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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Mar 21. 2022

25살, 편입(1)

새시작

2021년을 맞아 드디어 나에게도 같이 사무실에서 일을 할 후임이 생겼다.

드디어 나도 혼자 외롭게 일하기보다 같은 입장에 놓인 친구가 생긴 점에 기분이 좋았다.

또 다행스럽게도 이 친구와 성격이 잘 맞고 비슷해 둘이 잘 지낼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의 일은 대부분이 다 익숙해져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남는 개인 시간에는 컴활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편입영어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 겁이 났다. 막상 시작하려고 하니 '편입영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이었을까?


'편입영어'라고 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영어시험들 중 하나라는 인식이 나에게도 강하게 박혀있었다.

5년 전에도 편입에 기웃거렸던 기억이 있어 더욱 그러한 인식들이 강렬하게 남았으리라.

물론 5년 전보다는 미국도 갔다 왔고, 영어에도 자신감이 많이 넘쳐 예전만큼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막상 시작하려니 조금은 겁이 나 공부 시작을 미루고 일단 컴활 자격증부터 따고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컴활 1급 공부를 시작했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필기 같은 경우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그냥 문제은행식으로 된 문제와 답을 외워서 시험을 봤더니 쉽게 통과했지만, 실기가 의외로 많이 까다로웠다. 많은 사람들이 n수를 하며 올린 컴활 합격 수기를 읽어보았다.


  "이거.. 방심하면 시험이 생각보다 길어질 수도 있겠는데? 정신 바짝 차려야겠어."


나에겐 시간이 없었다. 벌써 2월이었다. 늦더라도 3월에는 편입영어 공부를 시작했어야 했다.

어떻게든 이 달안에 실기를 통과해야 했다. 일단은 모든 것을 컴활 자격증 합격을 위해 올인하기로 했다.

필기만 합격해놓고 실기는 나중에 볼까도 생각했지만, 기왕 보는 거 그냥 빨리 끝내고 치워버리고 결심했다.


3주 정도 공부를 하고 어렵사리 설날 연휴 정도에 자리를 구해 시험신청을 하고 첫 응시를 했다.

필기 때와는 다르게 꽤나 긴장이 되었다. 컴활 1급 시험 자체가 시간이 넉넉한 것 같아도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를 받고 빠르게 어떠한 수식들을 써서 답을 도출해낼 것인가를 시간 내에 머릿속으로 그려내야 한다.


또 많이 긴장을 한 탓일까? 

좀 헷갈리는 문제에서 답이 계속 나오질 않자 당황해서 시간 분배가 완전 엉망이 되어버렸다. 

시험을 보는 와중에 첫 번째 도전은 무조건 불합격이라는 예상과 함께 시험장을 나왔다. 

집에 오는 길에 대충 점수를 계산해보았더니 불합격인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시험일정을 잡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어찌나 자리잡기가 힘들던지.. 이깟 자격증 하나가 뭐라고 그 많은 사람이 이거 하나의 합격을 위해 

도전을 하는지 조금은 현실에 씁쓸하기도 했다.


수시로 핸드폰에 앱까지 깔아가며 일정을 확인한 결과 다음 시험일정을 일주일 뒤로 잡을 수 있었다.

다음 시험에서 무조건 붙으리라 생각하며 지난 시험에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시험을 준비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나는 다시 상공회의소가 있는 남대문으로 향했다.

확실히 두 번째로 보는 것이라 그런지 크게 긴장되지는 앉았다.

오히려 긴장된다기보다 오늘 어떤 문제가 나오든 간에 다 부숴버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무조건 합격해야 편입영어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일정에 차질이 안 생겼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받아 들고 시험을 시작했다.

지난번 시험지보다 이번에 받은 시험지의 문제가 훨씬 쉬웠다.

한 번의 막힘없이 문제를 술술 풀어나갔다. 그리고 지난 시험을 교훈 삼아 일단 좀 헷갈리거나

모르는 것은 과감하게 제치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어차피 절대평가니 합격점수만 넘으면 되었다.


엑셀 부분이 정신없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한 두문제정도가 마음에 걸렸지만, 합격선 안에는 들 것 같았다.

지난 시험 의외의 복병이었던 액세스 파트를 맞이했다. 분명 공부할 때는 어려운 부분이 없었는데,

막상 시험에 오니 계속 답이 이상하게 나와 애를 먹었던 액세스 파트였다.


다행히도 지난번 시험보다는 난이도가 낮아 어렵지 않게 풀어내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오는 데 마스크 밑으로 자꾸 미소가 나왔다. 느낌이 왔다.


"이건.. 합격이다!"


계속 시험에 대해 반추해보았다. 아무래도 합격선 안에는 들어갈 것 같았다.

혹시 몰라 신청해두었던 일주일 뒤의 시험을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았다.

그냥 환불을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니 한번 더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세 번째 시험은 더더욱 여유를 가지고 풀었다.

나오는 길에 무조건 합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한 열흘 정도 후에 결과가 나왔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그동안 열심히 했던 시간들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부모님이 나를 대견해하시며 기뻐하셨다.

 역시 노력도 노력이지만 현실에서는 결과가 따라줘야 하나 보다. 


워낙 보러 갈 때마다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라 운도 좀 작용을 하는 것 같았다. 

어렵다고 여겨지던 컴활 1급 자격증도 합격을 해내니 자신감이 많이 올라갔다. 


한국에 도착하고 나서는 많은 일들을 하나둘씩 잘 헤쳐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지나온 경험들로 쌓인 지식과 지혜들이 도움이 많이 됐던 것일까?


이제는 이 자신감으로 편입영어를 시작할 차례였다.

나는 바로 단어책을 사고 단어를 외우며 편입 공부를 할 학원을 알아보았다.

'ㅎ' 그룹에서 편입영어도 강의를 하는 모양이었다. 


지난 토플 시험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무엇보다 터치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 성격상 

개인이 알아서 잘하면 되는 'ㅎ' 학원으로 등록을 했다. 운 좋게 공인 영어 점수가 충족된다면 장학금도 주어 

첫 두 달을 반값으로 다닐 수 있었다. 학원비도 생각보다 저렴해서 그냥 공익 월급으로 충당할 수 있었다.


그렇게 주말에는 학원 수업을 들었다. 

확실히 미국에서의 생활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어렵지 않게 수업에 따라갈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문법과 단어 부분이 꽤나 문제가 되었다.


분사니 가정법이니 하는 것들이 꽤나 복잡하게 느껴졌다.

예시로 보여주면 그나마 이해가 잘 되었으나 아직 이것을 문제로 적용해 풀자니 상당히 까다로웠다.

자칫 조금만 방심해서 읽으면 아무 문제가 없는 듯해 보였다.


단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극악이었다. 정말 기상천외한 단어들이 많았다.

미국 생활하면서 본 적도 없는 단어들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왔다.

편입영어의 8할은 단어라더니, 실제로 공부를 시작하니 그것이 더욱 체감이 되었다.


그렇다 해도 내가 할 수 있는만큼 매일 꾸준히,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부모님도 많이 터치를 안 하시고 내가 하는 것을 묵묵히 지켜봐 주셨다.

4, 5월부터는 전국 'ㅎ' 학원 모의고사와 각종 기출 모의고사를 풀어 학원 내의 백분위를 비교해주었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가 내가 계속 상위권이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학생 때는 받아 본 적 없던 백분위에

괜히 으쓱해지기도 했다. 내가 실력이 정말 늘은 건가? 싶기도 하고 아직 초반이니까 방심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공존했다.


그렇게 공부를 하다 보니 매일의 루틴이 정해져서 기계와도 같이 움직이며 지낼 수 있었다.

평일에는 동사무소에 출근해서 일을 하고, 남는 개인 시간에는 학원 숙제와 공부를 하고,

주말에는 학원 수업을 들으며 공부를 하고 많은 모의고사를 응시했다.


솔직히 많은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하루에 10시간, 12시간, 코피 터질 만큼 공부를 하지 않았다.

하루에 할당량을 정해놓고, 이것들이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게임을 하거나 그냥 유튜브 보며 쉬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도 이렇게 습관이 잡혔었는데, 이것이 나에게 잘 맞는 것 같아 이렇게 생활했다.


다가올 여름이 조금은 걱정되었다. 재수할 때도 여름에 슬럼프도 오고 참 힘들었었는데, 

이번 여름에는 공익 일까지 하며 공부를 할 생각을 하니 조금은 힘이 부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여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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