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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Apr 26. 2024

개박살 난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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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가만히 앉아서 짧디짧은 글을 쓰는 것조차도.



의지박약, 우유부단. 나를 설명하는 표현들이다. 나는 손이 야무지지도 못하고 머리가 팽팽 돌아가지도 않는다. tv를 보면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야무지게 살아가는 소년 소녀들이 나오던데. 나는 왜 이렇게 자립적이지 못 한 걸까? 조금 부모님 탓을 해볼까. 아니다.


나에게는 삶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그저 멍하게 지나온 시간들 뿐이다. 지난 날을 모두 통틀어서 내가 열과 성을 다했던 건 유희왕 카드 게임 하나뿐인 것 같다. 우스갯소리지만, 내 인생은 유희왕 하나로 정리될 수 있을 정도다. 그만큼 뭐가 없다. 초등학생 때의 유희왕 이후로는 뭔가 열의를 갖고 한 게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진짜... 없다.


그런 식으로 살아와서 모든 게 무너진 것 같다. 모래성도 이런 모래성이 없다. 몸과 마음이 개박살 난 걸 알았을 땐 이미 대학 졸업을 앞둔 시기였다. 인생에서 최고, 최선의 스퍼트를 내야 할 그 시기에 나는 폭삭 무너져 내렸다.


아기 같은 어른만큼 끔찍한 것도 없다. 나는 지금 딱 그런 상태다. 몸과 마음에 아무런 근육이 없다. 굳은살도 없다. 내성도 없다. 취약하다. 그러나 사회는 지금 나이의 나에게 정반대의 것을 원한다. 최고로 건강하고 건장한 청년! 그런 모습의 나는 높고 넓은 벽에 가로막혀 보이지 않는다.


알바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마음이 너무 무거워져서 그만두기로 했다. 첫 알바, 첫 일이다. 모든 게 처음이라 두렵고 힘들다. 하다 보면 정말 괜찮아질까, 하는 의심이 든다. 친구에게 토로했더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뭐라도 하면서 보내야지 사람이 달라지지. 원래 안 하던 걸 해야 새로운 감정과 생각을 가지게 되니깐” 그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어느 것 하나 쉽지 않다. 가만히 앉아서 이 정도의 글을 쓰는 것조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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