잊혀지기만 했으면 다행이지, 록밴드 하면 헤비메탈, 헤비메탈하면 부담스럽고 무섭다는 이미지가 강했다. 지상파인 MBC에서 성기를 노출했던 카우치도 있었고. 록 밴드에 도전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도 있었다. 진입장벽이 높았다. 내가 록 밴드를 좋아하던 당시, '밴드는 전곡을 자기가 작업해야지'하는 인식이 강했다. 이는 진정한 록 밴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여러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다.


운동은 요가와 필라테스, 잔잔한 언더그라운드 음악 등이 주류고 신나는 음악은 힙합과 EDM이 차지하던 시절이다. 좀 논다 싶은 사람들은 록 밴드 공연장이 아닌 힙합 클럽과 EDM 클럽으로 모였다. 


tvN '슈퍼밴드2 비긴즈' 1화 방송화면

록 밴드가 인기를 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록 밴드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슈퍼밴드2 비긴즈'에서 씨엘은 밴드란 "장르에 관계 없이 함께 음악을 만드는 것"이라며 "내가 했던 것도 밴드다. 메시지가 비슷하면 (잘 맞는 것 같다). 취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만드는 건 복잡하다. 그래서 조화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동의한다. 기타와 베이스, 건반, 드럼, 보컬로 이뤄진 밴드가 아니어도 된다. 실제로 '슈퍼밴드1'에는 첼로와 같은 현악기가 포함된 밴드도 나왔다. 각종 악기의 조합, 타 장르의 밴드화 등은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tvN '슈퍼밴드2 비긴즈' 1화 방송화면


유희열은 "대한민국만큼 실용음악과가 많은 나라가 없다. 연주를 잘하는 사람이 어머어마하게 많다. 근데 '왜 폭발력을 갖는 밴드가 못나올까' 생각했더니 흐름을 못 만들어서라고 생각한다. 들국화, 송골매, 사랑과 평화 등 밴드의 명맥이 끊어졌다. 그런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 세대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제 세상이 열렸지 않나"라고 했다.


유희열은 "우리나라에도 방탄소년단 같은 팀이 나왔다. 너무 대단하지 않냐. 그런데 '대한민국에 그런 밴드가 있어요?'라고 물으면 (할 말이 없다). 그런 밴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며 안타까움과 함께 밴드 음악 부흥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했다. 록 밴드를 좋아했던 사람으로서 정말 공감했다.


위키백과 헤드뱅잉 이미지

록 페스티벌이 진짜 록 페스티벌일 때가 있었다. 정말 과거 영상자료에서 보던 헤드뱅잉이 있었고 부담스러운 차림새와 메이크업을 한 사람들이 있었고 "여러분 존나 재밌어?"라는 멘트가 무대에서 나왔다. 부산 록 페스티벌은 바다에서 했는데 공연을 보다가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하는 일도 흔했다. 그야말로 놀거리였다. 내 인생에 가장 재밌었던 시기를 뽑으라면 그때다. 


록 밴드 공연 진짜 재미 있는데, 왜 재미 있냐고 물으면 말도 할 수 있는데 록 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이번 '슈퍼밴드2 비긴즈'를 통해 유희열 말처럼 밴드 음악 부흥기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드라마]멀리서 보면 푸른 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