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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날 오전의 공기가 참 좋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 나가면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방 안에 들어가면 그런 걸 느낄 수가 없다. 방은 공기도 잘 안 통하고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다. 요즘엔 점점 더 바깥 공기를 갈구한다. 그래서 오늘은 주로 거실에 나와 있었다. 베란다와 이어져 있는 거실은 안쪽의 방과는 공기 자체가 다르다.
주말 오후, 나는 집에 홀로 있었다. 안방 침대 위로 열린 창을 통해 햇살과 바람이 살랑이고 있었다. 나는 유혹에 못 이겨 이끌리듯 그곳에 누웠다가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생생한 꿈을 꾸었다. 단편 소설로 쓰기에 좋을 것 같았다. 잠에서 깨어난 직후에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집으로 가기까지 시간이 더 걸리니 뭐 좀 먹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저녁엔 차를 타고 부모님 텃밭에 갔다. 차 안에서는 더웠는데 산에 오자 공기가 시원했다. 부모님은 잡초를 뽑았고 나는 장갑을 끼고 벽돌을 날랐다. 벽돌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괜히 무리할 필요 없으니 한 번에 2장씩만 들고 날랐다. 해가 떨어지자 추웠다. 빛이 없으니 더 일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