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도에페드린

by 예재호

1. 아마 다들 한 번쯤은 감기에 걸렸을 때 이 약을 드셔 보셨을 겁니다. 이 약을 먹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밤을 꼴딱 새신 분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코막힘에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이 약은 신진대사를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이용해 체중감량 목적으로 처방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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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전에 다룬 바와 같이, 오트리빈과 같은 비충혈 완화제에 들어가는 교감신경 유사 작용제들은 코 점막으로 하여금 마치 교감신경의 명령을 하달받은 것처럼 작동하게 만들었습니다. 교감신경의 명령을 받으면 혈관은 수축되고 콧물과 같은 분비물은 덜 나오게 되는 걸 응용한 겁니다. 오늘의 주제 슈도에페드린 또한 비슷한 원리로 코막힘을 완화시킵니다.


3. 한데, 두 약은 기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슈도에페드린은 오트리빈처럼 알파-아드레날린 수용체에 접합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경 말단에서 전달물질 노르에피네프린의 방출을 늘리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즉, 거짓신호를 주는 게 아니라 신호 자체를 분비하고 증폭하는 방식이다 보니 전신적인 부작용과 정신/신경학적 부작용이 일어나기 쉽습니다.




4. 노르에피네프린이라고 하는 낯선 이름이 나오니 어렵게 여겨지실지 모르지만, 실은 노르에피네프린은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과 구조가 거의 같은 이란성쌍둥이와 같은 물질입니다. 둘 다 주로 교감 신경 작용을 일으키는 물질이므로 어제 다룬 부교감 신경의 전달물질 콜린과는 상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실제로 우리 몸 안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을 가공해서 에피네프린, 즉 아드레날린을 만들어냅니다. 가공하는데 필요한 효소가 바로 부신에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아드레날린의 원형이 노르에피네프린이구나~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차이라면 노르에피네프린은 신경(시냅스) 전달물질에 더 가깝고 아드레날린은 혈액을 통해 작용하는 호르몬에 더 가깝습니다. 즉, 작동하는 경로, 길이 서로 다릅니다.


adrenal_intranet.png 지금 우리는 부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6. 온몸 구석구석까지 연결된 혈관을 통해 작용하다 보니 하는 일로만 보면 아드레날린이 훨씬 다재다능합니다. 기관지 근육을 이완시키고 간에서 글리코겐을 분해해 포도당으로 올리는 등의 작용은 혈액을 통해 장기로 전달되니까 가능한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아드레날린은 핸드폰을 통해 전 국민에게 전달되는 재난문자와도 같습니다. 핸드폰(수용체)을 갖고 있는 장기라면 누구나 아드레날린의 지시를 받을 수 있습니다.


7. 이에 반해 노르에피네프린은 군대의 핫라인, 혹은 무전기에 가깝습니다. 다재다능한 역할보다는 즉각적이고 정교한 대응을 하는 쪽입니다. 핫라인(신경다발)을 통하니 빠릅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혈관을 수축시켜 필요한 곳으로 혈액을 몰아주는 것입니다.


8. 서로 닮은 꼴이지만 두 물질은 응급 상황에서 쓰임새도 다릅니다. 먼저 심장이 멈춘 심정지 상태에서 환자에게 주입되는 약물은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이지만, 중환자의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승압 목적으로 투여되는 약물은 아드레날린이 아닌 노르에피네프린(놀핀)입니다. 물론 혈압을 올리는 목적으로 아드레날린을 쓸 수는 있지만 추후 회복해야 하고 복구해야 하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전 국민 총동원령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부작용이 큽니다. 반대로 당장 나라가 적국에 점령당하게 생겼는데 군인만 믿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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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런 차이가 생기는 이유를 작용하는 수용체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매우 단순화한다면 노르에피네프린은 알파 수용체에 아드레날린은 (알파 뿐 아니라) 베타 수용체에 작용합니다. 앞서 다룬 천식은 베타 수용체가 중요한 부위였지만 비점막은 알파 수용체가 중요한 부위입니다. (신경이나 혈관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 점막에서는 노르에피네프린의 영향이 더 크다고 이해해도 무방합니다.



adrenergic.png 하지만 둘의 화학적 구조가 비슷하므로 작용하지 못하는 것은 또 아닙니다. (군대 지시사항도 카톡으로 보내질 수 있으니까요)


10. 비염에서 자꾸만 자율신경 이야기를 드리는 것도 장기 단위에서 알파 수용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코 점막과 전립선 외에는 썩 드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뒤에서 다룰 내용이지만 코는 인체에서 중추신경계(CNS)가 외부 환경에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부위 중 하나입니다. 여러모로 코 점막은 단순한 표피라고 보기에는 신경 조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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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슈도에페드린은 아주 오래전부터 중국에서 감기약으로 자주 쓰였던 '마황(Ephedra sinica)'이라는 식물에서 추출된 에페드린을 순화시킨 약물입니다. 에페드린은 효과는 좋았지만 워낙 노르에피네프린을 심하게 분비하는 바람에 알파 수용체든 베타 수용체든 가릴 것 없이 모두 작용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엄격한 군대 지시사항이 일반인들에게 전달되는 상황에 가까웠지요.


12. 그래서 에페드린의 효과를 줄여 되도록 알파 수용체에 주로 작용하도록 만든 것이 슈도에페드린입니다. 슈도에페드린은 코 점막의 알파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시켜 코막힘을 완화합니다.


13. 알파 수용체를 통해 효과를 발휘하는 약이다 보니 오트리빈처럼 슈도에페드린도 반동성 코막힘과 약물 유발성 비염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단기간만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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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아무리 에페드린에서 순화시켜 알파 수용체에만 작용하게 만들었다 해도 전신적인 반응이 일어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노르에피네프린이 신경말단에서 과하게 분비되면 알파나 베타나 할 것 없이 전부 자극되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노르에피네프린이 뇌 안에 들어가면 각성 상태가 유지되고 불면을 초래합니다. 늘어난 노르에피네프린이 심장에 베타 수용체에 작용해서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교감신경 우위로 신진대사가 상승하고 그 탓에 체중도 빠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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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그래서 슈도에페드린을 먹고 다음과 같은 증상이 있으면 피하시는 게 좋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든지, 잠을 못 이룬다든지, 불안하거나 초조하다든지, 혹은 소변이 잘 안 나온다든지 등입니다. 더불어 혈압이 높은 분이나 녹내장을 진단받았거나 갑상선 기능항진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도 슈도에페드린의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16. 슈도에페드린은 일반감기약에도 자주 포함됩니다. 구입한 종합감기약에 슈도에페드린이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시면 흥미로우실 겁니다.


17. 슈도에페드린을 가공하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약제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약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해 불법 약물 제조에 사용된 전력이 있어, 여러 나라에서 1인당 구매 수량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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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야기가 나온 김에 노르에피네프린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보겠습니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노르에피네프린의 효과를 노린 혈압약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라조신과 같은 혈압약, 알파 차단제는 노르에피네프린이 핫라인을 타고 혈관의 수용체에 다다르려 하는 것을 막는 원리로 개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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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그런데 핫라인을 끊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약이다 보니 부작용이 좀 있습니다. 특히 기립성 저혈압이 문제가 됩니다.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노르에피네프린이 하지 혈관에 재빨리 전해져 얼른 수축해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줘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혈압은 떨어질지 몰라도 심장엔 되려 부담이 가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보상성 빈맥) 그 결과 알파 차단제는 심부전 발생 위험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와 이제는 고혈압약제로 잘 쓰지 않습니다. (ALLHAT 연구)


20. 다만 그럼에도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신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을 끊임없이 만들어 내어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병이 있는데요. 바로 크롬친화세포종이라는 것으로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드문 고혈압입니다. 이 부신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모여있던 노르에피네프린이 혈액으로 분출되듯이 튀어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알파 차단제로 사전에 혈관의 핫라인을 끊어두지 않으면 제거하다가 혈압이 200-300까지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21. 사실 빈도로는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대부분 처방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전립선, 요도, 방광 입구를 조이는 근육도 '알파 수용체'가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렸듯 장기 단위에서 알파 수용체가 직접 작동하는 곳에 전립선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 기존의 혈압약과 서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 꼭 내과 선생님께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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