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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강남 Nov 26. 2023

엄마의 김장김치를 10만 원에 훔치는 나쁜 놈.

1년 동안 김장전쟁 준비하는 엄마

'김장전쟁'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다. 김장의 노동이 힘들어서 인지. 시어머니 며느리 신경전 때문인지. 아무튼 우리 집도 김장전쟁을 치른다. 집마다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 집 '김장전쟁'은 사연이 깊다. 시골 엄마'1년 동안 김장전쟁 준비를 한다. 직접 무와 배추라는 병사를 기르신다. 김장에 들어갈 고춧가루까지 엄마의 명령을 받는다. 엄마의 김장전쟁에 국산 재료들만 참전할 수 있다. 중국산 용병들은 참전할 수 없다.  


김장전쟁하는 시골 엄마억척스럽다. 시원찮은 남자는 엄마 노동의 절반도 따라가지 못한다. 엄마는 매번 김장전쟁에서 승리한다. 나는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승리한 엄마의 전유물을 가져간다. 어렸을 때는 몰랐다는 이유, 커서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김장을 그냥 가져갔다.


며칠 전 엄마로부터 전화가 왔다. "김장 끝났다. 양이 많아서 4통 담아놨다. 시간 날 때 가져가라." 엄마의 손맛을 아는 나는 바로 시골집으로 출발했다. 허름한 시골 농협에 들어가서 현금 10만 원도 찾았다. 김장전쟁에 승리한 엄마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무슨 돈을 주노? 자식인데 김장해 주는데" 말하는 엄마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엄마는 도시로 떠나는 나에게 배추, 무차, 포도까지 내어준다. 그리고 받은 돈에서 4만 원을 다시 건네준다. 손주들 용돈 주라고 말이다. 엄마에게 받은 것들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엄마의 김치가 매운지. 땀인지. 눈물인. 뭔가 흐른다. "나는 엄마의 김치를 10만 원에 훔치는 나쁜 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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