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신장병증, SGLT-2i 심화 (1)

by 예재호

1. 이 세포는 한 번 만들어진 뒤에는 더 이상 재생이 되지 않는 세포로, 만약 소변에 단백질이 나왔다면 이 세포가 망가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혈액에서 소변을 걸러내는 첫 번째 과정인 사구체는 세 개의 필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중 최외각의 족세포는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가는 걸 막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족세포는 몸통 하나에 어마어마한 개수의 미세한 돌기가 달려 있는데, 신비롭게도 마치 다정한 연인이 손깍지를 끼듯 서로 다른 족세포의 돌기끼리 정교하게 맞물려 있습니다. 이 사이에 난 미세한 틈(Slit Diaphragm, Nephrin과 Podocin이 있음)을 통해야만 원뇨가 되는데 단백질은 원체 덩치가 커서 원래대로라면 이 틈을 통과하지 못합니다.


podocyte_real.png 너무 아름답습니다.


3. 안타깝게도 이 족세포는 신경의 뉴런처럼 한번 만들어지면 더 이상 재생이 불가능한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어날 때 이미 족세포의 개수가 정해져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유는 사구체라는 매우 특수하고 가혹한 환경 때문입니다. (세포 입장에서 본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압력으로 한 순간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머리 위로 혈액이 흘러가는 데, 분열하겠답시고 슬그머니 긴장을 푸는 순간 곧장 폭포수처럼 피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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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서 족세포의 건강에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자가 정비입니다. 저 아름다운 세포의 숫자가 한정돼 있다니 우울해하지 마십시오. 족세포의 자가정비 능력은 뛰어납니다. 자가 정비는 바로 자기 포식(autophagy)을 말합니다. 내부의 손상된 단백질이나 망가진 미토콘드리아를 잡아먹고 양분으로 쓰는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이미 자기 포식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바로 비구아나이드, 메트포르민이 항노화치료제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한 부분입니다. 메트포르민은 AMPK경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세포가 확장과 생산보다 자가 정비에 주력하도록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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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MPK 경로란 세포 내에 에너지 ATP가 부족할 때 활성화되는 경로로서 일명 저전력 모드에 해당합니다. 절전 상태의 세포는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거나 세포를 키우는 '에너지가 드는' 작업을 중단하고 대신 낡은 미토콘드리아나 변성된 단백질을 잡아먹어 에너지로 재활용합니다. 반대의 경로는 mTOR입니다. mTOR 경로가 활성화되면 세포는 커지고 리보솜에서 단백질을 생산하고 마침내 분열하고 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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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래서 족세포의 건강을 위해서는 AMPK 경로는 활성화되고 mTOR 경로는 억제되어야 합니다. 에너지가 많으면 안 되고 적당히 굶어야 좋다는 뜻입니다. 한데, 당뇨병성 신장병증에서는 이런 상황이 유지되지 않습니다. 일단 (단순하게도) 혈액에 포도당이 많습니다. 더구나 고 인슐린은 mTOR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입니다. 김여사는 우리 아이들이 무럭무럭 크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다른 데 돈을 아낄지언정 세포에게는 에너지를 줘야 직성이 풀립니다. (보디빌더들이 인슐린을 쓴다는 이야기 기억나시죠, PI3K-Akt-TSC1/2 inhibition-mTORC1 activation)


7. 결국 족세포는 풍요로워진 환경에 자기도 모르게 몸집을 불립니다. 딱 맞게 떨어지던 연인의 손가락은 군살이 배기어 틈이 벌어지고, 에너지가 많으니 AMPK 경로를 쓸 필요가 없으므로 자가포식도 중단합니다. 한데 다른 세포들이야 이다음에 분열하면 된다지만 우리의 족세포는 그럴 수가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자가 포식을 중단한 세포는 노화합니다.


8. 그 와중에 사구체에 들어오는 수압은 줄지 않고 반대로 늘어납니다. 동맥은 경화되고, 혈압은 높아지고 재처리할 포도당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먹을 게 많으니 자가 정비에 소홀했던 어느 족세포가 결국 버티지 못하고 대열에서 이탈하여 장렬히 사망합니다. 그 빈자리를 메꾸는 방법은 옆에 있던 족세포가 커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족세포의 비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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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하지만 족세포 하나가 죽으면,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옆집 족세포가 더 크게 몸집을 불려야 합니다. 더 커진 옆집 세포는 더 큰 압력을 받게 되고, 결국 그 족세포 또한 버티지 못합니다. 사구체 전체 족세포의 20%가 사라지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사구체 자체가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사구체 경화증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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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당뇨약 SGLT-2i는 이런 족세포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교정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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