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혼자남의 먹방일기]
혼자 떠나는 여행은 처음이다. 마흔이 넘도록 혼자 여행을 다녀온 적은 없었다. 한 번쯤 온전히 혼자 떠나보고 싶었다. 2026년 나의 목표 중 하나였다.
혼자 하는 여행은 자유롭다. 오롯이 내 리듬과 취향에 맞출 수 있다. 이런 명확한 장점 앞에서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했다. 홀로 남겨졌을 때 찾아올 낯선 외로움 때문이었다.
막상 떠나보니 그 지점이 혼자 하는 여행의 진짜 매력이다. 걷고 밥을 먹으며 여러 생각을 꺼냈다. 스스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시간이었다.
목적지는 묵호. 최근 홀로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서울역에서 KTX에 오르면 2시간 30분 만에 묵호항에 닿는다. 도시는 작고 걷기 편하다. 곁에는 동해 바다가 있다. 바다를 응시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여행이 된다. 나는 논골담길을 걷고 바다 앞에서 긴 시간을 보냈다. 날이 좋았다. 큰 위안을 얻었다.
오전 10시 59분 서울역을 출발하는 KTX. 기차에 오르기 전 롯데리아 불고기버거로 첫 끼를 해결했다. 여행을 앞두고 공항이나 기차역에 서면 으레 불고기버거가 당긴다.
제시간에 기차에 올라 눈을 붙였다. 묵호역에 닿기 전 정동진역 부근에서 잠을 깼다. 창밖으로 동해 바다가 펼쳐졌다. 치유의 시작이었다.
묵호에 도착해 묵호역 맞은편 '초당 쫄면순두부'를 찾았다. 대기 줄이 길었다. 내 앞으로 스무 팀 남짓 있었다. 일행 수에 따라 입장 순서는 조금씩 달라지는 듯했다. 가게 옆에 별도의 대기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레트로 풍으로 꾸며진 공간에서는 커피도 팔았다. 그곳에서 1시간 30분을 기다려 쫄면 순두부를 받았다. 시원한 맥주를 곁들였다. 배가 고팠던 탓에 한층 더 달게 먹었다.
식당을 나와 숙소로 향했다. 걷다가 바다 쪽으로 테라스가 난 작은 카페에 들렀다. 커피를 마시며 숨을 골랐다.
숙소 체크인을 마치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논골담길을 걷고 묵호등대를 지나 도째비길에 올랐다. 바람이 거셌다. 파도가 높게 일었다. 먼 바다의 물결과 뭍에 부딪혀 부서지는 가까운 파도를 오래 지켜봤다. 상쾌했다. 묵은 피로가 씻겨 나갔다.
바다 앞에 꽤 오래 머물다 혼술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혼자 여행 온 낯선 이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내향적인 나에게도 제법 흥미롭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튿날 아침 메뉴는 회덮밥.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 했다. 혼자 먹기에 회덮밥만큼 편한 음식이 없다. 그릇 안에 회가 넉넉히 담겨 있었다. 아침 시간이었지만 맥주 한 잔을 피할 수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바닷길을 따라 오래 걸었다. 걸음을 멈추고 커피를 마셨다.
여행의 마지막 끼니는 문어 짬뽕을 택했다. 묵호는 문어로 유명한 곳이다. 문어를 튀겨낸 탕수육도 인기가 많다고 한다.
묵호는 '검은 호수'를 뜻한다. 현지인에게 들은 이야기다. 과거 석탄 산업이 번성했던 시절, 그 흔적으로 앞바다가 검게 보여 붙은 이름이라 했다. 물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묵호는 예전부터 묵호였으니까. 다만 사실 여부를 떠나 도시의 지난 역사를 짐작케 하는, 항간에 떠도는 이름의 유래다. 묵호라는 두 글자가 머릿속에 깊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