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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Jul 16. 2024

단 하나의 의심할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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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엄마가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의 어지럼증이었다. 엄마는 얼마간 벽을 짚다가 조금 나아진 후 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이때까지 엄마에게 너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상한 것이었다. 엄마도 이제 연세가 있으니까.


알바를 하러 가서도 계속 엄마 생각이 났다. 집에 있다가 다시 어지러움을 느껴 쓰러져서 머리를 다치면 어쩌지. 그런 생각들이 자꾸 떠올랐다. 그런데 가게 밖에서 소방차 여러 대가 줄지어서 요란하게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 소방차들은 내가 사는 아파트 쪽 골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나는 다시 심장이 쿵 했다. 엄마가 요리를 하다가 쓰러져서 집에 불이 난건 아닐까?


어제 알바는 유독 일이 많아서 눈코 뜰 새 없었다. 마감하고 집에 가면서도 엄마 생각을 했다. 집에 갔더니 엄마가 침대에 누워있는 건 아닐까, 자꾸 그런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집으로 가면서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평소와 달리 읽지를 않았다. 그래서 더 불안해졌다. 아빠는 집에 왔을까? 혹시 아직 안 와서 엄마 혼자 쓰러져 있는 게 아닐까?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현관문을 열었다. 거실에서 아빠가 엄마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있었다.


엄마는 자신이 아무렇지 않다는 걸 나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내가 레토르트 식품을 먹으려 하자, 안된다면서 기어이 요리를 해주고 싶어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의심할 수 없는 사랑을 느꼈다. 어쩌면 그것 하나 때문에 내가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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