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신장병증, SGLT-2i 심화 (5)

by 예재호

1.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꾸덕한 버터와 중쇄 지방산(MCT)을 섞어 마시는, 열량이 무려 200kcal를 초과하는 이 방탄커피가 바로 키토제닉 식단을 유행시킨 원조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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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방은 아예 맛조차 보지 않으려는 까다로운 최고 존엄, 뇌를 위해 간에서 특별히 제조하는 케톤은 김여사(인슐린)가 보기에는 세상 쓸모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름의 장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뇌가 평소 드시는 주식, 포도당과 비교하여 케톤의 장점을 살펴보고 왜 케톤 식이가 유행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에 대한 의사들의 입장은 어떻게 변해 갔는지 살펴봅니다.




3. 최초의 케토제닉 식단은 1920년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의 와일더(Wilder) 박사가 소아 뇌전증 환자를 위한 치료 식단으로 처음 개발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당시에는 케톤이나 지방 대사가 알려지기 전이었고, 굶는 것이 뇌전증에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시도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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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실제로 케토제닉 식단은 약물로 조절이 되지 않는 소아 뇌전증 환자에게 여전히 좋은 치료법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세계 여러 병원에서 케톤 생성 식이를 시행한 환자들 중 약 20-30%에서 경련발작이 90% 이상 억제되는 우수한 효과를 보이며 나이가 어릴수록 더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2년 정도 철저히 케토제닉 식단을 유지하며 경련 발작이 조절된 경우, 식이를 중단하더라도 경련발작이 재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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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키토제닉 식단이 갖는 장점으로 대중에게 먼저 알려진 부분도 뇌기능 개선입니다. 일단 (검증 유무와 상관없이) 선전되는 키토제닉 식단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멍한 느낌이 없어지고 집중력이 향상되는데 그 효과가 체감될 정도로 빠르다. 2) 치매를 예방한다. 3) 식욕을 줄임으로써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 4) 근육 손실 없이 지방만 줄일 수 있다. 5) 혈당 스파이크 없이 충분한 에너지를 얻는다. 6) 암세포가 주로 쓰는 포도당이 아닌 케톤으로 대사함으로써 항암효과도 기대된다. 7) 지구력 운동에 도움이 된다.


6. 서두에서 말씀드렸듯이 2010년대 초반, 실리콘 밸리의 억만장자 Dave Asprey가 개발한 방탄 커피가 키토제닉 식단을 대중적으로 유행시켰습니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방탄커피가 머릿속이 뿌옇고 멍한 느낌, 사고력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피로감을 느끼는 증상을 빠른 시간에 개선시킨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실제로 효과를 본 사람들이 방탄 커피의 비밀이 바로 케톤 대사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다른 방식의 키토제닉 식단도 시도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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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어느 순간 키토제닉 식단은 다분히 미래적이며, 혁신적인 식습관으로 포장된 듯 보입니다. 더불어 케톤이라 하니 깜짝 놀라며 만류하던 의사들에 대한 반감도 일정 부분 있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당시(2010년 중반)까지만 해도 SGLT-2i의 효과가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으므로 케톤은 보수적인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여전히 낮춰야 할 치료적 목표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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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여전히 에너지원으로 케톤을 늘리는 방식은 유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케톤 에스테르 보충제(R/S-1,3-부탄디올)가 시판되고 있습니다. 이 음료는 간에서 바로 βOHB로 전환되어 혈중 케톤 수치를 즉각적으로 올리며 수시간 지속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9. 뇌와 같은 중추신경계에서 케톤 대사의 장점은 포도당 대사에 비해 미토콘드리아의 NADH/NAD⁺ 비율을 덜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어, 활성산소가 적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기인합니다.


10. 먼저 포도당은 탄소 6개짜리 분자로,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가 전자 낙차를 만드는 데 쓰이려면 일단, 세포질에서 탄소 3개짜리 피루브산 2 분자로 나뉘어야 합니다. (해당과정, Glycolysis) 여기에서 하필이면 1) 세포질에서 분리가 이루어진다는 것과 2) 탄소 3개짜리 피루브 산이라는 중간 과정이 한번 더 필요하다는 것이 결정적인 단점이 됩니다. 일단 세포질에서 해당과정이 완료되면 2개의 ATP와 2개의 NADH, 그리고 2개의 피루브산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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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한데, 환원형 NADH(충전지)가 없던 것에서 뚝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NAD+(다 쓴 전지)에 수소를 줘서 NADH로 변하는 것이므로, 해당이 되려면 일단 충전해 줄(H+를 건네어 줄) NAD+를 찾아야 합니다. 어찌어찌 NAD+를 찾아 NADH가 되더라도 문제가 됩니다. 세포질에서 NADH는 별 쓰임새가 없을뿐더러 다시 NAD+로 바뀌어야 또 다른 포도당에 의해 충전될 수 있으므로 결국 미토콘드리아 내로 들어갔다가 나와야 합니다. 그 과정은 복잡하며 오며 가며 활성산소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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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간 뒤에도 포도당은 케톤에 비해 활성산소를 더 많이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로 피루브산이 탄소가 3개여서 미토콘드리아에서 쓸 수 있는 탄소 2개 아세틸 CoA(장작, 탄소 2개)로 바꾸는 과정이 썩 세련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 탄소 3개에서 2개로 줄이는 과정(PDC과정)은 병목을 일으킬 수 있고 그 와중에 멀뚱멀뚱하게 지켜보던 O2에게 전자가 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13. 이에 반해 케톤은 바로 미토콘드리아로 입장 가능하며 탄소 4개로 이루어졌으므로 중간과정도 적습니다. 게다가 간에서는 케톤을 혈중으로 배달시킬 때 수소를 하나 붙여 보내주는데 (βOHB) 이 선물이, 산화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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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활성산소(ROS)의 저하는 염증 신호의 마스터 키인 NLRP3을 억제해 인플라좀 형성을 막습니다. 인플라마좀이 억제되면 염증이 사라지고 피로도 일부 개선됩니다. 실제로 이런 효과는 체감 효과도 빠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3주 내) 이런 효과는 뇌에서 독소를 없애는 것처럼 홍보됩니다.


15. 연구 결과로 검증된 케톤의 장점은 몇 가지 더 있습니다. 첫째. 뇌전증에 효과가 있는 것은 SIRT3라고 하는 미토콘드리아 내 청소부의 활성을 높여 GABA 신호의 복구와 보수에 기여하는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또한 NLRP3을 억제해 인플라좀을 막는 것과 관련되는데 이러한 항 염증 효과는 SGLT-2i가 동맥경화를 지연시키는 효과를 설명할 때에도 나왔습니다.


16. 둘째. 케톤은 포도당에 비해 타는 데 산소가 덜 필요해 이는 뇌와 심장과 같이 산소가 귀한 조직에서 특히 유리한 장점이 됩니다. (산소 효율성, 만들어 내는 ATP 1개당 산소 소모량(P/O ratio 가 뛰어남)이 적음) 치매 환자의 경우 산소 섭취량이 떨어지는 경향이 (Vo2 max)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케톤은 뇌 기능의 개선을 보일 수 있습니다.


17. 셋째. 케톤이 단순히 에너지 대사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세포 내 신호인자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케톤은 식욕 호르몬 그렐린을 억제하고, βOHB 형태의 케톤체는 HDAC 억제제로서 작용해 일종의 뇌 영양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케톤이 자극하는 PGC-1α경로는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개수를 늘리는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생합성) 케톤은 치매(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 예방 연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물질입니다.




18. 이처럼 중추 신경계에서 케톤 대사가 가지는 장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기야, 간에서 품을 들여 뇌를 위해 제작한 '특수식' 이므로 뇌에 좋지 않을 리가 만무할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키토제닉 식단이 집중력 강화를 위해 선전되지 않고 당뇨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선전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남용이 우려되는 ADHD 치료제가 떠오릅니다.)


19. 특히 '약 없이 스스로 혈당을 조절할 수 있는 비기'로 '방탄커피' 등이 홍보되는 점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케톤이 가진 산성도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이 산성물질을 다루는 능력이 덜 발달해서 실질적인 케톤 억제책이라곤 인슐린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케톤을 주로 쓰는 동면을 하는 동물들은 다릅니다. 동물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혈중 케톤이 간에서 케톤 생산을 줄이도록 되먹임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수용체가(GPR109 A 등) 매우 적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인슐린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케톤을 많이 쓰면 정말 위험합니다.


20. 하지만, 이제는 내과 의사들도 케톤에 대해 점점 더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화들짝 놀라며 '딴 것도 아니고 케톤을 늘인다고?'는 아닙니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인슐린이라는 안전장치가 작동하고, 인슐린의 적절한 감시 아래 케톤 대사를 일으키면 (케토시스) 당뇨환자에게도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21. 이러한 변화를 촉발한 것은 역시, 당뇨약 SGLT-2i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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