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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Apr 22. 2024

지난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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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일주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가

지난 일주일 동안 글쓰기를 하지 않았다. 브런치에도 거의 접속하지 않았다. 덜컥 합격해 버린 알바에 온 신경이 팔려있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동안 고작 7시간 일한 게 다지만, 그 7시간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모든 게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일’이라는 걸 해봤다.


처음 가게에 나간 날에는 3시간 동안 교육을 받았다. 사장님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손님 응대를 직접 해보기도 했다. 매뉴얼로 정해져 있는 대사는 입에 잘 붙지 않았고, 묵직한 금전함에서 지폐를 넣고 뺄 때는 손이 벌벌 떨렸다. 모든 게 어색했다. 그래도 몇 번 하다 보니 조금은 괜찮아졌다. 사장님으로부터 ‘처음 하는 것 치곤 잘하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첫 교육을 받은 후 집에 오자 정신이 멍했다. 나는 웃고는 있었지만 엄마 앞에서 말도 잘 하지 못했고 시선을 허공에 둔 채 구부정하게 앉아있었다. 내 머릿속은 가게에서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른 생각은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그 일에 대한 기억이 선명한 것도 아니었다.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를 그 3시간의 일들이 나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고 있었다. 나는 밥도 잘 먹지 못했다.


두 번째 교육을 받고 온 후부터는 급격하게 불안감에 휩싸였다. 너무 성급했던 게 아닐까? 내가 이 일을 진짜로 할 수 있을까? 그만두겠다고 진작에 말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눈물을 쏟았다. 세 번째 교육을 받는 날이 다가오기 전에 죽어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 외엔 도망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집안을 돌아다니며 펑펑 울었다. 눈물이 계속해서 터져 나왔다. 다음 날 아침에도 똑같았다. 아니, 더 심해졌다. 정말 죽을지도 몰랐다. 나는 봉투에서 아침약을 하나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약 2주만에 보는 아침약이었다. 그걸 젖은 눈으로 내려다봤다. 고민했다. 정말 먹어야 할까? 나 자신이 ‘약을 먹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결국엔 약을 먹었다. 그렇게 13일간의 아침약 안 먹기 도전은 막을 내렸다.


아침약을 다시 먹기 시작한 이후로는 한결 괜찮아졌다. 세 번째 교육도 잘 마치고 왔다. 전보다 덜 하긴 하지만 불안함은 여전히 존재한다. 바깥에서 사람을 대하는 것, 누군가의 생계가 달린 업장에서 감히 일을 한다는 것.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고 싶은데 자꾸만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 일이 익숙해진다면 훨씬 괜찮아지겠지.




# 화목한 가족

오늘 저녁에 걷기운동을 갔다 오면서 편의점에 들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엄마가 명랑한 목소리로 ‘자오 좋아하는 거 여기 있네!’ 하면서 빵 하나를 집어들었다. 그 목소리는 의도치 않게 꽤 커서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들을 정도였다. 바로 뒤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던 어떤 남자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원래 같았으면 내 기분이 팍 상할 순간이었다. 엄마는 종종 밖에서 내 이름을 크게 부르곤 했고 나는 그게 싫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좀 당황하긴 했지만 뭔가 따스했다. 뒤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던 남자는 ‘모자가 사이가 좋네’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랐다.


집으로 돌아오는 엘리베이터에서 험상궂은(?) 옷차림의 어떤 남자를 보았다. 그는 마트에서 장 본 것들을 한 아름 품에 안고 있었다. 남자는 우리를 보자 꾸벅하고 인사했다. 그리고 우리보다 먼저 내렸는데, 열린 문 사이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퇴근하며 장 봐온 아빠를 반기는 아이들. 화목한 가족이라고 지레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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