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 주제는 간 영양제 밀크 씨슬입니다.
2. 이 약은 2021년 적정성 평가에서 탈락하여 급여 약제에서 삭제될 위기에 처했으나, 최근 2심 재판에서 1심과 다른 판결이 내려져 다시 간질환 환자에게 보험으로 처방이 가능해졌습니다.
3. 치매 예방약 ‘콜린 알포세레이트‘에 대한 이야기 기억하십니까? 2021년 당시 심평원은 콜린 알포세레이트뿐만 아니라 다른 약품들도 급여 적정성 평가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유명한 약들이라 한 번쯤 들어 보신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심평원이 급여 적정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한 약품의 품목에는 관절염에 좋다고 알려진 이모튼 캡슐,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영양제로 처방되던 타겐에프,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늘의 주인공 간장약, 레가론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https://brunch.co.kr/@ye-jae-o/78
4. 심사평가원에서는 레가론이 간 질환에 충분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학술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며 급여 삭제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는 환자가 약제를 구입해 복약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더 이상 약제 구입에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조치였습니다. 당시 실리마린 추출액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던 레가론 정을 판매하던 부광약품은 해당 조치가 부당하다며 급여 삭제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에 소송하였습니다.
5. 그런데 바로 얼마 전 2심 판결에서 극적으로 레가론이 기사회생하였습니다. 서울고등법원에서는 부광약품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의 판결을 뒤집고 제약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6. 부광약품은 재판부에 레가론이 충분한 임상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받음으로써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법원이, 임상적 유용성이라고 하는 본질적인 쟁점에 있어 정부가 아니라 제약사의 손을 들어준 것은 레가론이 첫 번째 사례라고 합니다. 다만, 이 판결로써 레가론이 간질환의 표준 치료제로서 인정받았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7.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정부는 상고하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레가론의 주요 성분이 실리마린으로 이는 바로 밀크 씨슬의 씨앗에서 정제된 것입니다.
8. 밀크 씨슬은 엉겅퀴과 식물로 오래전부터 간 질환, 특히 해독 작용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널리 쓰여왔다고 합니다. 밀크 씨슬에서 밀크(우유)는 잎의 독특한 흰색 무늬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는데, 처음 간 환자에 쓰이게 된 것도 이 무늬 때문이었다고 전해집니다. (간문맥과 닮았다고 함)
9. 1960년대 독일에서는 밀크 씨슬의 씨앗에서 실리마린 성분을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고, 소문대로 간에 해독 성분이 있는지 실험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실험실에서 실리마린 성분은 간 독성이 심한 아마톡신에서 간세포를 실제로 보호하는 것이 증명되었습니다.
10. 한발 더 나아가 의사들은 독버섯을 먹고 실려온 환자들에게 실리마린 농축액을 투여해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실리마린 성분은 독버섯의 독을 해독했고 치사율이 20~30%에 달하던 독버섯 중독 환자들의 사망률을 5% 미만으로 감소하는데 까지 성공합니다. 부광약품의 레가론 정은 이때 실리마린 농축액을 개발한 독일의 제약회사에서 원료를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1. 찾아본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독버섯에 중독된 환자가 응급실에 내원하면 실리마린 투약을 치료법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다만, 외국과 달리 실리마린을 고용량으로 정맥 주사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경구 실리마린을 1.4~4.2g/day 용량으로 투여한다고 합니다. (레가론 한 알에 70~140mg의 실리마린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10알에서 60알 정도)
12. 실리마린의 해독 기전은 다음과 같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째. 외부 독소 물질이 간세포 내로 침투하는 것을 막습니다. 예를 들어 독버섯을 먹은 뒤 실리마린을 투여하면 간세포 내부로 유입되는 통로에 버섯의 독성물질과 경쟁적으로 결합해 독성이 간세포로 유입되는 것을 막습니다. 둘째. 글루타티온 합성을 늘림으로써 항산화 역할을 합니다. 셋째. 독성 물질로 인해 멈춘 단백질 제조 과정을 다른 경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손상된 간세포가 재생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13. 다만 독버섯 중독은 ‘외부 독소에 의한 급성 간세포 손상’이라는 매우 특수한 상황이며, 이때 입증된 실리마린의 효과를 만성 간질환, 특히 대사이상성 지방간질환으로 그대로 확장 해석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사이상성지방간질환에서 실리마린의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여러 논문에 따르면 연구에서 실리마린은 간수치의 호전 등은 보였으나 간섬유화의 개선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고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지방간의 치료제로 인정받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점은 있습니다.)
14. 대한 간학회의 대사이상지방간질환 진료 가이드라인에도 실리마린이 언급은 되지만 공식적인 치료제로 소개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실리마린과 함께 언급된 약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루사(Ursodeoxycholic acid), 실리마린(silymarin), 고덱스, 펜넬(dimethyl-4,4’-dimethoxy-5,6,5’,6’-dimethylenedioxybiphenyl-2,2’-dicarboxylate)
15.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우루사에서와 마찬가지로, 간 수치만 정상화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지방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는 AST나 ALT, 감마지티피와 같은 혈액 수치가 아니라 섬유화의 진행 정도라는 점을 한번 더 강조드립니다.
16. 실리마린 성분이 포함된 밀크 씨슬 영양제는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원체 유행을 타는 것이 영양제이긴 하지만 밀크 씨슬에 대한 문의는 꾸준히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17. 밀크 씨슬 영양제에 대한 제 의견은, 지금까지 소개해드린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제 견해가 그랬듯 흡수율이 낮고 치료효과가 일정하지 않으므로 지나친 맹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밀크 시슬은 경미한 위장장애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이 없다는 점은 안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18. 밀크 씨슬은 혈당을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어서 당뇨 환자에게 의도치 않은 저혈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당뇨환자가 드실 경우 혈당을 측정하는 등 주의가 필요합니다. 와파린을 복약하고 계시다면 효과가 증대될 수 있으므로 꼭 주치의 선생님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19. 만약 영양제로서 밀크 씨슬을 고려하신다면 흡수율을 개선시킨 제품이 있으므로 그것으로 선택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처방이 필요한 레가론 역시 이러한 공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