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저녁, 더럽게 추운날 먹은 감자탕

[퇴근길 한 끼] 40대 혼자남이 저녁밥 먹은 이야기

by 아직없음

2025년 12월 31일, 늦은 낮술을 먹고 얼레벌레 저녁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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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종 치는 걸 보지 않는다. 연말 시상식을 보며, "아, 올해가 갔구나" 싶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 안 본다.


2026년 1월 1일이 밝았지만, 일출도 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나는 태어나서 일몰이나 일출을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해가 지는 걸 보려면 기다려야 하고, 해 뜨는 걸 보려면 일찍 일어나야 한다. 둘 다 싫다. 낭만이 좀 없는 편이다.


2025년 마지막 날 함께 낮술을 마신 친구와 2026년 첫날 또 만났다.


우리는 함께 감자탕을 먹었다. 진짜 너무너무 추웠다. 따뜻한 국물 생각이 간절했다. 미리 약속한 것은 아니고그냥 벙개였다.


원래 가려고 했던 감자탕집은 문을 닫았다. 그래서 근처 다른 집을 검색했다. 가장 가까운 감자탕을 파는 식당의 이름은 ‘예쁜이모 순대국’ 이었다.


이름이…아, 이름이 좀 애매했다. 예쁜이모… 순대국…


솔직히 맛도 맛이지만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래서 일단 가보기로 했다.


감자탕을 시켰다. 공기밥을 시키자는 친구의 의견은 단호하게 묵살했다. 그럴 거면 뼈해장국을 시키지, 감자탕을 시켰으면 볶음밥이 암묵적인 국룰 아니냐고! 하여간 잘 안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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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감자탕은 맛있었다. 따끈한 국물은 몸을 사르르 녹이고, 고기는 입에서 사르르 녹았다. 여기에 소주 한 잔. 크아. 말해 뭐해? '감자탕 이즈뭔들~소주 질러~'


2025년의 마지막 날과 2026년의 첫날을 같은 친구와 보내서 혹시 내가 친구가 없는 건 아닐까 오해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겠다.


나는 사실 친구가 많다. 나의 온화한 카리스마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강하면서도 부드럽고, 물렁해 보이면서도 단단한 매력. 이런 매력에 많은 사람들이 나와 친해지고 싶어 한다. 밥먹자, 술먹자 연락을 거절할 때마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상에 나는 나 하나뿐인걸~


뻥이다. 나는 이 친구와 또 다른 친구 한 명을 주구장창 본다. 꽤 오래된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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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이모 순대국. 감자탕은 맛있었고, 이모도 예쁘셨다. 사실 이분을 이모라고 불러도 되는 건가 고민하긴 했다. 나랑 나이 차이가 별로 안 나 보였기 때문이다.


예쁜 이모는 외모뿐만 아니라 엘레강스한 분위기까지 풍기고 계셨다. 이름에 괜히 자신 있는 게 아니었다.


2026년의 첫날 저녁. 해도 안 보고, 별다른 다짐도 안 했지만 감자탕은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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