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스프레이는 항 히스타민제가 잘 안 듣는 비염 환자에게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2. 환자에게 부작용이 우려되는 약물이 처방되는 경우나 중복 처방이 확인되는 경우 심평원에서는 DUR(의약품안심서비스)을 통해 의사가 한 번 더 확인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로 65세 이상의 환자에게 항콜린 부작용이 심하게 나타나는 1세대 항히스타민제인 페니라민을 처방할 경우 ‘노인주의 의약품‘ 알람이 진료 프로그램 화면에 팝업 됩니다.
3. 나이가 들수록 뇌혈관장벽(BBB)이 듬성듬성해지고 약해져 원래대로라면 중추신경계로 들어가지 못했을 약물이 유입되는 일이 생깁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몸은 기억에 관여하는 뇌신경 물질로 아세틸콜린을 쓰는 탓에 콜린을 억제하는 약들을 복용하면 노인들에게 기억상실, 치매, 섬망, 어지럼증, 시야 흐림과 같은 신경학적 증세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4. 항 콜린성이라고 하니 왠지 어렵게 느껴지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실은 콜린성이라는 말이 부교감신경 우세를 뜻하는 의학적 용어라고 생각하시면 쉽습니다. 그러므로 항 콜린성 약물이라 하면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지는 것을 막는, 억제하는 약입니다.
5. 부교감신경은 교감신경과 반대되는 역할, 이른바 안심과 휴식과 정비에 관여합니다. 쿵쾅대던 심장은 느려지고, 느긋해집니다. 교감신경으로 확장된 기관지는 원래 사이즈로 되돌리고 걸러지지 않고 들어왔던 찌꺼기를 내보내기(청소하기) 위해 가래나 콧물 등의 분비물이 나옵니다. 도피를 위해 근육에만 공급되던 혈액이 드디어 장이나 피부와 같은 덜 중요한(?) 장기에도 공급됩니다. 그동안 미뤄뒀던 소화도 꾸룩꾸룩 시작합니다. 소변이 나오는 걸 막고 있던 방광 근육도 이완되어 이제야 소변이 나옵니다. 정신을 차리고 무슨 일이 있었나 복기해 보려 뇌에서는 아세틸콜린이 나와 기억과 사고를 시작합니다.
6. 이런 콜린성, 즉 부교감신경의 활동을 방해하는 약물은 실생활에서 자주 쓰입니다. 너무 과해진 소화작용, 위경련에 잘 듣는 진경제가 대표적입니다. 소변을 너무 자주 보는 과민성 방광을 치료하는 약이나 가래나 콧물과 같은 점막 작용을 억제하는 약도 부교감신경을 방해함으로써 효과를 발휘합니다. 앞서 다룬 천식 치료제 중 성분이 3 제인 흡입기에도 항 콜린제가 들어 있습니다. 소아에서 쓰는 아트로벤트 또한 항 콜린 작용을 통해 천식 증상을 호전시키는 원리입니다.
7. 앞서 살부타몰이나 비충혈완화제가 아드레날린, 즉 교감신경의 작용을 모방해 증상을 호전시키는 기전이라면 항콜린 약물들은 부교감신경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증상 호전을 도모합니다. 즉 아드레날린(교감신경)은 높이고, 콜린(부교감신경)은 줄여주는 전략입니다. 어쩐지 적의 적은 우리 편 같은 느낌과 비슷하지 않으세요?
8.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코 점막은 무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명령을 받는 조직입니다. 이렇게 자율신경의 명령을 받는 이유는 몸 내부로 적절히 조정한 공기를 들여보내는 것이 생존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요즘과 같이 추운 날씨에 콧물이 흐르는 이유 또한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폐로 그냥, 바로, 다이렉트로 들여보내는 것보다 코에서 온도를 높이고 습도를 맞춘 뒤에 흡입하는 것이 훨씬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9. 그래서 자율신경의 불균형, 특히 부교감신경의 항진도 비염증세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공기의 온도를 높이는 데 치중한 나머지 코의 혈류량이 너무 늘어나면 코가 막히고, 습도를 올리려 애쓰다 보면 콧물이 줄줄 흐르게 됩니다. 이른바 혈관운동성 비염(VMR)또는 특발성 비염, (개인적으로는) 콜린성 비염으로 분류되는 이러한 질환은 비알레르기성 비염 (NAR)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콧물, 코막힘, 후비루 등 증상은 비슷할지 몰라도 일반적인 알레르기 비염과 기전이 전혀 다르므로 치료도 상이합니다.
10. 예를 들어 전형적인 만성 비염으로 내원한 환자가, 피부 반응 검사 또는 혈청 알레르기 검사(MAST)에서 음성으로 확인될 경우 의사들은 혈관운동성 비염을 의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환자가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했음에도 콧물을 전혀 멈추지 않는다라고 하면 강하게 의심합니다.
11. 대부분의 비염환자가 알레르기 즉 면역반응으로 증상이 유발되므로 항히스타민제는 비염에 매우 효과적입니다. 앞서 천식에서 설명드렸듯이 거의 모든 면역작용의 시작은 자극받은 비만세포가 내어놓는 히스타민이 시작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들이 씨잘, 지르텍, 클라리틴, 에바스텔과 같은 항히스타민제를 달고(?) 사는 이유는 그만큼 히스타민의 제어가 비염의 증상을 호전시키는데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12. 또는 비강 내 스테로이드 분무기 등에 코막힘이 썩 개선되지 않을 때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부교감신경의 과잉반응으로 시작되므로 면역반응과 관련된 약은 잘 듣지 않는 것입니다. 알레르기 항원 단자검사나 피로하는 MAST 검사, 총 IgE 검사 등에서도 정상으로 보고됩니다. 이러한 결과는 비염의 기전에 알레르기 이외의 것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13.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전체 비염 환자의 3분의 1 가량은 비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일 수 있다고 알려집니다. 14~44세 환자 총 1186명을 대상으로 한 2007년 덴마크 연구에서는 77%는 알레르기성 비염(AR)이었고, 23%는 비알레르기성 비염(NAR)으로 분류했습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성인 대상 연구는 찾을 수 없었으나 소아에서 비염 증상이 있는 1,034명 중 알레르기성 비염이 71.3%, 비알레르기성 비염이 28.7%로 추산되었습니다.
14. 14. 비알레르기성 비염은 알레르기성 비염(AR)과 거의 구별하기 어렵지만, 강한 냄새, 찬 공기, 온도, 습도, 기압 변화, 강한 감정, 알코올 섭취, 호르몬 수치 변화와 같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유발되는 간헐적 또는 지속적인 코 증상이 특징적입니다. 특히나 일 년 내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증상이 생길 경우 한번 쯤 의심해 봐야 합니다.
비알레르기성비염 환자는 알레르기성비염 환자보다 나이가 많고, 여성 비율(58%~71%)이 더 높다고 알려졌습니다. 주로 30–60세에서 많이 진단되므로 소아에서 비알레르기성 비염이 나타나는 경우, 해부학적 원인에 대해 조사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코 가려움증, 재채기, 결막 자극은 덜 두드러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15. 더불어 무 자르듯이 딱 나뉘지 않고 혼재된, 혼합형 비염 환자도 매우 많습니다. 미국 연구에서는 순수 알레르기성 비염에만 해당하는 사람이 43%, 비알레르기성 비염에만 해당하는 사람이 23%, 혼합형 비염 환자가 34%로 분류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비염 환자의 최소 절반 이상은 비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16. 부교감신경의 지나친 항진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므로 이런 환자에서는 항 콜린 성 약물이 잘 듣습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이프라트로피움 분무기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어린이도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찬 공기 유발 비염(스키어 코), 미각성 비염(매운 음식), 노인성 비염과 같이 콧물이 주된 증상인 경우에 효과가 좋습니다. 찬 공기 유발 비염 환자 28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이프라트로피움 브로마이드는 찬 공기에 노출되는 동안과 후에 증상과 필요한 티슈의 양을 감소시켰습니다. 다만 콧물에는 참 잘 듣는 반면 아쉽게도 코막힘 개선에는 썩 효과가 없습니다.
17. 면역작용과 관련이 없음에도 일부 항히스타민제 중에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있습니다. 다름 아닌 노인주의 의약품 알람이 뜨는 1세대 히스타민인 페니라민이 효과적입니다. 예상하셨듯이 페니라민은 항히스타민제제이나 항콜린 작용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졸립니다!) 아참, 이프라트로피움 분무기는 뇌혈류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는 구조이니 안심하세요. (졸리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비강 내 항히스타민제(Azelastine 등)에 대한 치료 효과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18. 일반적인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서 스테로이드 분무치료가 코막힘에 효과적이고 주된 치료인데 반해 혈관운동성 비염의 코막힘에는 분무치료가 1차 치료가 아닙니다. 차라리 효과만 본다면 앞서 말씀드렸던 오트리빈과 같은 이미다졸린계 교감신경 유사 작용제나 슈도에페드린이 훨씬 효과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그럼에도 의사들은 여러 가지를 감안해 비강 스테로이드 분무기를 처방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효과 또한 나쁘지 않습니다. (약물유발성 비염 우려) 일부 연구에서는 비강 캡사이신 처치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식염수 세척은 어느 비염에서도 똑같이 큰 효과를 발휘하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19. 혈관운동성 비염에 대해 주로 다뤘지만 사실 알레르기가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 비염의 종류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특히 여러 논문에서는 만성 비부비동염 환자 또한 비슷한 증상을 나타내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해부학적 이상 또한 비알레르기성 비염(NAR)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데노이드 비대와 비갑개 비대는 모두 약물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만성 코막힘 증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앞서 다룬 약물 유발성 비염 또한 비알레르기성 비염의 한 원인이므로 알레르기가 없는 비염환자라면 의사 선생님과 잘 상담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