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검사를 대신할 수 있는
간 섬유화검사는?

by 예재호

1. 간이 안 좋은 분들은 간 섬유화 검사 (VCTE)를 받아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2. 대부분 복부 초음파를 받고 나서 지방간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혈액검사에서 AST, ALT, 감마지티피 등의 간 관련 수치가 높게 나온 환자에게 의사들은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복부 초음파를 시행해 보자고 권유합니다. 초음파 결과 간에 지방이 축적되어 신장보다 밝은 간의 음영이 보인다면 쉽게 지방간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fattyliverUS.png 신장 (화살표) 이 어두워지는 것이 아니라 간이 밝아지는 것입니다. 1번이 정상


3. 하지만 복부 초음파 검사는 지방간의 유무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기는 하지만 앞으로 지방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못합니다. 복부 초음파상 중증도 이상의 지방 축적이 관찰된다 해도 그것이 간의 섬유화 정도나 지방간염의 진행 정도를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심한 지방간도 F0일 수 있고, 지방이 적어 보여도 고도 섬유화일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간섬유화는 만성 간질환의 예후를 예측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여서, 환자의 섬유화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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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섬유화의 진행 정도에 따라 치료 계획도 완전히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섬유화가 3~4단계로 판명된 환자에게는 느긋하게 '체중을 줄이세요' 라며 소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습니다. 레즈디프라나 GLP‑1Ra 같은 약제, 경우에 따라 비만대사수술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간섬유화 정도가 심각하지 않은 환자 (F0-2단계)는 간암 감시가 필수적이지 않지만, F3 단계 이상의 섬유화 환자는 간암에 대해 정기적으로 면밀히 모니터링받아야 합니다. 간 이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구권에서는 대사 관련 지방간염이 간 이식의 주요 원인 1,2 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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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래서 간조직검사는 여전히 필수적입니다. 어떤 검사도 간조직검사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합니다. 만약 병원에서 간조직검사를 권유한다면 걱정되시더라도 꼭 받으셔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지방간 환자에게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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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늘은 섬유화 평가에 유용한 비침습적 영상 검사들에 대해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7. 가장 먼저 소개해드릴 것은 VCTE (순간 탄성측정법, vibration-controlled transient elastography)입니다. VCTE 검사 기계 상표 중에 FibroScan이 유명해서 파이브로스캔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검사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검사가 가능하니 접근성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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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이 검사는 탐촉자에서 물리적인 탄력파를 방출하고 간을 통과한 뒤 되돌아온 초음파의 이동 속도를 측정해 간의 경직도(섬유화정도)를 구합니다. 이동속도가 빠를수록 그러니까 되돌아오는 초음파의 속도가 빠를수록 간섬유화가 진행되었음을 의미합니다. 말이 복잡하지만 우리는 수박을 고르는데 비슷한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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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 검사는 탐촉자에서 퉁 하고 쏘는 음파가 간을 통과하는 감각은 느껴지지만 조직검사처럼 피가 나거나 피부를 절개하는 식은 아닙니다. 검사에 긴 시간이 소요되지 않고 빠르면 약 5분 만에 즉시 결과를 얻을 수 있어 편리합니다. 더불어 대사이상 간질환뿐 아니라 다른 원인의 만성 간질환에서 동반된 간섬유화 진단에도 널리 쓰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순천향병원 간섬유화 스캔 검사 동영상


10. 하지만 복수가 있거나 늑골(갈비뼈) 사이 간격이 좁아 충격파가 제대로 간을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검사를 받기 어렵습니다. 비만하여 뱃살이 많은 분들도 제대로 된 검사 결과를 얻기 힘든 가능성이 있습니다. ALT가 높게 나온 상태 (간 염증이 심한 상태)에서는 경직도가 과대평가될 가능성이 있으며 담즙 정체나 과음 등도 영향을 주니 해석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11. 두 번째는 횡파 탄성 초음파 검사(shear wave elastography, SWE)입니다. VCTE와 원리는 비슷하지만 따로 물리적인 자극을 주지 않고 프루브에서 고 에너지 초음파를 쏘는 방식입니다. 비유하자면 박쥐나 잠수함의 수중탐지기술과 비슷합니다. 초음파 기계에 해당 옵션을 장착하면 시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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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파이브로스캔과 비교한 초음파 검사의 장점이라면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하면서 측정하고자 하는 부위의 탄성도를 실시간으로 재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혈관이나 담도와 같은 비-간세포 조직의 탄성도가 검사결과를 오염시키지 않으므로 좋습니다. 다만, 숙련된 의사가 직접 초음파를 하여 측정해야 한다는 점은 단점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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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마지막으로 자기 공명 탄성검사(MRE)가 있습니다. 비용이 조금 더 비싸지만 MRE는 간 섬유화를 평가하는데 가장 유용하고 비침습적 간섬유화 검사 중 가장 정확하다고 인정받습니다. 간섬유화스캔과 달리 간 전체에 대한 측정이 가능하고 검사자 의존도가 없으며 비만 여부에도 제한받지 않습니다. 측정 실패율 또한 5% 미만으로 매우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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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MRE를 통한 간 섬유화 평가는 각종 임상 연구에서 조직 검사를 대체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레즈디프라나 GLP-1Ra의 임상 연구도 MRE의 개선을 목표로 진행된 바 있습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검사 비용이 높고 MRI 기계가 있더라도 소프트웨어를 따로 설치해야 해서 접근성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소프트웨어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다고 합니다.


15. 폐쇄공포증이 있어 MRI 검사를 받기 힘든 분이나 스캐너보다 체형이 더 큰 분들은 MRE 검사도 불가합니다. 체내에 담관 스텐트가 있거나 경경정맥 간내문맥정맥단락 스텐트, 혈관 색전 코일 등과 같은 금속 인공물이 있는 경우 MRE 검사를 시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16. 위에서 다룬 비 침습적인 검사뿐 아니라 혈액검사로서 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공식 (FIB-4, NFS 등)도 있고, 이 둘을 합산하여 섬유화 정도를 평가하는 연구 결과도 많이 보고되었지만 그럼에도 조직 검사가 불필요해진 것은 아닙니다. 특히 지방간염이 동반되었는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필수적이며, 다른 간 질환을 배제하기 위해서도 조직검사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검사가 개발되어 시행되는 것도 사실은 비침습적 검사와 혈액 기반 점수를 조합해 ‘누가 조직검사가 꼭 필요한 환자인지’ 선별해 내고자 하는 목적에서 발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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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세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풍선화 변성(Ballooning)'은 오직 현미경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방간 환자에게 자가면역성 간염이나 약제 독성 등이 숨어있는 경우, 조직검사만이 그 복합적인 원인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비만 등의 대사이상과 술뿐만이 아니라 C형 간염, 타목시펜, 스테로이드, 다이어트와 같은 이차성 지방간도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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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상은 대한간학회에서 2024년 발간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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