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약의 흔한 부작용 중엔 의외로 코막힘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두 조직의 혈관 구조가 서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2. 우리가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공기가 폐로 전달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흔히 상상하시듯 길쭉한 관을 통해 쑥-하고 지나만 가는 방식이 아닙니다. 전편에서 여러 동물의 비강 구조를 보여드렸듯 생각보다 코안(비강)에서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납니다. 추우면 데우고(순록) 수분을 더하기도(낙타) 먼지를 걸러내기도(양) 합니다.
3. 이처럼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코는 공기의 질을 효율적으로 조작(에어-컨디셔닝)해 폐로 흡입할 수 있게 해부학적으로 발달했습니다. 먼저 코는 입구는 좁고 안은 넓어지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빠르게 들어온 공기는 넓어진 내부에서 속도가 느려져 충분히 가공될 수 있는 시간을 법니다.
4. 더불어 공기가 닿는 점막 표면적을 최대한 넓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독특한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비갑개(롤케이크)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이 비갑개 구조가 코의 본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공기를 따뜻하게 데우고(가온), 습도를 조절하며(가습), 먼지를 거르는(정화) 핵심 부위입니다.
5. 하지만 낙타가 몇 겹의 롤케이크를 구운 것과 달리 사람의 비갑개는 단순합니다. 사람의 코에서 실제적인 에어-컨디셔닝 역할을 맡은 비갑개는 가장 아래에 위치한 하비갑개입니다. (비경을 통해 콧구멍에서도 육안으로 잘 보입니다.) 이에 반해 중비갑개나 상비갑개는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 혈관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소 호흡과는 거리가 멉니다. (주로 후각 기능과 부비동 환기 조절에 관여)
6. 하비갑개는 길이가 약 5cm 정도로 내부에 뼈가 있고, 그 위를 점막과 풍부한 혈관 조직이 덮고 있는 구조입니다. 에어-컨디셔닝을 위해 하비갑개에는 점액 분비 세포가 많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줄줄 흐르는 콧물은 대부분 하비갑개에서 나옵니다. 수술 또한 하비갑개의 부피 감소를 일차적인 목표로 진행됩니다. 우리가 코 스프레이를 뿌려야 할 곳도 하비갑개입니다.
7. 코막힘도 하비갑개 때문입니다. 우리 코에서 공기가 흘러가는 통로 중 가장 좁은 곳이 다름 아닌 하비갑개의 머리 부분입니다. (비강 밸브) 원체 좁은 부위다 보니 이곳이 조금만 부어도 쉽게 막혀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붓는 이유는 혈관 때문입니다. 폐에 들어가기 전에 온도를 맞춰줘야 하므로 하비갑개의 혈관 구조는 다른 조직과 차이가 있습니다.
8. 하비갑개 점막 아래의 정맥혈관총(venous capacity vessels, sinusoid)은 용적혈관이라고 하는 특수한 혈관인데, 이 혈관들에 피가 몰리면 평소보다 3-4배까지 부풀어 올라 코를 막을 수 있습니다. 비슷한 조직이 우리 몸에 있습니다. 맞습니다. 음경 해면체입니다. 그래서 서두에서 말씀드렸다시피 발기부전제를 먹고 난 다음에 코막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음경의 해면체에 피를 몰리게 한 약물(PDE5 억제제)의 효과가 하비갑개에도 피를 몰리게 하는 원리입니다.
9. 허니문 비염, 허니문 코(Honeymoon Rhinitis)라고 하는 현상도 있습니다. 성적으로 흥분하여 자율신경계가 자극받으면, 음경 해면체뿐만 아니라 하비갑개도 함께 반응하여 코가 막히는 것입니다. 반대 현상도 가능합니다. 오트리빈이나 슈도에페드린이 교감신경을 항진하면 소변을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발기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코가 답답한 느낌이 드셨나요?)
10. 이러고 보니 코가 크면 성기가 커다란 말이나, 야한 장면을 보고 코피를 쏟는 장면이 왠지 이해가 됩니다. (물론, 과학적 근거가 없는 속설입니다.)
11. 그런데 여기에서 의문이 생깁니다. 골치 아픈 비염의 원인이 하비갑개에 있다면 아예 하비갑개를 완전히 제거해 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게 수술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뻥 뚫린 콧구멍으로 숨을 시원하게 들이마시는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비염 수술은 현재 완전히 제거하지 않고 기능 보존을 최우선으로 하는 부분 절제 또는 점막 보존 술식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12. 그 이유는 하비갑개를 완전히 제거할 경우, 드물긴 하나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떄문입니다. "빈 코 증후군(Empty nose syndrome, ENS)"이라 불리는 이 합병증은, 객관적으로 비강이 완전히 열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역설적으로 심한 코막힘을 느낍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비강 내 공기 흐름의 변화로 인해 호흡 조절 장애가 발생하고 폐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쳐 호흡곤란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환자는 코가 너무 열려 있지만 폐를 제대로 팽창시켜 숨을 쉴 수 없는 느낌이라고 설명합니다.
13. 이런 일이 일어나는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코에 들어온 공기 흐름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던 하비갑개가 없어진 탓에 흡입되는 공기 흐름이 크게 달라진 것이 중요한 이유라고 논문에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가 들이 마신 공기는 빠르게 흡입된 뒤 다름 아닌 비갑개 머리에 부딪힌 후 층류 (직선흐름)에서 난류 (소용돌이)로 바뀌면서 비강 전체로 확산됩니다.
14. 비유하자면 하비갑개의 머리는 배가 파도를 헤치고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구조물인 배의 구선 (Bulbous Bow)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큰 배의 앞부분의 구선이 파도와 마주쳐 포말을 일으키며 그 힘을 줄여줘, 배가 물살을 헤치고 잘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15. 그래서 하비갑개가 제거된 환자의 공기 기류를 정상인과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가 납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비갑개 부위를 만난 공기 흐름이 느려지고 비강 중간 부분에서 소용돌이 (난류) 형태로 충분히 머무는 반면 빈코 증후군의 환자는 정적인 난류 형성이 비강이 아닌 넓게 열린 상악동에서만 발생한다고 보고됩니다. 미세 난류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흡입 공기는 점막과 충분히 접촉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코는 에어-컨디셔닝에 실패합니다.
16. 이러한 결과는 우리에게 코의 스프레이를 어디를 향하게 쏘면 가장 좋은가에 대한 해답을 알려줍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하비갑개의 머리 부분에 스프레이가 뿌려지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비염의 증상을 유발하는 것도 하비갑개이고, 하비갑개에 닿은 공기는 코 안 곳곳으로 알아서 뿌려지게 되어 있는 구조이므로 잘 겨냥해서 하비갑개 머리에 분사액이 닿이게 만들면 됩니다.
17. 하비갑개의 머리 부분을 목표로 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하비갑개는 콧날 (코중격) 부분이 아니라 콧방울 쪽, 즉 외측에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시면 눈을 향해 각도를 조정한다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특히 비중격으로 스프레이가 뿌려지면 코피가 날 수 있는데 눈 쪽으로 뿌리면 이도 예방됩니다.
18. 둘째로, 코 바닥을 향해 뿌려야 합니다. [하]비갑개이다 보니 코의 아랫부분, 바닥에 있습니다. 고개를 숙이면 자연스러운 각도로 스프레이가 하비갑개를 향하니 참고하세요. 그렇지 않고 똑바로 세워 뿌리면 비전정, '즉 코털이 자라고 우리가 손가락으로 닿을 수 있는 피부'에만 약이 뿌려진 탓에 흡수되지 않고 밖으로 줄줄 흘러내립니다.
19. 더불어 숨을 킁 하고 들이마실 필요도 없습니다. 하비갑개에 닿은 뒤 확산되어 코 안 곳곳을 떠다니는 걸 상상해 보면 우리가 잘 흡수되라고 킁 빨아 당기면 차라리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목 뒤가 따갑다던지 기침이 콜록콜록 나는 이유가 바로 약이 호흡점막에 흡수되지 못하고 빠른 속도로 지나쳐 (마치 빈코 증후군처럼) 비인두에 닿이느라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비슷한 이유로 노즐을 콧구멍 안에 너무 깊숙이 넣지 말고, 입구에서 살짝(약 0.5~1cm)만 진입시킨 상태에서 분사해야 약이 넓게 퍼집니다.
20. "교차 손 사용법(Cross-hand technique)"은 이러한 주의사항을 모두 만족하는 실전적인 팁이 될 수 있습니다. (오른쪽 콧구멍에는 왼손으로, 왼쪽 콧구멍에는 오른손으로 뿌리는 방법) 교차해서 구멍을 맞추느라 자연스럽게 고개는 숙여지고, 스프레이 노즐 각도는 정확하게 눈 쪽을 가리키게 됩니다. 깊게 넣는 것만 주의하시고, 흡- 하고 흡입하지 않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