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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 많이 어둡습니다. 읽기에 주의해주세요.
# 한낮의 악몽
3시에 낮잠을 잤고, 악몽을 꿨다. 깨어났을 때 나는 이불을 둘둘 말고 굼벵이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방문과 창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집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아까 내가 잠에 빠져드는 참에 부모님이 밖으로 나갔다는 걸 떠올렸다. 도어락 소리가 들리고 곧바로 잠들었다. 집안엔 아무도 없었다. 잠옷은 땀에 젖었고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눈도 뜨지 못했다. 눈이 잘 뜨이지 않았다. 꿈속에서의 끔찍한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채였다. 눈을 뜨기 위해 애를 써야 했다. 눈을 떴다. 방안엔 한풀 꺾인 오후의 햇살이 가득했다. 나는 간신히 이불을 옆으로 던져버리고 몸의 땀을 식혔다. 그때 휴대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엄마가 보낸 카톡이었다. 혼자서 뭐 좀 챙겨 먹으라는 내용이었다. 시간은 4시 15분. 나는 답장도 하지 않고 휴대폰을 던지듯 내려놓았다. 몸에 힘이 없었다. 무엇보다 끔찍했다. 방금 꿨던 꿈의 내용이. 그리고 지금 내가 혼자라는 사실이.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멍했다.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꿈속에서부터 이어진 끔찍한 감정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내 머리는 계속해서 꿈의 내용을 상기했다. 머리를 조금 쥐어뜯었던 것 같다. 가슴이 답답했다. 내가 숨을 잘 쉬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뭔가가 밀려왔다.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아침약을 끊은 이후 두 번째였다.
침대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었다. 눈앞에 식칼이 보였다. 부엌엔 항상 그렇게 식칼이 꽂혀 있었다. 우울증이 한창 심했던 몇 개월 전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땐 왜인지 부엌에 칼이 보이지 않았다. 아마 엄마가 일부러 숨겨놓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의자에 앉아서 멍하게 있었다. 내 눈엔 여전히 식칼이 보였다. 그걸 사용하는 장면을 잠시 상상했다. 그러나 진짜로 사용할 용기는 전혀 없었다. 나는 냉장고에서 스파게티를 꺼내 데워 먹었다.
다 먹고 난 후에는 뭘 해야 할지 고민했다. 우울감은 여전했다. 어서 부모님이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빨리 오지는 않을 것 같았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나아지니까. 나는 뉴진스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운동을 했다.
그러나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헐떡이며 벽에 머리를 박고 눈을 감았다. 슬픈 기분이 들었다. 울고 싶은 마음이었다. 원래 숨이 찰 정도로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좀 나아지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뉴진스 노래까지 틀어놨는데.
그래도 운동을 다 마치자 조금은 개운한 느낌이 들었다.
# 아침약 안 먹기 도전 9일차
힘들다. 약을 먹으면 편해지지 않을까. 아침약을 끊은 이후로 악몽이 다시 시작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