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신장병증, SGLT-2i 심화 (4)

by 예재호

1. 케톤은 사망률이 높은 심각한 당뇨 합병증인 급성케톤산증을 유발하는 물질입니다. 그래서 의사에게는 본능적인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게 사실입니다. 한데, 대조적 이게도 환자분들에게는 케토제닉 식사법의 유행 때문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관심과 호감을 끌고 있습니다. 이런 애증의 케톤 대사에 관해 정리합니다.


2. 지방은 단위 무게당 가장 칼로리를 많이 가진 상당히 효율적인 영양분입니다. 우리 몸에서 중성지방으로 지방세포에 에너지를 저축하는 까닭이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세포 입장에서 보았을 때 지방은 썩 반길 만한 연료라고 하기에는 좀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태우면 많은 칼로리가 나오지만 덩치가 크고 복잡한 구조여서 태우는 과정이 포도당 등에 비해서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3. 포도당과 대비해 지방의 연소 과정을 살펴보면 단점이 명확합니다. 첫째, 탄소 고리가 많아 (일반적인 음식의 지방산의 탄소 사슬은 14~22개 정도, 포도당의 경우 6개) 미토콘드리아에서 태우기 전에 몇 번 더 분할해줘야 합니다. 포도당도 해당과정을 통해 피루브산으로 분할해줘야 하는 건 마찬가지만 그래도 한 번만 잘라주면 됩니다. (참치 해체와 고등어 해체를 떠올리십시오.)


4. 둘째, 포도당을 태워 에너지로 쓰는 것보다 산소가 더 많이 들어갑니다. 포도당은 산소(o2) 6 분자만으로 다 태워지지만 지방산은 4배에 가까운 산소를 불어넣어줘야 그제야 태워집니다. 셋째. 지질 성분이다 보니 미토콘드리아 내부에서 처리되려면 특수한 가이드가 있어야 합니다. 마음대로 들어와서 마음대로 헤집게 둘 수 없으므로 꼭 지방산 결합 단백질을 붙여야 합니다.


5. 사실 가이드가 없다면 유리 지방산은 아예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가지도 못합니다. 참고로 유행하는 영양제 카르니틴이 바로 유리지방산을 태울 때 붙어주는 가이드 단백질입니다. 카르니틴이 많으면 유리지방산이 에너지로 더 많이 쓰일 수 있다는 개념에서 영양제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중쇄 지방산(MCT)이 소개되는 이유도 태우기 전 사전 작업이 그나마 간단해서 그렇습니다. 중쇄지방산은 탄소사슬이 8~12개인 물질로 분할 횟수가 적고 카르니틴도 필요 없습니다. (코코넛오일-탄소사슬 12개)


6. 넷째. 이게 사실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뇌에서는 지방을 안 씁니다. 뇌혈관장벽 (BBB)을 통과하기에 유리지방산 분자는 너무 크고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활성산소도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 몸의 VIP 뇌는 지방 대사를 하지 않습니다.


7. 그래서 케톤은 '(아마도) 중추신경계를 위해 간에서 만든 특별식’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케톤은 탄소 사슬이 4개(아세틸 CoA를 두 개 붙인 형태)여서 뇌혈관장벽을 자유롭게 통과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쓸데없이 케톤이 만들어지는 궁극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결국 지방세포에 저장된 중성지방을 써야 하는데 (그러려고 저장해 둔 것이기도 하고요) 뇌 입장에서 본다면 그 유리지방산은 뇌혈관장벽을 못 넘으니 그림의 떡이 되기 때문입니다. VIP를 굶길 수는 없습니다.


8. 케톤은 다른 세포에서는 못 만들고 오직 간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에서만 생성합니다. 케톤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일단 사슬 개수가 많은 유리지방산을 통나무, 영양분을 분해해 나온 에너지의 기본 단위 아세틸 CoA를 장작이라고 하겠습니다. 벌목된 유리지방산(FFA)을 간세포가 흡수합니다. 흡수한 유리지방산은 간세포 내부로 유입되고, 카르니틴과 결합한 뒤 미토콘드리아 내부로 들어가 2마디씩 끊어져 아세틸 CoA (탄소사슬 2개)로 잘립니다.


9. 이 아세틸 CoA(장작)은 다른 세포에서는 태워서 불멍을 하거나(ATP 10개가 나옴), 혹은 세포질로 나와 합판이나 각재로 재조합되어 건물을 짓는 데 쓰입니다. 맞습니다. 여기에서 합판과 각재가 바로 콜레스테롤이 됩니다. 세포질에서는 장작 3개를 하나로 묶어 HMG-CoA(탄소사슬 6개)로 만듭니다. 우리가 앞서 다룬 스타틴이 이 HMG-CoA를 환원(-COOH를 CH2OH로)시키는 효소를 억제했습니다. 장작 3개가 묶인 HMG-CoA가 환원되면 메발론 산이 되어서 무조건 콜레스테롤을 만들게 되거든요.


10. 여하튼 간세포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특이하게도 아세틸 CoA 세 개를 묶어 HMG-CoA를 만든 뒤에 분해해 하나의 케톤(탄소사슬 4개)을 만들어 냅니다. 이때 쓰이는 효소의 이름은 HMG-CoA 합성효소 2 (HMGCS2)라고 부릅니다. 똑같이 장작 세 개를 가지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데 세포질에서는 합판을 만들고,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케톤(특수식)을 만드는 겁니다. 그래서 유리지방산을 통나무, 영양분을 분해해 나온 에너지의 기본 단위 아세틸 CoA를 장작에 비유한다면, 케톤은 압축 장작에 가깝습니다.


11. 그래서 사실 케톤을 만드는 데 꼭 재료가 유리지방산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포도당이 분해된 피루브산도 아세틸 CoA가 되고 아미노산도 아세틸 CoA로 조각나는 것은 같으니까요. 하지만, 간에서 특수식을 만들려면 꼭 인슐린의 감시를 벗어난 상태여야만 가능하므로 실제로는 유리지방산(FFA)만 케톤으로 변환됩니다. (예외도 있음) 인슐린이 정상적으로 분비된다면 사실 케톤은 거의 만들어질 수가 없습니다. 김여사가 못 만들게 딱 막거든요. 그래서 정상인이라면 케톤 산증이 발생할 수가 없습니다.


12. 사실 우리 김여사 입장에서 보았을 때 케톤을 만든다는 건 하등 쓸모가 없는 낭비에 가깝습니다. 아니 쌀(아세틸-CoA)이 있으면 밥을 해 먹으면 되지 그걸 막걸리(케톤)로 만들 필요는 전혀 없어 보이니까요. 그래서 인슐린이 작용하면 간에서 장작이 남으면 케톤을 만들지 않고 중성지방으로 합성되는 쪽으로 흐릅니다. (간에서 피루브산이 옥살로 아세테이트 경로로 대사 되도록 유도하므로 아세틸-CoA가 TCA 회로로 들어가 버리므로 남는 아세틸 Co-A가 모자람, 더불어 HMGCS2 활성도 억제)


13. 하지만 케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습니다. 케톤은 심각한 기아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뇌혈관장벽을 넘어 VIP를 살릴 뿐만 아니라, 케톤을 만들며 간에서 NADH를 하나 더 끼워서 만들어내므로 생성가능한 ATP 총량에 보너스가 있습니다. (2개의 아세틸-CoA로 분해되니 10 ATP x2, 에 NADH가 2.5 ATP) 뇌가 좋아하는 주식 포도당과 비교해도 장점이 명확합니다. 포도당은 탄소가 6개인데 아세틸-CoA는 케톤과 똑같이 2개밖에 못 만들거든요. 뇌에서 포도당으로 콜레스테롤과 같은 지방산을 만들 때에도 2개씩 버리면서 아세틸-CoA 2개를 만드는 것보다 깔끔하게 케톤을 뚝 잘라 뚝딱뚝딱 만드는 게 훨씬 낫습니다. (포도당은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가서 분해된 뒤 시트르산을 통해야만 밖으로 나옴)


14. 어쨌든 인슐린이 작용하는 한 장점이 있든 없든 케톤은 잘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네, 맞습니다. 당뇨의 합병증으로 케톤산증이 등장하는 것과 당뇨의 예방법과 관리로 간헐적 단식이나 저탄고지, 케토제닉 식단이 각광받는 것 모두 케톤이 인슐린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입니다. 더불어 SGLT-2i 가 케토시스를 유발하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인슐린에 직접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혈당을 떨어뜨리는 당뇨약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같은 고혈당임에도 불구하고 HHS(고 삼투압성 고혈당 상태)와 DKA(케톤산증)로 분류되는 것도 결국은 일을 제대로 하든 못하든 '인슐린이 있냐 없냐'가 케톤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런데 왜 메트포르민은 SGLT-2i가 되지 못하... 읍읍)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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