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의 사랑은?
그날은 내 생일 며칠 전이었다. 특별한 것 없는 평일 아침 남편이 부엌에 있었다. 요즘 우리는 조심스럽게 산다. 서른아홉에 크게 흔들린 뒤 다시 겨우 일상을 찾았다. 누구의 잘못을 떠나 또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줄였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서로 말하지 않아도 절약해야 되는 것을 알았다. 외식하자고 말하지 않았다. 기대하지 않는 게 서로를 덜 아프게 한다는 걸 이제는 안다.
아침 식탁에 미역국이 놓였다. 잡채, 호박전, 버섯전도 있었다. 집에 있던 재료들, 냉장고 구석에 남아 있던 것들이었다. 미역국을 보고 알았다. 쇠고기가 없다는 걸, 괜히 티를 내지 않으려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남편의 글을 보고 알았다. 마트에서 만 원짜리 쇠고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내려놓았다고.
사고는 싶었지만 그 만원에 흔들리는 게 화가 났다고 했다. 그리고 절약이 우선이라 최소한의 남편이 되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아렸다. 만 원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그 앞에 망설였을 남편의 손이 떠 올랐다.
남편은 말했다. 요즘 가난 때문에 최소한의 남편이 된 것 같다고, 해주고 싶은 걸 다 해주지 못하는 아빠, 남편, 아들이 되었다고. 그 말을 들으며 생각했다. 최소한의 남편이 아니라 최대한 애쓰는 남편이라고, 가난은 우리 가족의 삶을 줄였지만 마음까지는 줄이지 못했다. 더 자주 바라보고 더 다정하게 대화하고 더 깊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오늘의 미역국은 감동이었다. 남편의 자존심과 미안함과 가족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들어가 있는 미역국이었다. 나는 그 국을 먹으며 충분히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다. 우리는 위기를 건너가고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형편 속에서 최대한의 마음을 주고 있다. 미역국이 그 걸 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