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의 구조

by 예재호

1. 아래는 혹등고래의 콧구멍을 찍은 사진입니다. 오늘은 동물과 사람의 비강 구조 비교를 통해 코의 해부학적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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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염 관리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하는 코 스프레이 사용법과 코 세척법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코 해부학에 대해서 말씀을 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코의 구조가 사진이나 말로 설명하기에 상당히 난해합니다. 특히 중요한 부위인 부비동의 구조까지 설명하려면 어렵고 지루하기만 할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제가 이비인후과를 전공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ant_house.png 코의 구조는 개미집과 가깝습니다.


3. 고민한 끝에 동물의 코와 사람의 코를 비교해 보면 지루하지 않고 이해하시기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제가 수의학에는 문외한이라 오류가 많을까 걱정이 됩니다. 실수가 있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시면 배우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4. 가장 먼저 보여 드릴 것은 낙타의 코입니다. 낙타가 사는 사막은 코에게 매우 가혹한 환경인데요. 건조한 공기가 바로 폐로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어서 반드시 가습이 필요하고, 더불어 귀중한 수분이 날숨과 함께 날아가는 것도 최대한 막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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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래서 낙타는 밖의 공기가 안으로 흡수되는 길을 마치 미로처럼 꼬불꼬불하게 만들었습니다. 넓은 코 점막을 지나면서 건조한 공기는 충분히 축축해집니다. 더불어 스펀지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어 내쉴때도 수분을 최대한 흡수할 수 있다고 합니다. 공기가 닿이는 부분, 즉 표면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코뼈가 꽈배기처럼 돌돌 수차례 말린 구조로 되어 있는 것에 주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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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음은 순록의 코 구조입니다. 순록이 사는 환경도 만만치 않은데요. 차가운 공기가 폐로 곧장 들어오면 중심 체온이 뚝 떨어져 생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순록의 코점막에는 차가운 공기를 데우기 위한 혈액 공급을 위해 혈관이 매우 발달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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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래서 실제로 루돌프 사슴코는 빨간 게 맞다고 합니다. 피가 몰리는 탓에 술고래처럼 코가 빨갛게 보이니까요.

(순록에게 오트리빈이나 슈도에페드린을 쓰면 큰일 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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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다음은 양입니다. 양은 땅에서 풀을 뜯어먹으며 흙먼지도 함께 흡입하는 터라 폐로 흙먼지를 들여보내지 않기 위해 비갑개 (turbinate)가 매우 길고, 두껍게 발달했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쓰는 공기 청정기의 필터가 한 손에 쥐어지지 않을 만큼 두꺼운 것을 떠올리셔도 좋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양의 코딱지는 대단히 묵직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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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앗, 중요한 해부학적 명칭이 등장하는데요. 위의 낙타의 코에서도 나온, 돌돌 말린 꽈리형 코뼈 구조를 바로 비갑개라고 부릅니다. 이 비갑개가 사실 코의 본체라고 생각해도 됩니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롤케이크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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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는 환경에 따라 꽈리를 얼마나 많이 꼬았는지, 얼마나 두껍고 긴지의 차이는 있지만 포유류라면 코 구조 자체는 비슷합니다. 표면적을 넓히면 넓힐수록 유리하다면 롤케이크가 더 촘촘하게, 많이 꼬입니다.


11. 동물들의 비강구조를 서로 비교해 보면 이해하시기 더 쉽습니다. 순록과 비슷한 사슴의 경우 가온 목적으로 역시나 무척 복잡한 구조 (라디에이터)를 가지고 있고, 양은 넓적하고 기-이다란 롤케이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데 돼지는 둘에 비하면 구조도 단출합니다. 무엇보다 롤 케이크(비갑개)가 한번 정도 말리다가 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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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전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코는 숨이 지나가는 통로 역할만 하지 않습니다. 냄새도 맡습니다. 그래서 코 점막은 가온, 가습, 공기 청정과 같은 역할을 맡은 호흡기 점막과 냄새를 맡는 후각 점막이 나뉩니다. 개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후각 점막의 영역이 매우 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냄새를 그렇게 잘 맡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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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되는 코 구조를 보겠습니다. 고래는 물속에서 지내는 터라 가습 할 필요도 없고, 숨을 자주 들이마시는 게 아니니 온도도 썩 중요하지 않고, 당연히 냄새도 맡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래의 코는 아래와 같이 단순하다고 합니다. 사실 난 구멍으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밸브처럼 막는 구조가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래도 코에서 나오는 분비물, 즉 콧물은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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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드디어 사람의 코 구조입니다. 어쩐지 돼지와 비슷합니다. 무엇보다 롤 케이크(비갑개)가 거의 말리지 않았습니다. 다른 포유류와 비교해 롤 케이크의 개수는 같습니다. 3층입니다. 위에서부터 상비갑개, 중비갑개, 하비갑개로 부릅니다. 빈 동굴, 부비동도 보입니다. 4쌍의 부비동이 있는데 이 부비동이 코와 연결된 부위가 바로 비갑개 아래에 숨어 있습니다. 부비동염이 치료되기 쉽지 않은 이유를 아실 것 같지 않으세요? 부비동의 위치와 코에 난 구멍의 위치는 이후 세척법에서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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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코를 옆에서 잘라 본 그림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실 수 있듯이 좁은 면적에 서로 다른 점막이 옹기종기 경계를 나뉘어 있는데요. 콧구멍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코털이 달린 상피점막(녹색)이 있고, 그 위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파란색의 호흡 점막(하비갑개와 중비갑개 위주), 그것보다 좀 더 이마에 가까운 위쪽에 아주 작게 후각 점막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개의 후각 점막은 정말 넓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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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아래는 다양한 사람의 코 CT 사진을 비교한 것입니다. 점막이 퉁퉁 부어 이젠 롤케이크로 부르기 어렵고 차라리 찐빵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비염 환자도 있습니다. 말린 구조도 잘 보이지 않네요. 특히 아래쪽 롤케이크, 하비갑개가 비염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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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참고로 일명 비염수술, 즉 비갑개 성형술 (Turbinoplasty)는 아래와 같이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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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사람의 코는 부피가 약 20cc로 소주잔 한잔이 채 되지 않습니다. 표면적은 150~200cm2로 한쪽 콧구멍 당 손바닥만 한 넓이로 점막이 설치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스프레이를 잘 뿌려야 합니다. 호흡점막은 상피점막과 후각점막을 제외한 나머지므로 생각보다 그리 넓지 않습니다. 비갑개(롤케이크) 때문에 가는 길도 복잡하고요.


19. 예를 들어 상피점막의 경우 우리 손등 피부나 마찬가지라서 (털도 났잖아요!) 약을 뿌려도 흡수가 안 됩니다. 코 스프레이를 칙-뿌렸는데 콧구멍 밖으로 주르륵 흐르는 경우가 바로 상피점막에 약이 닿은 것입니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호흡 점막엔 거의 전달되지 않았으니 약효가 떨어집니다.


20. 한 가지 더 중요한 해부학적 구조를 설명드려야 합니다. OMC(Ostiomeatal Complex)입니다. 중요한 부비동들의 배수로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구역입니다. 부비동은 이곳을 통해 콧물을 내보내고 공기를 교환합니다. 비염이나 축농증 치료의 핵심은 바로 이 '배수구' 주변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되도록 이 부위까지 약이 닿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세척도 신경 써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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