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 꿈을 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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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 벌레 꿈을 꾼 것 같은데.

아침에 일어나서 이를 닦는데, 벌레 꿈을 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그런 느낌이었다. 벌레가 기어다녔던 것 같은, 거미였던 것 같기도 한. 그러나 더 이상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검은 반점 고양이

걷기운동을 가는 루트에 항상 있던 꼬질꼬질한 검은 반점 고양이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 녀석은 원래 작은 공용 주차장 구석에 놓인 스티로폼 상자에 들어가 있었다. 며칠 전엔 그 스티로폼 상자에 새들만 모여서 지저귀고 있었다.


오늘 그 녀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에 타 전소된 마트 담장 안에 자리 잡고 누워있었다. 전보다 더 꼬질꼬질해져 있었고, 사람이 다가가거나 말을 걸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몸이 좋지 않은 게 분명했다. 그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 아침약 안 먹기 도전 4일차

온종일 몸에 힘이 없었다. 생애 첫 알바 지원서를 넣고 나서 신경이 쓰여서 그런지 몰라도 심장이 뛰면서 온몸에 힘이 빠졌다. 오늘은 걷기운동도 조금 힘들었다. 모르겠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극히 제한적이라는 생각이다. 육체라도 건강했다면 발로 뛰는 일을 하면 되는 건데, 그 발 하나가 나를 묶어놓고 있으니.


식욕도 전혀 없었다. 입에 뭘 넣고 싶지가 않았다. 아침 겸 점심을 목구멍에 밀어넣고 8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저녁을 먹었다.


아까 불 꺼진 부엌에서 컵에 물을 따르고 있는데 문득 ‘죽어도 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그렇게 놀라진 않았다. 아, 또 고개를 들이미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약을 갑자기 끊은 게 잘못이었을까? 하지만 조금 더 이어나가 볼 생각이다. 힘들다고 바로 또 약을 집어넣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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