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직후에 쓰는 글

by 자오

눈을 뜨자마자 암막 커튼을 걷었다.

그걸 걷지 않으면 영원히 일어날 수 없다.

오늘은 해가 들어오지 않았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젯밤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밖은 흐렸지만 내 정신은 돌아오고 있었다.

이례적인 일이다.



내일이 졸업식인데 비가 한창이다.

화창했으면 좋았겠지만, 비 오는 졸업식도 조금 특별하지 않은가.

라고 말했지만 걱정이 된다.

졸업식은 정말 힘든 날이 될 것이다.

비가 오면 조금 더 힘들어질 것이다.

액땜이라고 생각하자.

비가 왔으니 다른 불운은 떠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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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를 마친 수필들이 보관함에 저장되어 있다.

발행하기 직전에 2차 검토를 한다.

그렇게까지 할 일이 아닌데도 그러고 있다.

내 글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겁이 났다.

겁이 나는 것 이전에 애정이 있다.

내가 애쓰며 써놓은 글들에 대한 애착.

그걸 나의 품 밖에 내놓는 것에는 용기가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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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애정이 가는 글이 나오지 않았다.

습관적으로 여러 번 수정을 가하려다 말았다.

그러지 않는 게 더 나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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