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텐트를 넣을 것인가, 말 것인가? (2)

by 예재호

0. 오래된 아파트라면, 우리 집만 배관공사를 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1. ISCHEMIA 연구에는 37개국 5,179명의 환자가 참여했습니다. 스텐트 삽입군으로 분류된 참여자들은 모든 허혈 부위가 완전히 재관류되는 것을 목표로 30일 이내 시술을 받았습니다. 약물 치료군은 스텐트 치료는 받지 않았으나 스텐트 치료군과 동일하게 생활 습관 개선등 이차 예방 교육을 제공받았습니다. 두 군 모두에서 알고리즘 기반의 최적 약물치료(OMT)가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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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차 평가 항목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심근경색(MI) 발생,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정지로 인한 소생술 등 관상동맥 질환으로 일어날 수 있는 합병증을 포함하는 복합 평가변수였습니다. 관찰기간 동안 이 중 하나라도 발생한 환자 수를 비교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였습니다. 이차 평가변수로는 심혈관 사망만 따로 추리기로 했고, 심근경색이 발생하기까지 걸린 시간, 협심증 증상의 완화 정도, 환자가 호소하는 삶의 질 등을 설정했습니다.


3. 지난 글에서 말씀드렸듯 연구자들은 스텐트 군이 통계적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연구자들은 증상을 느끼지 못한 환자들은 배제하고 실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모집했고, 선택 편향을 줄이기 위해 조영술로 혈관상태를 확인하기 전에 무작위로 배정했습니다. 스텐트는 그 당시 최신 기술이 적용된 DES 스텐트가 쓰였으며, 인터벤션에 대한 숙련도와 기술이 증명된 엄선된 시술 기관을 선정해 연구에 참여시켰습니다.


4. 그런데 이렇게 충분히(?!) 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COURAGE 연구와 마찬가지로, 스텐트를 넣으나 넣지 않으나 안정형 협심증 환자의 예후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5. 평균 3.2년의 기간 동안 스텐트 군에서 318건, 비 스텐트 군에서 352건의 주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심혈관 사망, 심근경색(MI), 협심증으로 인한 입원,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심정지로 인한 소생술 등) 약물 치료만 받은 군과 비교했을 때 스텐트 군의 조정 위험비(HR)는 0.93 [95% 신뢰 구간(CI) 0.80-1.08, P = 0.34]으로 1보다 낮으니 해롭지는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우월하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6. 이차 변수 중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도 차이가 없었습니다. 스텐트 군은 145명, 약물 치료 군은 144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관찰 기간 동안 심근경색 발생률에도 유의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조정된 HR=0.92, 95% CI: 0.76-1.11) 그간 '그대로 두면 결국 막힐 게 분명하니 뚫어놓자'라는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7. COURAGE 연구와 마찬가지로 환자의 만족도, 즉 통증의 호전은 스텐트 군이 미묘하게 더 나았습니다. 다만 경중에 따라 만족도가 달랐는데 매일~매주 발생하는 협심증(22%)에서는 스텐트 치료가 협심증 증세의 조절과 삶의 질 향상에 확연히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월 단위로 협심증이 발생하는 환자(44%)부터는 개선 정도가 줄어들었고, 협심증 빈도가 낮거나 증상이 없는 환자(35%)에서는 개선이 없었습니다.


8. 예상하셨겠지만 ISCHEMIA 임상시험 이후 안정형 관상동맥질환 환자의 치료 전략은 더 이상 우선적으로 스텐트 시술을 고려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비록 증상의 호전에는 스텐트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사망률과 합병증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9. 이 글은 스텐트 무용론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목적은 절대 아닙니다. 스텐트 시술이 훨씬 이득이 되는 상황은 분명히 있습니다. 먼저 급성 심근경색의 경우 스텐트 시술은 훨씬 우월하여 필수적인 시술이 됩니다. 피떡을 녹이는 혈전용해제 tPA를 이용해 스텐트를 대신해 보려 시도한 연구는 사망률 (7%대 9%), 심근경색 재발 (3%대 7%), 뇌졸중 (1%대 2%) 등 모든 항목에서 스텐트 시술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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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관상동맥의 경부고속도로, 좌주간부(Left Main, LM)와 좌전하행혈관(pLAD)에 발생한 관상동맥질환의 치료 또한 스텐트 시술(PCI, 또는 CABG 수술)이 권고됩니다. 이는 좌전하행혈관이 심장 전벽에 혈류를 공급하는 중요한 혈관이므로 막힐 경우 심장 기능의 직접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ISCHEMIA 연구에서도 위의 병변의 환자는 연구에 참여시키지 않고 즉시 PCI를 받았습니다. 심장성 쇼크 상태에서도 스텐트를 통해 재관류를 시도했을 때 생존율의 향상(50% 대 37%)이 증명되었습니다.




11. 더불어 급성 심근경색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유발하는 경화반은 알고 보면 뚜껑이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말랑말랑한 경화반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언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건조되어 딱딱해진 북어는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지만 아직 건조가 덜 된 코다리나 생태는 상하거나 터져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12. COURAGE 연구나 ISCHEMIA 연구에서 스텐트 군이 썩 재미를 못 본 이유도 협심증을 유발하는 병변이 북어가 쌓인 지점이어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북어가 쌓여 통로가 70% 이상 막힌 곳은 그 너머 부위에 혈류량이 줄어들어 불편함을 야기할 수는 있지만 막상 큰 일을 일으키지는 않는 것입니다. 앞서 운동선수의 CAC 점수가 일반인에 비해 높게 나오더라도 막상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을 증가시키거나 사망률과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급성 심근경색의 상당수는 50% 미만 협착 병변에서 발생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13. 그래서 요즘 과학자들은 아직 숙성이 덜 된 비릿한 상태의 경화반을 구분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OCT(혈관 내 촬영, Optical Coherence Tomography) 나 IVUS(혈관 내 초음파 Intravascular Ultrasound)등의 검사는 얇은 섬유막을 가진 취약 경화반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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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운동선수들의 굳은살은 반복된 훈련으로 생긴 영광의 상처지만, 동맥경화반은 그런 식으로 강화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혈소판 때문입니다. 기껏 덮여놓는 데 성공한 상처를 다시 혈압을 올리고, 다시 흡연하고, 다시 혈당관리를 하지 않으며 위의 경화반 뚜껑을 불안정하게 해 밑에 있던 폐기물을 노출시키면 혈소판이 흥분해 혈관 안에서 피떡을 만들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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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혈관의 경화반을 굳은살로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 인내와 시간뿐입니다. 금연하고, 혈압을 잘 관리하고, 혈당을 관리하십시오. 혹시 혈소판을 진정시키는 항혈소판제제를 처방받으셨다면 꾸준히 복약하십시오. 또한 마지막으로 스타틴을 잘 드셔야 합니다. 스텐트 군이 억울하게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스타틴이 부린 마법 때문입니다. 경화반(plaque)은 국소적인 징후이지만,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요인은 전신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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