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약은, 약을 충분히 써도 좋아지지 않는 당뇨병성 신장병증 환자에게 쓰입니다.
2. 케렌디아(피네레논, finerenone)는 신장 기능 저하가 동반된 당뇨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알도스테론 치료 옵션입니다. 알도스테론은 체액량을 유지하기 위해 신장에서 나트륨을 더 많이 재흡수하도록 지시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인데, 과도하게 작용하면 신장에 부담을 지우고 지속되면 결국 투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3. 이런 알도스테론의 작용을 막아주면 신장 기능을 보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ACE 억제제나 ARB과 같은 혈압약이 알도스테론의 작용을 막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한데, 최대 용량으로 투여받음에도 불구하고 신장 기능이 지속적으로 나빠지는 환자도 있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연구한 결과, 놀랍게도 알도스테론 없이도, 알도스테론이 결합하는 수용체만으로도 신장 기능에 심각한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케렌디아는 바로 알도스테론이 결합하는 미네랄로코티코이드(MR) 수용체를 무력화시킴으로써 신장의 섬유화를 막아냅니다.
4. 알도스테론은 부신에서 만들어지는, (콜레스테롤을 재료로 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서 코티솔과 태생이 같으며 특징도 비슷합니다. 반복되는 내용이기는 하나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지용성(기름)이라 기름으로 만들어진 세포막은 물론 핵막까지 자유롭게 통과해 유전자 수준에서 다양한 작용을 해낼 수 있습니다.
5. 한데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나왔다고 해서 모조리, 무작정 설계도(DNA)를 읽어야 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 세포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지닌 메시지가 선별적으로 핵에 전달될 수 있도록 점검하는 절차를 따로 마련해 두었습니다. 혈액에서 흐르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1) 세포질에 존재하는 수용체와 결합하고, 2) 이후 세포질 내 중간 매개체(Ras/Rho 등)가 순차적으로 검증하며 3) 마침내 핵 내 DNA에 작용합니다. 앞서 스타틴의 다면적 효과 또한 중간 매개체가 승인되는 데 필요한 단백질(프레닐화)을 억제함으로써 유발된다고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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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런데 이런 중간 매개체와 수용체가 핵까지 들어가 유전적으로 발현되지 않고도 어떠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농도 스테로이드 치료가 염증을 즉각적으로 억제하는 마법이 바로 여기에 해당했습니다. 평소보다 과하게 결합된 글루코코티코이드 수용체는 핵까지 들어가지 않고 세포질 내에서 염증 반응의 사령관 NF-kB를 직접 방해해 염증 반응이 즉각 멈춰지게 만듭니다. 우리는 이를 비유전체적 작용(non‑genomic)라 불렀습니다.
7. 알도스테론 역시 코티솔처럼 비유전체적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평소 알도스테론은 MR(미네랄로코티코이드 수용체)와 결합해 신장 세포 DNA에 작용해, 나트륨을 재흡수하는 통로를 만들어 곳곳에 배치하라고 지시합니다. 한데, 특정 상황에서는 알도스테론 없이도 수용체(MR) 단독으로 비유전체적으로 (정확히는 리간드 비의존적 활성화 Ligand-independent activation) 세포질 내에서 작용할 수 있습니다.
8. 앞서 코티솔과 차이가 있다면 코티솔의 비유전체적 작용은 의사들이 치료제로 응용하는 반면, 알도스테론의 MR 활성화는 병적인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ACE억제제로 알도스테론이 덜 분비되게 해도, 즉 혈중 알도스테론 수치가 내려가도 신장기능이 떨어지는 불가사의한 현상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발생했습니다.
9. 원래 알도스테론 수용체(MR)는 흘러 들어온 알도스테론을 해석해 주는 통역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었습니다. 그런데 고혈당, 고혈압, 비만 상태가 되면 이 통역관이 마치 알도스테론을 전달받은 척 통역을 마음대로 시작해 버립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중간 관리자 Rac1 단백질의 ‘스트레스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10. Rac1와 같은 Rho 계열 단백질은 앞서 동맥경화 편에서 다루었습니다. Rho 단백질은 세포가 물리적으로 변화하게 만드는 기동장치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동맥경화에서는 평활근세포의 액틴에 작용해 중막에서 내막으로 옮겨오게 만들었으며 ("그런데 가만히 있던 세포에 바퀴를 달아준 것도 아닌데 다른 층에 있던 있던 평활근이 옮겨오는 것은 제법 신기한 일입니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1. 그런데 과도한 자극을 받은 Rac1 단백질이 자체적으로 활성화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고혈압으로 인한 기계적 스트레스, 고혈당으로 인한 대사적 변화, angiotensin II의 분비, 인슐린 저항성과 늘어난 지방산등은 Rac1으로 하여금 ‘여기서는 도저히 못 살겠으니 뭔가 수를 내야 해 ‘라는 판단을 하게 만듭니다. 이런 판단을 한 Rac1는 NADPH oxidase를 활성화해 세포의 산화스트레스(ROS)를 늘리고 NF-kB를 깨워 염증 작용을 시작합니다.
12. 원래 염증과 산화스트레스는 곁에 있는 세포들에게 상황을 간단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었습니다. 예전만 해도 산화스트레스는 위기상황을 전달한 뒤 금세 정상화될 수 있었고, 염증 또한 일정 시간이 지나 제 역할을 마치고 나면 더 이상 문제될 일이 없었습니다. 한데 반복적으로 강화되는 현대 시대에서는 이러한 간편한 의사소통 방식이 만성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합니다.
13. 흥분한 Rac1은 MR에 결합하고, MR-Rac1 복합체는 알도스테론의 비유전체적 작용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알도스테론은 기본적으로 출혈이나 패혈증, 탈수와 같이 체액량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상황에 신장으로 하여금 대응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알도스테론이 과도하게 작용되는 긴급상황, 즉 비유전체적 작용은 코티솔과 완전히 반대로 NF-kB는 켜지고 섬유화가 강화(TGF-β 경로)되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일단 흘러나오는 피를 막으려면 흉터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상상황임을 알리려면 염증신호를 최대로 켜야 합니다.
14. 결과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족세포(podocyte)의 탈락입니다. 앞서 당뇨병성 신장병증에서 다루었듯이 족세포의 탈락은 사구체에서 알부민을 걸러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알부민뇨는 그 자체로 신장세포의 손상을 유발했습니다. 두 번째는 중막의 평활근세포가 형질변환을 하듯 사구체의 간질세포도 섬유아세포화 형질변환을 하고 본격적으로 섬유화를 유발합니다. (사구체는 3중 막 필터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막은 차례대로 모세혈관 내피세포 - 사구체 기저막 - 발세포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