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한 살 아저씨의 빕스 첫경험

[40대 혼자남의 먹방일기]

by 아직없음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첫 경험은 존재한다. 다만, 어릴 적의 그것보다 조금 더 두렵고 퍽퍽하게 다가올 뿐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빕스라는 곳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역방향 그돈씨' 철학 때문이다. "그 돈이면 차라리 더 비싼 걸 먹겠다"가 아니라, "그 돈이면 뜨끈한 국밥에 소주가 도대체 몇 병이냐"라는 지극히 아재스러운 계산법 탓이다.


굳건했던 신념은 티데이 40% 할인이라는 유혹 앞에서 흔들렸다. 혼자 가볼까 싶었지만, 패밀리 레스토랑을 혼자 당당히 뚫어낼 내공은 아직 내게 없었다. 결국 나와 비슷한 주파수를 가진, 국밥 마인드의 지인을 섭외해 함께 전장으로 향했다.


퇴근 후 도착한 매장 앞은 역시나 대기 줄로 붐볐다. 우리 앞의 19팀은 마법처럼 순식간에 빠져나가 단 1팀만을 남겨두었다. 고지가 눈앞이었다. 단 1팀. 그 1팀을 남겨두고 무려 1시간 30분을 더 기다려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원인은 야속한 단체 예약이었다. 이 상황은 사람을 참으로 교묘하게 옭아맨다. 차라리 11팀이 남았다면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려 순댓국집으로 향했으리라. 고작 1팀이라는 숫자는 도무지 등을 돌릴 수 없게 만드는 지독한 희망 고문이었다.

KakaoTalk_Photo_2026-03-07-18-55-41 005.jpeg 202번이 내 차례다. 오후 5시 쯤 등록해 95분째를 기다렸다. 이후로 더 기다려야 했다.

'조금만 더, 진짜 조금만 더'를 속으로 되뇌다 보니 어느덧 두 시간에 육박하는 시간이 흘러서야 우리의 차례가 돌아왔다. 빕스는 마흔 아저씨에게 자신의 첫 경험을 호락호락하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 지독한 기다림 때문일까, 묘하게도 입장하는 그 순간이 더욱 애달프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착각마저 들었다.


디너 샐러드바에는 무제한 맥주와 와인을 비롯해 다채로운 음식들이 도열해 있었다. 촌스러운 입맛에도 연어와 홍게 다리의 감칠맛은 제법 훌륭했다. 디저트까지 알뜰하게 챙겨 먹으며 말 그대로 위장이 터질 듯한 포만감을 만끽했다. 먹는 데 정신이 팔려 인증 사진은 딸기 한 장밖에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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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통통' 두드리며 빕스 문을 나서며 생각했다. '아마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이곳을 찾을 일은 없을 것이다.' 훗날 여자친구가 생기고, 그녀가 이곳을 원한다면 오겠지만, 순수 나의 자유 의지로 빕스를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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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맞이한 주말, 배달 어플로 순댓국을 시켜 먹었다. 진하게 우러난 국물을 한 숟갈 뜨는 순간 온몸의 세포가 환호했다. 역시 기가 막히게 맛있다. 다음에 또 시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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