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신장병증, SGLT-2i 심화 (2)

by 예재호

1. 이 약은 저산소증에 시달리던 신장의 숨통을 틔워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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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우리 신장이 하는 일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일부러 내다 버린 나트륨을 엄청난 에너지와 산소를 써서 다시 주워 오는 펌프’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나트륨 분자 입장이 되어 신장을 통과하게 되는 과정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심장이 짜주는 힘을 토대로 사구체에서 밀려 나옵니다. 어제 다룬 족세포의 슬릿도 나트륨 분자를 잡아둘 만큼 촘촘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앞서 말씀드렸듯 미련 없이 나트륨을 버리도록 진화되었다고 하는 게 더 올바른 설명입니다. 사구체에서는 나트륨을 붙잡아 둘 어떤 조치도 발견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4. 사구체에서 이렇게 무책임하게 나트륨이 폐기되는 건 사실 제법 위험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서의 나트륨은 그냥 짠맛이 나는 분자가 아니라 수분을 붙잡아 두는 삼투압을 만드는 근본적인 힘이기 때문입니다. (생선을 염장해서 보관하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만약 이렇게 나트륨을 모조리 빠져나가게 그냥 둬 버리면 우리 몸은 순식간에 탈수되어 사망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5. 그래서 우리 몸은 미련하게도 방금 (부주의하게) 버린 나트륨을 곧장 다시 흡수합니다. 사구체에서 흘러나온 원뇨가 마주치는 첫 번째 오줌 통로, 근위세뇨관이 바로 흘러나온 나트륨의 70%를 곧장 재흡수하는 장소입니다. (The proximal convoluted tubule (PCT) is responsible for approximately 70% of sodium reabsor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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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근위 세뇨관은 세포 하나를 두고 몸으로 되돌아가는 모세혈관과 접해 있습니다. 이 구조는 원료에서 재흡수한 나트륨을 모세혈관에 곧장 다시 입금하기에 최적입니다. 한데 이 과정이 그냥 자동으로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나트륨을 환불하는데 실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산소가 필요합니다. 얼마나 많은 품이 들어가냐면, 신장의 무게가 250g~300g이므로 체중에서 겨우 0.4% 정도밖에 안되는데 정작 산소는 무려 7~10%나 쓰는 이유가 바로 이 나트륨 재흡수에 쓰일 에너지(ATP)를 생산하는데 그 만치의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에너지도 많이 소모합니다. (이럴 거면 도대체 왜 버린 건지 모르겠습니다)


7. 또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에너지를 쓰는 것까지는 좋다 치고 나트륨을 재흡수하려면 펌프를 당연히 오줌이 지나다니는 길 쪽에 설치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게 아닙니다. 복잡하게도 신장세포에서 나트륨을 퍼내어 모세혈관으로 보내는 데 펌프를 설치했습니다. 뭐, 따지고 보면 이거나 저거나 큰 차이가 안 난다고 할 수 있지만 굳이 중개인을 한번 더 거치는 것 같아 맘에 썩 들지 않습니다. (일단 밖으로 퍼낸 덕에 세포의 나트륨 농도는 극도로 낮아져 있으므로, 오줌에서 나트륨을 흡수하는 데는 세포가 문만 열어주면 됩니다)


PCT_drwng.png 나트륨-칼륨 펌프(Na⁺/K⁺-ATPase)


8. 이렇게 비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나트륨을 재흡수하는 데에는 사실 진화론적으로 타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다 버린 뒤에 재흡수하는 방식이 번거롭긴 해도 생명을 유지하기에는 훨씬 안전합니다. 신장이 이건 버려도 되나? 이건 놔둬야 하나를 일일이 구분할 필요가 없이 일단 밖으로 전부 던져버리니까 검열되지 않은 이물질에 피해를 입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신약조차도, 당연히 우리 몸이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화학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소변을 통해 제거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9. 더불어 소변이 지나가는 길의 반대편에다 펌프를 달아 복잡한 구조를 만든 된 데에도 또 이유가 있습니다. 중개인, 즉 세포 나트륨 농도를 낮춤으로써 만들어진 농도 기울기를 소변에 섞인 또 다른 필수 분자를 재흡수하거나 맞바꾸는 데에도 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무임승차하는 분자에는 포도당, 아미노산, 수소 등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신장은 나트륨을 일종의 에너지 화폐처럼 쓰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 미토콘드리아의 ATP 충전 과정에 쓰이는 H+ 이온처럼)


https://brunch.co.kr/@ye-jae-o/130


10.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이번 주제인, 포도당을 재흡수하는 작업입니다. 슬프게도 포도당도 나트륨처럼 사구체에 걸리는 크기가 아니어서 일단은 전량 내다 버리는 식으로 처리됩니다. (참고. 사구체 필터 크기는 약 4~8nm이고 포도당은 고작 0.8nm 가량) 그래서 하루에 사구체를 통해 여과되는 포도당이 무려 160~180g에 달합니다.


11. 이렇게 나트륨이 만들어 놓은 농도 기울기를 이용해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어오게 만드는 채널의 이름이 바로, SGLT(Sodium-Glucose Linked Transporter)입니다. 이 장치의 효율은 매우 뛰어나 정상적이라면 내다 버린 포도당의 90% 를 재흡수할 정도입니다. 예상하셨겠지만 나트륨 농도로 만들어진 돈(전기 낙차)은 이 포도당을 재흡수하는데 독보적으로 가장 많이 쓰입니다. 그러니까 돌고 돌아 포도당을 다시 흡수하는데 우리 신장은 상당히 많은 ATP와 산소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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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렇게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온 소변에 포도당이 섞여버렸다는 것은, 그래서 상당히 섬뜩한 일이 됩니다. 산소는 산소대로 내어쓰고, ATP는 ATP대로 내어썼음에도 나온 것이니까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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