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2) - 프롤리아 (1)

by 예재호

1. 6개월에 한 번 맞는 이 주사는, 현존하는 골다공증 치료제 중 가장 주요하고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장기간 써도 효과가 기대되는 건 이 약이 유일하기 때문에 대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덕분에 이 약은 전 세계적으로 매년 8조 원어치가 팔리며, 앞으로도 이 수요는 유지되거나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평생 동안 맞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약의 특허가 만료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바이오시밀러 약품을 개발해 출시했습니다. 과연 국내 제약회사가 만든 시밀러약물이 오리지널 약의 견고한 아성을 깰 수 있을까요?


denosumab.png 국내가격 12만 원/6개월




2. 프롤리아, 데노수맙은 현재 시행되는 골다공증 치료의 주력이며 유일한 대응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철거를 요청하는 신호, RANKL에 1:1로 결합하는 단클론 항체인 데노수맙은 이전의 치료제 비스포스포네이트와 달리 장기간 치료받아도 골밀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프롤리아 치료를 시작한 환자군은 사실 전 생애에 걸쳐 치료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번 맞기 시작하면, 상당히 오래 맞게 되는 것입니다. 무려 수십 년 동안 말이죠.


3. 그런데 '어라? 바로 어제 올린 글에서 철거를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하더니 오늘은 철거 요청 신호 RANKL을 무력화하는 프롤리아, 데노수맙이 골다공증의 유일한 대응책이라고?'라고 의문이 생기실 법합니다. 맞습니다. 손상된 골조직은 빨리 철거가 되어야 건강해집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말씀드리지 못한 변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여성의 폐경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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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여성의 폐경기는 골다공증의 강력한 위험 요소입니다. 폐경기로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으면 재건축 연한이 덜 된 아파트까지 무분별하게 철거되는 비극이 일어납니다. 골세포(모니터링 세포)가 신청한 철거 신호 RANKL가 파골세포(철거반)에 전달되면 철거가 일어나지만, 역시나 중간에 검증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OPG(Osteoprotegerin)라는 단백질이 RANKL과 결합하면 RANKL이 무력화되고 철거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안전진단 결과, 좀 더 사셔도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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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OPG라는 신호는 조골세포(건축업자)가 냅니다. 이건 ‘철거 요청 들어왔으니 부술까요?’라는 연락을 받은 건축업자가, ‘아, 잠시만요. 지금 우리가 맡은 현장이 몇 군데 되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답하는 조율 과정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OPG의 생산에 에스트로겐이 관여합니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OPG가 부족해집니다. 그 결과 철거반은 건설업자와 조율 없이, (뒷일은 모르겠고) 무작정 부수기 시작합니다. 부순 자리를 땀을 뻘뻘 흘리며 만들어봐도 그게 잘 되겠습니까? 결국 철거와 재건축이 균형을 맞추지 못하고 본격적으로 골다공증이 시작됩니다. 그래서 폐경은 골다공증의 위험요인입니다.




6. 데노수맙, 프롤리아는 위에 설명드린 OPG의 역할을 대신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OPG가 RANKL을 중간에서 가로채듯, 프롤리아도 RANKL을 가로채거든요. RANKL의 연락을 못 받은 대식세포, 전-파골세포는 '언젠가 철거 신청이 들어올 때'까지 동면에 들어갑니다. (그러니 위험은 남아있습니다! 중요!) 골대사에 있어 프롤리아는 은퇴한 에스트로겐의 빈자리를 메꾼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분히 생리적이고 그 결과 평생에 걸쳐 지속 가능한 치료로 인정받습니다.


7. 폐경 후 여성 7,8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FREEDOM 연구에서 프롤리아는 3년 동안 척추 골절 위험을 68%, 고관절 골절 위험을 40%나 낮추는 데 성공했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듯이 FREEDOM 및 10년 연장 연구에서 데노수맙은 최대 10년까지 골밀도가 꾸준히 오르고, 골절 위험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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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효과도 좋고, 6개월에 한 번만 맞아도 되는 편리함까지 더해진 결과 프롤리아는 골다공증 시장을 말 그대로 평정했습니다. 프롤리아는 출시된 그 해 단숨에 연 매출 1조 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약물로 등극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한번 맞기 시작한 환자는 평생에 걸쳐 꾸준히 맞아야 하므로 프롤리아 매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습니다. (2023년 연 매출 61억 6000만 달러, 약 8조 9000억 원) 프롤리아를 개발한 미국 제약 회사, 암젠은 실로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둡니다.





9. 그런데 프롤리아의 특허가 2024년~2025년에 걸쳐 만료되었습니다. 대안이 없으므로 평생을 맞아야 할 수도 있는 약을 이제 다른 회사에서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개발사 암젠으로서는 골치 아픈 일일지 몰라도 우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예상하셨겠지만 국내 제약회사,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각자 바이오시밀러 약품 개발에 성공했고, 이미 출시도 되었습니다.


stoboclo.png 국내가격 10.8만 원/6개월


10. 암젠에서는 고민이 되었을 것입니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이 출시되면 아무래도 자사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오리지널 프롤리아 국내 가격이 12만 원인데 비해 셀트리온의 스토보클로는 10만 8천 원입니다.) 그래서 다른 빅파마들이 그랬듯 암젠도 특허 만료를 앞두고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독점 기간을 연장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암젠은 2023년부터 스위스 산도스, 한국 셀트리온, 한국 삼성바이오에피스, 독일 프레지니우스 카비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합니다.


11. 하지만 개발사들도 아예 판매를 막을 생각으로 소송을 시작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소송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합의과정을 통해 서로 양해를 구하고, 출시를 허락해 주는 대가로 적절한 보상을 약속받기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이 이 프롤리아는 이어질 이야기에 나올 연구 결과 때문에 의사들 사이에서 ‘한번 프롤리아를 쓰게 되었다면 웬만하면 바꾸지 말고 유지하는 게 좋다'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널리 퍼져있던 상태였습니다. 중단했더니 골밀도가 순식간에 떨어지거나 골절이 심각하게 늘어나는 결과가 보고되었던 적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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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즉, 암젠 입장에서는 그렇게까지 경쟁사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근거가 없는 저 혼자만의 짐작일 뿐입니다.) 아무리 프롤리아와 구조가 같고 효과가 동등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더라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아니 뭐 똑같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프롤리안데... 괜히 문제 일으키지 말고 그냥 쓰던 프롤리아 쓰는 게 안전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은연중에 기대했을 수 있습니다. 프롤리아의 중단으로 발생한 결과는 의사들에게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아있을 정도기 때문입니다.


13. 그래서일까요? 2025년 1월, 셀트리온은 암젠과의 특허 분쟁에서 수월하게(?) 합의를 합니다. 또 다른 바이오시밀러 제조사, 스위스의 산도스와 합의한 데 이은 두 번째 합의였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특허 소송이 조기에 해결돼 미국 출시를 순조롭고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라고 전합니다. 그 결과 셀트리온은 비교적 초기에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내어놓음으로써 점유율을 높이는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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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제가 알 수는 없고 그냥 짐작일 뿐이지만 암젠도 나름대로 실리를 취했을 것이라 짐작합니다. 앞서 강조드렸습니다만, '아무리 똑같은 성분이라도 막상 미국 의사들은 여전히 우리 약을 쓸 거니까 괜찮아'라고 생각을 했을 것이고요. 너네가 출시해도 우리 프롤리아는 보수적으로 잘 팔릴거야. 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겁니다.


15. 한데, 반전이 생겼습니다. 미국의 3대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 한국의 실손보험회사와 비슷)인 CVS 케어마크에서 셀트리온의 '스토보클로'를 선호의약품으로 새로이 등재한 반면, 기존 오리지널 제품인 암젠의 프롤리아는 처방집에서 제외해 버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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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게 어떤 의미냐면 보험회사에서 ‘프롤리아 같은 비싼 약 말고 효과는 같다고 증명했으니 싼 걸로 쓰세요’라고 의사에게 압박을 준 것입니다. 환자가 약제비 환급을 받으려면 프롤리아보다는 스토보클로를 처방하는 것이 유리하다(선호의약품)는 것을 명시한 것입니다. 환자에게 보험이 되는 약을 처방해야 하는 의사로서는 아무리 프롤리아를 바꾸기 부담스러운 데이터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젠 고집을 부리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17. 실제 미국에서 처방 경향은 보험회사의 입김이 굉장히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자가면역질환 약물 휴미라의 경우, CVS가 바이오시밀러를 선호의약품으로 밀어준 뒤 2%에 불과했던 점유율이 3개월 만에 15%까지 올라간 사례도 있습니다. 과연 앞으로 프롤리아는 바이오시밀러와의 대결에서 어떤 결과를 보여줄지 개인적으로도 궁금합니다.


18. 내일은 ‘프롤리아를 함부로 끊었다가 어떤 일이 생겼는지’, 그리고 ‘그래서 언제, 어떻게 끊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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