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2) - 프롤리아 (2)

by 예재호

1. 프롤리아는 임의로 중단하면 절대 안 됩니다. 골다공증이 급격히 진행되거나 척추가 무너지는 일이 생길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의 선생님과 후속 치료에 대해 상의한 뒤에 중단해야 합니다.




2. 철거요청 신호, RANKL은 조골세포(Osteoblast)와 조골세포가 분화한 골세포(Osteocyte)에서 만들어지는 단백질입니다. 이 RANKL은 여러 자극에 의해 분비됩니다. 예를 들어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지상보다 뼈에 걸리는 하중이 적고 그 탓에 RANKL이 더 많이 분비됩니다. '귀한 무기질을 뼈에다가 이만큼 많이 저장하고 있을 필요가 없네, 좀 부숴서 내어 쓰자'라는 판단을 하는 겁니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 규칙적인 운동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철거신호(RANKL)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우리가 쥔 골조직이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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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또한 혈액에 칼슘이 부족하다 판단한 부갑상선 호르몬도 RANKL을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고, 비타민 D도 철거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무엇보다 에스트로겐이 철거를 막는데 중요합니다. 에스트로겐은 조골세포로 하여금 철거 요청을 반려하는 점검자, OPG를 늘리고 대신 RANKL은 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 (폐경이 되면) 골조직은 무분별한 재건축과 재개발이 난무하는 공사 현장으로 변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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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에스트로겐은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서 앞서 다룬 코티솔, 알도스테론과 같이 콜레스테롤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지는 지질 호르몬입니다. 에스트로겐이 RANKL을 억제하고 OPG를 많이 만들어내는 건 조골세포핵 내로 들어가 유전자 전사를 통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참고로 남성에게서 골다공증이 드문 것도 테스토스테론이 방향화된 에스트로겐으로 변하면서 이중으로 조골세포에 결합해 골다공증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남성은 뼈가 만들어질 때부터 좀 더 두껍습니다.)




5. 그나저나 RANKL이 대체 뭘까요? RANKL은 Receptor Activator of Nuclear Factor kappa-B Ligand의 약어로 해석하자면, "NF-kB를 활성화시키는 단백질"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RANKL이 전해지면 단핵구, 전파골세포는 서로 합체해 다핵구인 파골세포로 변신합니다. RANKL이 전해지지 못한 전파골세포는 동면 상태로 골조직에 남아 있거나 해체됩니다. 마치 좀비처럼요.


6. 그런데 NF-kB라니? 변신한다니? 어딘가 낯익지 않으세요? 맞습니다. 파골세포의 변신은 혈액 중에 다니던 단핵구가 IL‑1β의 신호를 받고 대식세포로 변신하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염증세포 어셈블!) NF-kB는 '여기서 더 이상 못 살겠다'라는 판단을 하게 된 Rac1 단백질이 산화스트레스를 높임으로써 염증 작용을 시작하기 위해 깨우는 단백질이었습니다. 그래서 ‘뼈를 부수고 새로 만드는 작업’은 염증 상태를 올려 조직을 섬유화시키는 과정과 매우 깊이 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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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식세포가 다른 세포를 자극해 콜라겐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나 파골세포가 조골세포를 자극해 콜라겐을 만드는 것은 결과적으로 흉터가 되냐, 골조직이 되냐의 차이는 나지만 동일한 경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당뇨와 같은 항진된 염증 상태가 골다공증의 위험 인자가 되는 게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코티솔과 에스트로겐은 똑같이 NF-kB경로를 통해 효과를 발휘합니다. 소름!)


8. 그래서 골다공증의 치료, 특히 프롤리아는 면역 억제 치료와 매우 닮아있습니다. 이해를 도우기 위한 좋은 예가 있습니다. 앞서 우리는 IL-1β과 결합하는 단일 항체 주사제를 다룬 적이 있는데요. 바로 천만 원짜리 주사, 카나키누맙입니다. 카나키누맙은 염증 과정의 시작점, 바로 단핵구의 진화를 유발하는 IL-1β를 억제합니다. IL-1β은 골에서 RANKL을 조율하는 상위 인자입니다. 그래서 실제로 카나키누맙은 골밀도를 올릴 수 있고 골절 위험도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고 보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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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반대로 프롤리아의 부작용 중에 감염증 증가가 있는 이유도 RANKL이 줄어들면 면역 작용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카나키누맙을 동맥경화에 썼더니 치명적인 감염증이 늘어나 결국 사망률이 비슷해졌다는 CANTOS 연구 결과와 비슷한 맥락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ye-jae-o/196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UschhDAcTh?xmt=AQF01DAsV0imseAvXc0Ac3MmY0I4-eK0L5k92sZkfwwCgQ




10. 그래서 프롤리아를 단숨에 끊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를 단숨에 끊어서는 안 되는 이유와 (심정적으로) 연결 지어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11. 다른 골다공증 약도 마찬가지지만 프롤리아는 특히 중단하기가 까다롭습니다. 프롤리아가 개발되어 환자에게 투여된 10년 동안 예상치 못했던 골밀도의 급격한 하락과 심각한 척추 골절이 보고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이런 반동현상은 다른 골다공증 약으로 변경하던 중에서도 관찰되어 의사들을 긴장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글에서 프롤리아를 시작했으면 웬만하면 중단하거나 변경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말씀드린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WTCD02AcuA?xmt=AQF01DAsV0imseAvXc0Ac3MmY0I4-eK0L5k92sZkfwwCgQ


12. 논문에서 보고되는 프롤리아를 중단하였을 때 골절 위험이 늘어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롤리아로 억제되던 RANKL이 급속도로 활성화되면서 파골세포 대사가 급속히 항진된다는 것입니다. RANKL이 전해지면 동면하고 있던 파골세포가 순식간에 깨어나 활동을 개시합니다. 특히나 파골세포가 해체된 조각 골형성체(osteomorphs)는 마치 좀비처럼 파골세포로 재생되므로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반동 현상을 유발합니다. 이러한 좀비의 습격은 혈액 검사상 CTX가 급격히 치솟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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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둘째, 프롤리아는 RANKL을 조율하는 OPG의 역할을 대신하므로, 프롤리아를 쓰다 보면 조골세포에서 OPG 생성을 슬그머니 줄이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이건 마치, 호의가 지속되니 당연한 줄 알더라와 비슷합니다. 프롤리아가 RANKL을 잘 막아주는데 뭐, 나까지 OPG를 만들 필요는 없지, 게다가 에스트로겐도 없는데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러던 중 썰물처럼 프롤리아가 빠져나가면 그제야 OPG를 만들어 보려 해도 적정 수준의 효과를 발휘하기 쉽지 않습니다.


14. 셋째. 앞서 말씀드렸듯이 철거를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어서 그렇습니다. RANKL 억제로 말미암은 파골세포의 억제는 미세손상된 골세포의 복구를 늦춘 상태입니다. 이는 골절의 위험성으로 나타납니다. 이걸 면역 작용에 대입한다면, 면역 억제제를 쓰는 환자가 면역 작용이 반드시 필요한 심각한 감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안타까운 상황과 비슷합니다. 호미로 막았어야 할 일이 가래로도 안 막히는 겁니다. 갑자기 뚝하고 골절이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15. 마지막으로, 데노수맙이 중단되면 뼈조직이 기계적 변형에 적응하는 능력(Frost의 기계적 조절기)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습니다. 우리 골은 신비롭게도 물리적 자극이 있으면 더 튼튼해져 지는 경로가 있습니다. 한데 한꺼번에 몰아쳐서 소리치는 RANKL 경로 때문에 이 소곤소곤한 경로는 묻히는 일이 생깁니다. 이러한 일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프롤리아를 중단할 경우 골다공증은 심화되고 골절률이 크게 높아집니다.


16. 그래서 프롤리아를 중단해도 골절 위험도가 비교적 낮은 환자의 조건 중에 의외로 '이전에 비스포스포네이트 약제를 썼던 환자'가 포함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 선행 치료를 했다면 프롤리아를 끊더라도, RANKL 폭풍이 몰아쳐도, 뼛 속에 미리 박혀 있던 비스포스포네이트 성분이 파골세포의 공격을 어느 정도 방어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17. 즉, 비스포스포네이트는 급격한 골흡수를 늦춰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프롤리아를 중단하려면 반드시 이 비스포스포네이트를 거쳐야 하는 이유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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