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ul
식탁에는 점심으로 냉장고에 반찬을 넣어놨으니 데워 먹으라는 엄마의 쪽지가 붙어있다.
가만히 소파에 앉아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 생각해본다.
티비도 보고, 게임을 하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려도 재미가 없다.
그냥 의미 없이 시간만 흘려보낼 뿐이다.
며칠 전에 산 책도 펴보지만, 5분 만에 책을 덮고 결국엔 다시 소파에 눕는다.
적적함을 없애고자 티비를 틀어 소리만 들으며 천장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본다.
갑자기 울리는 카톡 알림.
대학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친구가 수업이 너무 재미없다는 내용의 연락.
답장을 하지 않고 다시 핸드폰을 뒤집어 놓는다.
갑자기 느껴지는 무력감, 고독감, 외로움.
다들 바쁘게 사는 것 같은데, 나는 혼자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뭐라도 해야지 하고 일어서지만, 이내 다시 무얼 할지 몰라 다시 소파에 되돌아온다.
어느덧 부모님의 퇴근 시간이 다가온다.
나는 옷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다시 슬리퍼를 신고 츄리닝 차림에 동네를 걸어 혼자 피시방으로 향한다.
혼자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하고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금방 자리에서 일어나 피시방을 나온다.
정처 없이 동네를 걷기 시작한다.
카톡방에 친구들에게 오늘 나올수 있는 사람이 없는지 물어보지만, 다들 학교 때문에 바쁘다는 답장.
계속 혼자 동네를 걷는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동네, 나는 이어폰을 꺼내 혁오 밴드의 Paul을 재생시킨다.
그냥 동네를 몇 시간이고 이리저리 걸으며,
언젠가 나도 지금을 그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웃으면서 추억할 날이 올까?라는 생각을 계속 머릿속에 되뇌인다.
헤드폰을 벗고 잠시 그때 생각에 조금 우울해진다.
이내 입가에 왠지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행복한 2020년이 될까?
예전으로 돌아가
예전에 산다면
우린 우리 마음만 돌보자
새벽을 컵에 담아
날이 차오르면
두 잔을 맞대보자
너와 내가 결국엔 우리가 버려버렸네요
한창 어린 밤 같던 우리 마음도 늙어버렸네요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아 잠시 기다렸던
마음은 참 빨라
왜 우린 등 떠밀려 저물까
바싹 마른 추억을
태우는 연기는
왜 이렇게 매울까
우린 손금 속에 살고 있네 난 그게 참 슬퍼
우린 아는 만큼만 했었더라도 충분했겠네요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I hear bugling that boo-woo
It's your victory
-혁오 밴드의 Paul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