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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할머니 꿈
할머니 댁은 꿈속에서 여러 가지 변형된 모습으로 자주 등장하곤 했다. 오늘은 또 다른 모습이었다. 다른 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천장에 구멍이 뚫려있는 방 하나는 또렷하다. 방은 어두침침했고, 오래된 가정집 느낌이 났다. 방의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정리가 안되어 혼잡했고, 이리저리 쌓아진 물건들에서 어쩔 수 없는 세월의 흐름이 느껴졌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 안쪽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곳을 향해 조심히 걸어갔다. 다가갈수록 어둠이 눈에 익어 사물들의 윤곽이 보였다. 그곳엔 킹사이즈보다도 더 커 보이는 침대가 떡하니 놓여있었다. 자주색 이불 위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울고 있었는데, 뭔가 기척이 느껴져서 고개를 들어보니 천장에 구멍이 뚫려있었다. 위층의 사람들이 고양이들과 함께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에서는 온화함이 느껴졌다. 그 새끼 고양이 귀엽죠? 라고 하는 느낌의 표정들이었지만 그들은 말이 없었다. 나는 새끼 고양이가 위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해서 올려줘야 하나 생각했다. 그러나 위의 사람들은 별로 그런 걸 요구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고양이들을 더 내려보내 줄까요?’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천장의 구멍을 살폈다. 자세히 보니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는데 그 계단을 임시로 막아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할머니가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단은 막았지만 어째선지 구멍은 뚫린 채로 놓았다. 왜지? 위의 사람들은 계속 웃고만 있었다.
# 좋은 기분
오늘 아침은 조금 일찍 일어났다. 컨디션이 괜찮았다. 날이 풀려서 집안에 더 이상 싸늘한 느낌은 없었다. 베란다 창문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창을 열자 아침 공기가 밀려들어왔다. 소파에 앉아서 열린 창문을 응시하며 발 마사지를 했다. 베란다 바닥에서 햇살이 몽글거렸고 그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이끌렸다. 베란다 바닥에 가 앉았다. 팔로 무릎을 감싸 안고 멍을 때렸다. 햇살은 뜨거움 없이 감질나게 온화했다. 밖에선 새가 지저귀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화로웠다.
정오가 조금 지나고 나서 따뜻한 물에 목욕을 했다. 씻고 나오니 몸이 가벼워졌다. 드문 일이다. 원래는 목욕을 하고 나오면 힘이 조금 빠지는데, 이번엔 이상스레 기운이 돋았다. 아마 아까 열어둔 창밖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그런 것 같았다. 기분이 상쾌했다. 몸에서 물기가 날아가며 열을 빼앗아 피부가 시원해졌다. 근육을 쓰고 싶어져서 운동을 조금 했다.
# 아침약 안 먹기 도전 8일차
이상할 정도로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불안에 심장이 뛰는 일도 덜 했고, 며칠 전부터 나를 괴롭게 하던 문제도 이젠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식욕도 돌았다. 내일도 오늘 같을지는 잘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