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마트

by 자오

늘 가던 동네 마트는 늘 같은 풍경이었다.

오늘도 그러할 예정이었을 텐데, 뜻밖의 사람들을 보았다.


마트까지 걸어가는 길이었다.

옆쪽의 샛길에서 남녀가 이야기하며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늘 그러던 대로 길거리의 사람들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했기에, 샛길의 남녀도 단지 주변시로 봤을 뿐이었다.


남녀의 이야기 소리가 내 뒤에서 들렸다.

대화의 내용은 잘 들어오지 않고 단지 음성만이 들렸다.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와 상냥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이윽고 나는 마트에 들어섰다.

남녀의 목소리도 따라서 들어왔다.

행선지가 같았구나.


나는 고개를 조금 돌려 남자의 얼굴을 언뜻 보았다. 그의 외모로부터 좋은 느낌은 받지 못했지만, 성격적으로는 지극히 보통의 남자로 보였다. 타인에게는 배타적이지만, 자기 사람에게는 착실한, 그런 남자. 여자는 뒷모습만 잠깐 보였다.


조금 뒤에 라면코너에서 나오는 남녀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때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딱 마주치진 않았지만, 그녀의 눈은 언뜻 보기에도 선해 보였다. 갑자기 마주친 사람을 아무런 부정적인 감정 없이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내 뒤에서 다시 남녀의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대화 내용이 머릿속에 잘 들어왔다.


여: 주말에 집에서 피자 만들어 먹을 거야?

남: 캬 바로 그거지

여: 그러면 치즈랑 토마토소스랑 사야 해.


듣기 좋은 편안한 목소리들이었다. 그들 사이에는 선한 감정만이 가득해 보였다. 나는 뒤돌았고,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았다. 팔짱을 끼고 서로의 몸을 밀착하고 있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렸는데 이번에는 웬 모녀가 보였다. 그들은 꼭 붙어서 휴대폰 화면을 같이 보며 무어라 속삭이고 있었다. 평화로운 말투와 분위기였다.


나는 당혹스러웠다. 왜 갑자기 이런 행복하고 평화롭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게 되는 거지? 늘 오던 동네 마트였고, 아무것도 다를 바 없는 하루였다. 뭔가가 나를 괴롭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는 게 나에 대한 위로였을까? 나는 오히려 고통스러웠다. 정신이 아득해져서 누군가 툭 치기만 해도 쓰러져버릴 것 같았다.


나는 마트에서 나와 왔던 길을 마치 쓰러지듯이 되돌아가서 집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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