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혼자남의 먹방일기
토요일이다.
피치고삼칼에게 전화할 일이 있어 통화 중에 연말연시에게 전화가 왔다. 피치고삼칼과 전화를 잠시 끊고 연말연시와 통화를 했다. 연말연시는 전날 삼겹살에 소주를 먹자고 하더니, 또 삼겹살에 소주를 먹자고 졸랐다.
전날 거절한 것도 있고, 그러자고 했다. 피치고삼칼에게 다시 전화해 연말연시가 한잔하자는데 나오라고 하니, 와이프가 족발 시켜놓고 기다린다고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연말연시와 둘이 토요일 밤을 보내게 됐다.
이수역으로 향했다. 냅다청양집이라는 곳이다. 사실 여길 가야지 하고 본 건 아니고, 근처 솥고집에 웨이팅이 길어서 간 곳이다.
가성비가 좋았다. 요즘은 소주를 1,500원에 파는 곳도 있는데, 여기도 그랬다. 삼겹살은 원래 맛있는데, 가성비까지 좋으니 더 맛있었다.
연말연시는 토요일인데도 출근을 했다고 했다. 주말 출근이라니. 고생이 많다고 마음에 없는 말을 했더니, 한참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추임새를 넣다가 나 또한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하면서 그의 토로를 방어했다. 물론, 나는 안다. 좋은 대화법이 아니라는 걸.
하지만 친구끼리는 좋은 대화보단 웃긴 대화를 해야 하는 거다. 그게 친구끼리의 좋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친구와는 일 이야기를 하려고, 정신상담을 받으려고 만나는 게 아니니까. 그냥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를 하고, 서로 장난치고 놀리며 재밌게 놀려고 만나는 거니까.
극도의 스트레스 등으로 정신적으로 힘들 땐, 상담을 받는 게 좋다. 나는 그의 친구지 상담사가 아니다.
친구끼리는 그런 대화가 더 좋다. 도덕적이지 않지만 같이 ‘뒷담화’ 까주고, 남는 건 없지만 장난치며 웃고 떠드는 것. 물론 그걸 회사 동료와 하거나 사회적으로 만난 사람과 하면 안 된다. 근데 우린 친구잖아. 그게 친구끼리 서로를 보듬는 방법이다.
예전에는 강박적으로 도덕적, 윤리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예민하고 민감했으며 노잼 인간이었다.
친구끼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안 이후에는 도덕과 윤리보단 재미를 추구하게 됐다. 사실 회사 욕, 상사 욕이 제일 재밌긴 하다. 그만큼 시간이 잘 가는 것도 없다. 내 후배들도 주말 동안 내 욕이나 실컷 하고 스트레스 풀면 괜찮다. 오히려 좋다. 그냥 내 앞에서만 안 하면 된다.
연말연시와 오랜만에 재밌게 한잔해서 좋았다. 아 근데 또 술을 왕창 먹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