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강남 May 17. 2024

맨발로 걷고 싶어서 죽음을 미뤘다.  

미친 듯이 맨발 걷기를 하고 싶다.

빚이 생기고 쫄딱 망했다. 10년 동안 갚아야 할 빚의 무게가 심장을 누르고 있었다. 심장이 아파서 자주 울었다. "돈을 갚아라. 책임을 져라." 걸려오는 전화에 숨이 막혔다. 주머니에는 돈이 없었고 가족이  지낼 집은 사라졌다.

나에게는 착한 아내와 어린 아들뿐이었다. 그리고 나를 걱정하는 시골 어머니의 한숨도 있었다. "힘들었다.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죽고 싶지는 않았다. 아내와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에서 목표가 없으면 자살을 한다. 목표가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 준다. 꼭 거창한 목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작은 목표를 만들고 선택할 수 있다. 요즘 나의 목표는 맨발 걷기를 마음껏 해보고 죽자로 바뀌었다.  

맨발 걷기를 하면 양발과 신발에 숨어있던 발의 민낯을 본다. 타인의 시선 같은 양발과 신발을 벗어 놓으니 기분부터 좋다. 발바닥에 닿는 흙의 촉감은 간질간질하고 차가운 기운 그대로 느껴진다. 발가락 사이로 져나온 흙이 즐거움을 준다. "민낯을 자주 보면  사는 것도 시시한 것처럼 보인다. 죽는 것도 사는 것도 거창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냥 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