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하나! 하지만 모임 막내! 홍대! 소고기!

[퇴근길 한 끼] 40대 혼자남이 저녁밥 먹은 이야기

by 아직없음

2026년 1월 2일. 3일이 토요일이라 쉬는 회사도 많지만, 우리는 출근이다. 올해의 첫 출근이다. 하지만 뒤숭숭한 마음에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일이 손에 안 잡혀도 견딜 수 있던 건 오늘 저녁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모임 장소인 홍대! 그렇다 무려 홍대로 왔다! 홍대입구역 근처에 온 건 정말 몇년 만인지 모르겠다. 30대 초반까지만해도 데이트도 홍대에서 많이 하고, 친구들과 많이 만났다. 20대에는 클럽에 가면서 종종 왔었는데, 30대 중반쯤부턴 발길을 끊었다.


연남동 쪽은 그럼에도 몇번 갔었지만, 정말 홍대입구역 8-9번 출구 쪽은 정말 진짜 오랜만이었다. 오랜만에 와서 처음 생각한 건, '외국인 엄청 많다'


이건 뇌피셜인데 동양인 관광객들은 성수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고, 서양인 관광객들은 홍대 쪽으로 많이 가는 것 같다. 이태원은 관광객보단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많은 것 같다. 뇌피셜이다.


변한 게 없는 듯 많은 게 변했다. 조금 촌스러운 생각도 했던 게, ‘여기 KFC있었는데’였다. 추운 날씨에도 홍대를 구경하며 부지런히 약속 장소인 '도마 홍대본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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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고기다. 나는 천한 신분이라 소고기를 자주 접하지 못하고, 고추냉이(a.k.a 와사비)가 없으면 많이 먹지도 못한다. 하지만 한점한점 먹을 때마다 너무 맛있다. 그래서 정말 좋아한다. 소닭돼지양 중 하나를 고르라면 돼지고 두개를 고르라면 돼지와 닭이다. 세개면 돼지, 닭, 양이다.


소고기 하니까 예전 호주 멜버른 인근 완타기(?)라는 곳(자세히 기억 안남)에 있는 소도축 공장에서 일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3개월 정도 돈을 왕창벌고 나와 그 돈으로 호주 곳곳을 여행했었다. 그때가 20대 중반이다. 약 15년 전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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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에서는 내가 막내다. 귀한 모임이다. 난 이제 어딜 가든 막내라는 타이틀을 얻기 힘들다. 하지만 난 고기를 굽지 않는다. 모임에 고기 굽기가 취미이자 특기인 형이 있기 때문이다. 나이가 40인데도 고기를 먹기 전 형에게 묻는다. ”형 이거 다 익었어? 먹어도 됑?(일부로 좀 귀척함)“ 형과 누나들이 참 잘해준다. 그래서 난 이 모임이 좋고 형과 누나들이 좋다. 너무 좋은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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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는 원래 맛있지만, 형이 구워줘서 더 맛있었다. 그리고 이 가게에 된장술밥이 있는데, 이것도 진짜 기가 막힌다. 가게도 상당히 힙한 느낌인데, 특히 외국인에게 핫플레이스인 거 같다. 새해 첫 근무일이자 불금인 2일. 홍대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2026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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