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도스테론 (3)

by 예재호

1. 단백뇨는 혈액에서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오는 것이고. 당뇨는 포도당이 넘쳐 소변에서 검출되는 것이고. 혈뇨는 아예 피가 새어 나온 것입니다. 그러므로 결국 신장병이란 신장이라는 댐에 구멍이 송송 나 제대로 혈액을 담아내지 못해 생기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dam1.png


2. 그런데 왜 신장이 극도로 나빠지면, 소변 양이 되려 줄어들거나 아예 나오지 않게 되는 것일까요? 새어 나오는 게 문제라면, 결국 숭덩숭덩 다 빠져나올 테니 소변양이 되려 늘어야 이치에 맞는데요. 마치 댐이 무너진 뒤 물이 콸콸콸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3. 신장(콩팥)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 신부전(ESKD)도 심부전처럼 장기가 딱딱해져야 옵니다. 특수한 기능을 지닌 세포들이 반복적으로 손상받고, 괴사 하면 흉터 조직으로 변하고 그 결과 장기가 마치 흔적기관처럼 쪼그라들어 종극에는 혈액 공급도 끊깁니다. 심한 신장병증 환자가 소변양이 줄어드는 것은 바로 거름망이었던 세포들이 쪼글쪼글한 흉터로 변해 더 이상 원래의 기능을 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앞서 이런 섬유화 과정에 알도스테론이 깊이 관여한다는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4. 한데, 심부전과 똑같이 신장의 섬유화에도 알도스테론이 관여함에도 의사들은 신장에는 알닥톤을 쓰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알닥톤이 알도스테론 수용체(MR)에 결합해 알도스테론 자리를 빼앗는 방식으로 이뇨 작용은 하지만, 리간드 비의존적 활성화 과정(앞서 비유전체적 작용이라 설명드렸던, MR-Rac1-NOX의 활성화)을 막으려면 알닥톤을 너무 많이 복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5. 특히 가뜩이나 신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알닥톤을 처방할 경우, 고칼륨혈증을 유발해 부정맥 등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알닥톤이 스테로이드 골격을 가진 핵 내 유전체적 작용을 하는 약제라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케렌디아, 피네레논은 비-스테로이드성 MRA로서 이뇨 작용을 담당하는 유전자는 덜 건드리면서, 염증과 섬유화를 더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습니다.




6. (당뇨병성 신장병증을 포함한) 신장병증이 말기로 진행되는 데에는 섬유화가 가장 중요한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정상 신장의 길이는 10~12cm인데 반해, 만성신장병증 환자의 신장 길이는 9cm 이하로 줄어들고 표면 또한 매끄럽지 않고 울퉁불퉁해지는데 이게 다 섬유화의 결과입니다. 큰 흉터가 시간이 지나면 단단해지고 오그라들며 구축이 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신장 부전 상태는 사실 필터 기능이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필터였던 것'들이 모두 흉터로 변해 버린 것이 문제입니다.


kideny_.png


7. 이렇게 신장이 섬유화 되는 데에는 높은 사구체 압력과 같은 물리학적 요인도 있습니다만, 앞서 다룬 심부전과 마찬가지로 알도스테론 경로의 과활성화가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한데 케렌디아 편에서 말씀드렸지만 신장에서는 알도스테론 없이 통역관 단백질 MR이 중간관리자 Rac1과 결합해 제멋대로 활성화되는 과정도 중요했습니다.


https://brunch.co.kr/@ye-jae-o/206


8. 먼저 신장병증에서 알도스테론, MR의 활성화가 신장 기능 저하에 끼치는 영향을 위치별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당뇨병성 신장병증을 위주로) 가장 먼저 사구체입니다. 사구체의 구조 손상, 특히 족세포 손상에 알도스테론-MR-Rac1 이 관여합니다. 사구체는 3개의 층으로 되어 있는데 족세포 간의 슬릿은 단백뇨를 막는 최외곽 방어선입니다. 경화반의 형성과정에서 다뤘듯 Rac1는 세포의 골격이라 할 수 있는 액틴 구조를 변경시키는데 Rac1이 활성화되면 촘촘하게 붙어 있던 족세포의 간격이 느슨해집니다. ("그런데 가만히 있던 세포에 바퀴를 달아준 것도 아닌데 다른 층에 있던 있던 평활근이 옮겨오는 것은 제법 신기한 일입니다.") 둘째로 Rac1는 NADPH oxidase(NOX)를 활성화시켜 산화스트레스를 높이고 이는 족세포의 세포 자멸사에 큰 원인이 됩니다. 결과적으로 단백뇨가 검출됩니다.


9. 두 번째 단계, 사구체 다음 장소인 근위세뇨관(PTC)입니다. 근위세뇨관은 사구체에서 충분히 걸러지지 못하고 새어 나온 물질들을 재흡수하느라 여념이 없는 곳입니다. 효율도 굉장해서 흘러넘친 포도당의 99%를 재흡수할 정도입니다. 그런데 포도당 재흡수 (SGLT2), 단백질 재흡수(Endocytosis) 등은 미토콘드리아에서 만든 에너지, ATP를 써 진행되는 능동 수송 과정입니다. 신장병증이 생겨 업무량이 늘어나며 근위세뇨관 세포에는 산화스트레스가 축적됩니다. 결국 근위세뇨관은 신장에서 그 무엇보다 가장 먼저 손상받으며 (사구체보다 더 빨리!) 자멸하고, 섬유화 됩니다.


PTC.png


10. 근위세뇨관(PTC) 세포는 스트레스에 참다못해 형질변환도 합니다. ‘여기서는 도저히 못 살겠으니 뭔가 수를 내야 해 ‘라는 판단을 하는 것은 역시 Rac1 단백질입니다. 경화반 형성에서 중막에 있던 평활근세포가 건너와 섬유아세포처럼 작용하는 형질전환이 일어나듯 PTC의 상피세포도 형질전환을 하여 본격적으로 콜라겐을 많이 합성하기로 합니다. 이 또한 알도스테론이 하는 작용입니다.


11. 세 번째는 메산지움 세포의 과증식에도 알도스테론과 MR이 관여합니다. 메산지움 세포는 모세혈관 덩어리인 사구체를 떠받치는 지지대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인데 신장병증에서 이 메산지움 세포가 부풀고 딱딱해지는 경향이 발견됩니다. 이는 과도해진 RAAS 등으로 사구체 내압이 증가하는 등 (사구체 고혈압) 물리적으로 보강작업이 시도되는 이유도 있지만 역시 MR-Rac1-NOX 항진으로 ROS가 발생하여 섬유화가 일어나는 것도 원인입니다. 기둥이 굵어지니 정작 내부 공간은 좁아지고 이는 신장 기능을 더욱더 축소시킵니다.


KWnodule.png 당뇨병성 신장병증에서는 이런 메산지움 세포의 경화되어 덩어리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Kimmelstiel–Wilson nodules)


12. 케렌디아는 위의 세 가지 섬유화 과정을 모두 저용량으로도 효과적으로 막아냅니다. 알닥톤도 하려면 못하는 건 아니겠으나 앞서 말씀드렸듯이 MR-Rac1을 억제시킬 정도로 고농도를 투여할 수가 없습니다. 알닥톤은 원래부터 프로게스테론의 구조에서 출발한 스테로이드성 약물(지질)로서 MR에 알도스테론 대신 결합은 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유전체적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해 케렌디아는 비 스테로이드성 약물로서 MR과 더 강하게 결합하여 MR의 활성화를 막습니다.


kerendia_mech.png


13. 반면 케렌디아는 고전적인 알도스테론 작용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습니다. 원위세뇨관과 집합관은 알도스테론의 고전적 작용부위라 할 수 있는데, ENaC 가 활성화되어 나트륨은 재흡수하고 칼륨은 배설하는 작용에는 케렌디아는 알닥톤에 비해 낮은 효과를 보입니다. 그래서 고칼륨혈증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14. 케렌디아는 알도스테론이 정상인 당뇨 신장병증 환자에서도 효과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위에서는 알도스테론 → MR → Rac1의 순서만 다루었지만 Rac1의 단독 활성으로 시작되는 MR, 섬유화 경로도 있기 때문입니다. ("고혈압으로 인한 기계적 스트레스, 고혈당으로 인한 대사적 변화, angiotensin II의 분비, 인슐린 저항성과 늘어난 지방산등은 Rac1으로 하여금 ‘여기서는 도저히 못 살겠으니 뭔가 수를 내야 해 ‘라는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이런 판단을 한 Rac1는 NADPH oxidase를 활성화해 세포의 산화스트레스(ROS)를 늘리고 NF-kB를 깨워 염증 작용을 시작합니다.") 특히 비효소적 당화는 Rac1을 직접 킬 수도 있습니다.


15. 둘째, 알도스테론은 정상이더라도 11β-HSD2이 낮아져 코티솔이 신장 등의 MR에 작용하는 경우에도 케렌디아는 효과가 있습니다. 당뇨, 비만, 고 인슐린 상태는 코티솔을 분해해 알도스테론 작용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11β-HSD2 작용이 정상인에 비해 저하됩니다. 알도스테론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MR에 작용하는 케렌디아는 코티솔의 작용도 잘 막아냅니다. (이전 감초 주사 편 참고)


https://brunch.co.kr/@ye-jae-o/197


(계속)


16. 덧) 그나저나 알도스테론 등에 의한 섬유화가 소변양 감소의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 전까지 과학자들은 이런 ESKD의 무뇨로 변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어떻게 해석했을까요? 찾아보니 여러 이론이 분분했다고 하는데, 첫째 노폐물 덩어리가 사구체를 막는다, 두 번째는 신장의 혈액이 줄어든다, 세 번째는 기능하는 네프론 수가 줄어든다 등으로 짐작했다고 합니다. (Bricker, intact nephron hypothesis)

작가의 이전글알도스테론 (2) - 알닥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