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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룰루랄라 Jan 12. 2020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을까?

무심한 사람들 대처법 1

어느덧 태국에 와서 혼자 생활한 지 벌써 8개월이 지났다.

직장을 다니며 항상 외국에서 혼자 지내는 삶을 동경해왔다.   이걸 로망이라고 하나?

생각보다 빨리, 뭔가에 쫓기듯이 부랴부랴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어찌어찌해서 태국이란 나라에 왔다.

그동안 앞으로 2년을 살아갈 방을 구하고, 냄비며 인덕션이며 국자, 식칼, 도마, 화장지, 참기름, 소금, 설탕 등등 참 많은 생활용품들을 사고 나르고...


이젠 좀 여기 생활에 적응돼서 그런가? 

무채를 담그려고 무를 썰다가,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고르다가, 태국어 회화책을 들여다보다가 가끔 멍해지는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면도를 하다가, 로션을 바르다가 거울 속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때가 점점 많아진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쩍 SNS를 자주 한다.   

쉽게 말해서 카톡질을 자주 한다.   어떤 때는 주소록을 뒤져가며 별 연락도 없던 친구에게 까지 내 태국 생활사진을 보내며 애써 친한 척한다.   왜냐고?   별 의미 없는 얘기라도, 나와 상관없는 얘기라도, 제 잘난 자식 자랑이라도 주고받으면 좋다.  마음이 편해진다.   카톡 중독인가?


카톡으로 연락을 하다 보면 내 카톡 세상 사람들은 대충 세 부류로 나눠진다.

첫째는 툭툭파!   느닷없이, 아무 일 없이 그냥 툭툭 연락을 던진다.   나랑 관계없는 얘기도 있고, 자기 자랑도 있고, 신세 한탄도 있고...   이 사람들은 카톡이 아니라 카툭을 한다.   가장 반갑지만 가장 적은 숫자의 사람들.


두 번째는 무심파!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내게 먼저 연락하는 경우는 드문 나름 소신파다.   먼저 카톡을 받아야만 반응하는 조건 반사형 인간들!    밉지만 동전을 넣으면 음료수를 뱉어 내주듯 답을 해주니까 아예 미워할 수도 없다.


세 번째는 쌩까파!   당연히 내게 먼저 연락하지도 않고, 내 연락에 반응을 보이지도 않는다.   이른바 '쌩까'는 인간들!   그러다가 느닷없이 3주 만에, 한 달 만에 답을 하기도 해서 아예 연락을 끊기도 아쉬운 유형의 사람들이다.


툭툭파 한 선배에게 연락 없는 사람들이 서운하다고 말했다.

"그건 네가 그 사람들에게 기대를 해서 그래.   그들이 네가 외국에서 고생한다고 너에게 뭔가를 해줄 거라고 기대하지 마.   기대를 하면 실망하는 법이야.   기대하지 마!"   

툭툭파 카톡 사람이 내게 말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누군가와 친하다는 것은 정을 나눈다는 것이고, 정을 나눈다는 것은 서로가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고 그래서 기대를 하는 것 아닐까?   실망하지 않으려고 기대하지 않는 것은 떨어질까 두려워서 시험을 아예 안보는 것과 같지 않을까?


병 주고 약 주는 방면의 대가인 툭툭파 선배는 내게 이런 해답도 줬다.

"술 마신 다음 날에 말야 마누라가 해장국 안 끓여준다고 화내면 안 돼!   자기 전에 내일 아침에 해장국 끓여달라고 부탁하고 자봐.   그럼 아침부터 부부 싸움할 일이 없다네!"

툭툭파 카톡 사람이 내게 말했다.   기대만 하다 실망하지 말고 먼저 요구하라고...


그래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던지자!   내 마음을 열고 먼저 달라고 하자!

"병철아!   내가 좀 외롭거든!   일주일에 한 번씩 안부 좀 전하자!"

"국장님!   그때 제가 추진하던 프로젝트 자료 좀 보내주실래요?"

"여보~ㅇ!   문자만 하지 말고 내일부턴 매일 SNS 전화 하자구!   공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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