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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덕 Jun 24. 2022

26살, 결자해지(1)

편입시험 2

나는 새해를 즐길 새도 없이 바로 다음 세 개의 시험을 준비해야 했다. 

12월에 본 4개의 시험 중 합격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학교가 없었기 때문에

더욱더 다가올 나머지 세 개의 시험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금토일 3일 연속으로 시험이 몰려있어, 아마 정신없이 지나갈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더 다른 것을 준비한다기보다는 단어와 문법을 위주로 부족한 부분, 여태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히 해나갔다.


첫 시험은 홍익대였다. 홍익대 시험도 오후에 있어, 조금은 정신이 깨어있을 때 시험을 볼 수 있었다.

다만 홍익대는 경쟁률 때문에 크게 기대를 하고 있는 학교는 아니었다. 

기출 점수는 괜찮게 나오는 편이었지만, 내가 지원한 경영학부의 경쟁률이 무려 135대 1 수준이어서 거의 1500명 중에 11명 만을 선발하는 학교였다. 


기출 점수가 괜찮다고 해도, 1500명 중에 11등 안에 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니 경쟁률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었다. 시험장에 도착해 고사실을 찾았다. 내가 지원한 경영학부의 고사실만 해도 엄청난 지원자 수를 자랑했다. 고사실을 찾는데 한참이 걸릴 정도였다. 다시 한번 엄청난 경쟁률에 조금은 압도되었다.


이번 시험에도 조금 일찍 도착하였다. 시험시간이 점심을 먹은 직후라 졸음도 느껴지는 것 같아 단어책을 보고 잠시 눈을 감고 마음을 다스렸다. 


'경쟁률은 잊고.. 그냥 시험지 안에 있는 문제만 최대한 맞히면 돼. 그 이후에는 하늘에 맡기는 거야.'


남과의 경쟁이 아닌, 그냥 시험지 안의 문제를 최대한 많이 맞힌다는 생각을 계속 되뇌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시험이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감이 많이 떨어질 것 같았다.


마인드 컨트롤을 끝내니 감독관이 들어와 시험 주의사항과 시험지를 배부하기 시작했다.


"네, 지금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감독관의 말과 함께 시험지를 넘겼다. 

단어 파트에서 모르거나 헷갈리는 단어가 두세 개 정도 나왔다. 일단은 과감하게 넘어갔다.

문법 파트에서도 모르는 문제가 한두 개 정도 있었으나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논리 파트에서는 대부분 답을 확신을 가지고 골랐다. 이제는 독해 파트만 남았다.


홍대는 독해의 비중이 상당히 적은 편에 속하는 학교이다. 하지만 그만큼 독해 난이도가 난해한 편에 속해서

지원자들이 애를 먹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으니 한 번에 이해할 생각을 하지 말고 여러 번 읽어서 어떻게든 이해해볼 생각으로 

독해 파트를 풀기 시작했다.


다행히 지문이 의외로 재밌는 내용이 많아서 읽는데 되게 부담이 없었다. 특히 한류에 관한 지문이 하나 나왔는데 이 지문은 읽으면서 문제 푼다는 생각이 아니라 그냥 재밌는 신문 기사를 읽고 있는 느낌이었다. 

물론 복잡한 지문들도 많았지만 천천히 정리하며 읽으니 답을 잘 골라낼 수 있었다. 


독해를 다 풀고 다시 아까 넘겼던 문제들을 풀고자 시험지를 다시 첫 장으로 넘겼다. 시간은 충분했다.

독해 지문이 생각보다 빨리 잘 풀린 덕일 것이다.


나머지는 다시 잘 풀어냈지만 끝까지 단어 세 개 정도를 알 수가 없었다.

끝까지 고민 고민하다 최대한 답인 것 같은 것으로 찍어냈다.


시험장에서 나오자마자 헷갈렸던 단어들 세 개의 뜻을 바로 검색해보았다. 

내가 찍었던 답들이 다 맞았다.


"됐다!"


이 정도면 홍대 문제를 잘 풀어낸 것 같았다. 이제 문제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어야 한다는 것인데..

일단 이것에 대해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당장 또 동국대 시험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비를 해야 했다.


다음날 동국대 시험은 오전에 있어 일어나자마자 준비를 하고 동국대로 향했다.

동국대 시험은 사실 나에게 좀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예전에 입시를 할 때 정말 아깝게 떨어진 경험이 

있기에 이번만큼은 떨어지지 않고 꼭 붙으리라 다짐하며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시험장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관에게 주의사항과 시험지를 받고 시험을 시작했다.

사실 동국대가 시험 유형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출자료 같은 것이 많이 없어 준비가 다른 학교에 비하면

철저히 되지 않은 느낌이 있긴 했으나 최선을 다해 풀어보기로 했다.


시험 난이도는 체감상 굉장히 쉽게 나왔던 것 같다. 시간 내에 두 번이나 풀고 검토까지 했는데도 10분이나 남았다. 마지막 한 문제가 조금 헷갈리긴 했지만 충분히 잘 풀어낸 것 같았다. 

경희대 이후로 이렇게 확신이 든 적이 없었는데 잘하면 이곳도 좋은 소식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았다.


동국대 시험을 마치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이번만큼은 꼭 합격해서 지난번의 설욕을 갚아주리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집으로 돌아와 바로 다음날 시험인 외대 시험을 준비했다.


외대는 사실 기출 성적이 들쑥날쑥해서 조금은 갈피를 잡기가 어려웠다.

나같이 시간 압박을 많이 느끼는 타입에게는 분명히 불리한 유형의 시험이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마음으로 외대 시험을 마저 준비했다.


외대 시험도 오전 일찍 시작해서 집에서 먼 회기까지 다시 가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를 했다.

첫 시험인 경희대도 회기에서 시작했는데, 벌써 정신없이 거의 한 달이 다 지나 마지막 시험도 회기에서 끝난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이상했다. 


시험장으로 입장한 뒤 화장실을 여러 번 갔다. 이상하게 오늘은 마지막 시험이라 그런가 긴장이 좀 되었다.

결시인원이 상당히 많았다. 거의 반 정도가 안 온 것 같았다. 아무래도 타 학교들과 일정이 많이 겹쳐서 

다른 학교로 시험을 보러 간 것 같았다.


얼마 있지 않아 감독관이 입장하고 주의사항과 시험지를 받고 시험을 시작했다.

외대는 50분 안에 60문제를 풀어야 해서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조금 헷갈린다고 한 문제를 붙잡고 있으면

다른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해져 시험 전부를 망쳐버리고 만다.


정말 어떻게 풀었는지 끝나고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문제를 푸느라 시간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냥 읽고 보이는 직관 그대로 답을 골랐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도, 고민할 시간도 없이 그냥 훅훅 넘어갔다.


그렇게 6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길었던 시험 일정이 전부 끝났다.


시험장을 나오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길게는 5년 전 대학을 자퇴한 시점부터, 짧게는 한국으로 편입을 결심했던 3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지나온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말만 해오던, 생각만 해오던, 해낼 수 있을까 막연함만 가득했던 일들이

방금 딱 끝났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했다.


그래도 이제 입시에 대한 미련은 정말 훌훌 털어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임했기에, 

더 이상 뒤돌아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번엔 확실히 말할 수 있었다.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는 정말 1차 합격 결과만 기다리면 되었다.

그동안 나는 긴장됐던 마음을 좀 추스리고 다시 복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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