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맛없는 피자는 없다 _ 모터시티 편
지난 1화에서는 모터시티에서 만들어가는 피자의 이야기와 모터시티를 만든 팀 매니멀의 시작에 대한 소식을 전했어요. 그리고 이번 화에서는 앞으로의 모터시티의 이야기와 김주헌 대표의 이야기를 조금 더 전하려고 합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모터시티는 왜 디트로이트 피자를 팔기 시작했을까? 1편 보러 가기)
#ryun : 어땠어요? 승승장구였어요?
#john :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11월까지 손님이 없었어요. 그런데 운칠기삼(운이 7, 기세가 3)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수요 미식회가 때마침 이태원의 맛집 소개를 하는 회차를 준비하고 있었나 봐요. 그때 모터시티의 시그니처 메뉴인 잭슨 파이브가 소개되었어요. 그 이후로는 솔직히 승승장구였어요.
#ryun : 잭슨 파이브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말고도 매장에 대해 권하고 싶은 메뉴나 다른 것들이 있을 것 같아요.
#john : 우선 4가지 정도의 시그니처 피자가 있고요. 최근에 매드 버펄로라는 신메뉴를 론칭했어요. 그리고 이태원점의 경우에는 매장에 바(bar)의 비중을 꽤 크게 잡았어요. 웬만한 바(bar)보다 술이 많아요(웃음). 파트너들이 피자, 보다는 올라운드 레스토랑은 어떠냐고 제안했는데, 그게 제대로 통한 것 같아요. 누구는 파스타 맛집으로 알고 있고, 누구는 칵테일 맛집으로 알고 있어요.
하나 더 있다면, 한국 사람들이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 디트로이트 피자였으니까. 그게 가장 뾰족했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 피자를 굽는 팬의 사이즈가 미국에 두 가지가 있었는데, 작은 걸 가져왔어요. 미국에선 무조건 1인 1판이니까, 한국에서도 1인 1판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한국은 둘이 와도, 셋이 와도 한판을 시켜요. 봐요, 당신도 한판을 시켰잖아요.
#ryun : 하루하루가 잊지 못하는 날이겠지만, 보다 더 잊지 못하는 날이 있겠죠?
#john : 매니멀 가오픈 첫날, 아침에 샤워를 하고 거울을 보며 양치를 하는데 눈물이 났어요. 불안하니까. 투자한 돈도 생각나고, 가족도 생각나고, 안되면 어떡하지 생각하며 매장에 갔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2018년 3월 14일을 절대 잊지 못해요. 파이데이, 손님들이 엄청 찾아주시는 날이었는데 건물 뒤편에서 화재가 발생했어요. 2, 3, 4층 건물 뒤편이 다 탔어요. 강제로 60일을 문 닫게 되었어요. 직원들은 당시의 매출에 맞게 세팅된 상태(무려 12명)였는데, 두 달을 쉬었죠. 두 달 후 문을 다시 열었는데, 1주일 만에 원래의 매출로 돌아왔어요. 손님들에게 정말,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파트너들이 없었다면 저는 그때 견디지 못했을 거예요.
#ryun : 모터시티의 계획이 궁금해요.
#john : 우선 매장은 4호점을 9월에 오픈하고요. 그리고 2018년부터 도전해온 숙제인데, 모든 정직원 친구들이 주 4일 근무제를 실시하는 것이에요. 외식업에서 일을 한다는 게 하루 12시간을 서서 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이 친구들이 3일은 자신을 위해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인건비가 정확히 1.5배 더 나가요. 고민이 없지는 않아요. 인건비, 월세, 식자재, 모든 게 다 상승하니까요. 키오스크(kiosk)를 설치하는 매장이 많아지는 요즘이지만 저는 그럼에도 오프라인 매장은 손님과의 휴먼 터치가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매장에 들어오고 나갈 때까지 10번 이상의 터치를 유도했어요. 매장이 3개 정도 되면서, 매출이 받쳐주니까 어느 정도 가능해진 상태고요. 머지않아 이룰 것 같아요.
그리고 매니멀 때부터 팀 전부가 고아원에 봉사를 나가고 있어요. 이곳에서 고아들은 18살이 되면 나라에서 주는 500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독립을 해야 해요. 원룸 보증금도 채 안 되는 돈. 그래서 이 친구들이 대게 좋지 않은 길로 빠져요. 김훈 셰프님이 요리 천사라는 재단을 설립했고, 모터시티도 함께하고 있어요.
이 친구들 중에 외식업에 관심 있는 친구가 있다면 저희 식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팀의 분위기도 조금 더 가족 같아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연남동의 홈보이, 을지로의 라무라, 그리고 이태원/압구정의 롸카두둘까지... 모두 우리 팀에서 잘 배워서 더 잘하고 있는 친구들이에요.
#ryun : 저는 가게를 시작하고 두 달, 제 시간이 정말 없어요. 워라밸? 꿈도 꿀 수 없죠. 대표님은 어땠어요? 지금도 그래요?
#john : 저도 똑같았어요. 그렇지만 자리를 어느 정도(2년이 걸렸어요) 잡고, 지금은 2.5일 쉬고 4.5일을 일하고 있어요. 거기에 스키를 좋아해서 1년에 60일에서 90일은 스키를 타요. 작년에는 이탈리아에 45일을 다녀왔고, 재작년에는 칠레와 남미에서 45일 정도 휴식을 취하고, 충전을 했어요.
#ryun : 모터시티 말고도 추천하고 싶은 다른 집 피자가 있을까요?
#john : 저는 지노스 피자(@ginospizza)를 추천해요. 뉴욕과 라스베이거스에서 피자 잘한다는 달인들의 가게를 죄다 찾아가 배워와서 만든 게 지노스예요. 지금도 매년 미국을 다녀오고요. 밀가루도 미국에서 버리더라도 전부 수입을 해요. 좋은 식자재를 사용하고, 전통을 이어나가려는 친구예요. 부모님도 형제들도 모두 변호사인데, 특이한 친구예요.
#ryun : 마지막 질문이에요. 모터시티를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
#john : 아마도 계속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일을 하지 않았을까요? 한국으로 치면 제일기획 같은 곳에서 일을 했었어요. 그 일상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이 바닥에 들어왔고, 저는 이 바닥 사람이 되었지요.
집요하고, 어쩌면 무식하게까지 준비한 끝에 태어난 모터시티의 이야기는... 나는, 우리 팀은 과연 그들만큼 노력했는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리를 맴돌게 했어요. 전 직원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만큼 배짱 있는 팀 매니멀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도, 사장으로서도 적지 않은 자극을 받게 했습니다. 아... 나 더 노력해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