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3) - 비스포스포네이트

by 예재호

1. 이 골다공증 약은 원래 보일러 세정제로 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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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장 대중적인 골다공증 치료제라 부를 수 있는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원래 수도관에 석회가 생기는 걸 방지하는 목적으로 쓰이던 화학물질이었습니다. 칼슘과의 결합력이 매우 강한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칼슘이 결정화되는 것을 방지하여 수도관, 보일러 등의 스케일(sclae)을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HEDP 등의 비스포스포네이트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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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래서 이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사람에게 넣어 치료제로 써보려 한 분야도 처음엔 골다공증이 아니었습니다. 혈관 석회화처럼 조직에 칼슘이 축적되는 질환들이 대상이었습니다. 꽉 막힌 수도관을 뚫어주듯이 칼슘으로 딱딱하게 굳은 플라크도 비스포스포네이트가 씻은 듯이 말끔하게 제거해 줄 것을 기대했습니다. 효과도 아예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쥐에게 주입해 본 결과 골다공증에 효과가 너무 뛰어났던 것입니다.


4. 우리 몸에 들어간 비스포스포네이트는 뼈의 칼슘 결정체,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ydroxyapatite)와 단단하게 결합하고 축적됩니다. 한 번 골과 결합한 비스포스포네이트 (이하 BP)는 뼈가 녹아 나가지 않는 한 그 자리에 수년간 머물 수 있습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보일러에나 쓰이던 독한 세정제를 우리 뼈에 담아둔다니, 자칫 암이라도 생기지 않나 걱정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만 반대입니다. 항암 효과가 있어 전이암 치료제로 씁니다. BP가 작용하는 것은 세포가 아니라 조골세포가 만든 섬유질 조직이기 때문입니다.


5. 철거업자 파골세포가 이 BP가 묻은 골조직을 철거하고 운송을 위해 세포 내로 흡수하면 치료효과가 발휘됩니다. 이 과정이 흥미로운데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파골세포가 먹는 식사에다 독약을 섞은 것과 비슷합니다. 파골세포 내로 들어간 BP는 세포 내 신호 경로를 방해하고, 그 결과 파골세포는 자멸합니다. (Apoptosis, 세포 자살) 지난주에 다뤘던 프롤리아(데노수맙)가 철거 신호를 없애서 파골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은 막지만, 끊자마자 파골세포가 좀비처럼 되살아 나서 골다공증이 급속히 진행되는 것과 비교하면 BP가 일하는 방식이 좀 더 직관적이고 효과도 확실합니다. 항암효과 역시도 비슷한 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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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BP가 파골세포를 자멸(Apoptosis)시키는 과정은 의외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 약'이 하는 방식과 유사합니다. 바로 다면적 효과(Pleiotropic effects)로 동맥경화를 치료하던 스타틴과 똑같은 단백질을 억제합니다. 스타틴이 이소프레노이드 경로를 억제하듯 BP도 (암세포가 증식을 위해 끊임없이 켜놓던 스위치) RAS 계열 단백질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습니다.


https://brunch.co.kr/@ye-jae-o/198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U7pH3egYMa?xmt=AQF045Z46fEutAu_hjhpR5ayHkabEcoTJ2CO5jtmiNxymg


7. RAS 계열 단백질이 GPTase 에 결합해 스위치를 켜려면 지질 꼬리가 있어야 합니다. BP는 FPP를 만드는 FPPS (파네실 피로인산 합성효소, Farnesyl Pyrophosphate Synthase)를 억제합니다. FPPS 가 멈춤으로써 FPP와 GGPP 모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GGPP는 파골세포가 골조직에 달라붙을 때 필요한 액틴 링 형성에 관여합니다. 이 액틴 링을 활성화하는 Rac1이 GGPP 없이는 작동하지 못하므로 파골세포는 철거를 시작할 수 없습니다. RAS가 없으므로 증식에 필요한 스위치도 켜지지 않습니다. 시간이 지나 '존재의 의미를 잃어버린' 파골세포는 자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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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수도관의 석회를 제거하는 데 쓰이던 세정제가 골다공증 치료제로 쓰이게 된 것도 신기한데, 스타틴과 비스포스포네이트가 일하는 방식이 똑같다니 놀랍습니다. 한데, 실제로 골다공증과 동맥경화는 꽤 밀접한 관련이 높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골다공증이 심한 환자는 슬프게도 동맥경화도 심한 경향이 있고 스타틴을 쓰면 골다공증에도 일부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고 문득 생각해 보니 골에서 빠져나온 칼슘이 이송되는 곳은 결국 혈관인 것 같기도 합니다.




9. 비록 이베니티와 프롤리아와 같은 새로 개발된 약제를 먼저 소개해드렸지만, 여전히 가장 널리 쓰이는 1차 치료제는 누가 뭐래도 비스포스포네이트입니다. 비스포스포네이트는 파골세포의 수를 줄여버리는 직관적이고도 확실한 방법을 통해 복약을 시작한 뒤 3~6개월 내로 최대 효과가 발휘되고, 이 결과 골절 방지 효과도 뛰어납니다. 대표적인 BP, 알렌드로네이트를 3년간 투여했을 때, 이미 골절이 있던 여성의 척추 골절 위험이 47%, 고관절 골절 위험이 51% 감소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FIT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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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무엇보다 BP의 장점이라면 끊고 난 뒤에도 제법 오랫동안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입니다. 끊으면 금세 효과가 없어져버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반동현상을 일으켜 되려 골다공증을 악화시켜 버리는 다른 약들과 대비되는 장점입니다. 특히 비척추 골절(Non-vertebral Fracture)의 경우 비스포스포네이트의 잔류효과를 통해 5년만 먹고 중단해도 골절 위험은 지속적으로 줄이는 효과가 증명되었습니다. (FLEX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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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이런 잔류효과 덕분에 BP에는 특이하게도 휴약기(Drug Holiday)란 개념이 있습니다. 다른 내과 약들이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것과 다른 점입니다. 의사에게서 처방을 중단한다는 말씀을 들으셔도 불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파골세포가 골조직에 결합된 BP를 다 먹어치울 때까지는 효과가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다룬 프롤리아를 중단할 경우 반드시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추가로 처방받으셔야 골다공증의 악화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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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물론 장기간 썼을 때 BP가 일으키는 부작용과 합병증이 우려되는 점도 언급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철거를 막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히 턱뼈에 생기는 턱골 괴사 (ONJ)나 비전형 골절(AFF) 등은 유명한 부작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은 사실 비스포스포네이트에 한정된 문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철거를 맡은 파골세포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은 모두 이러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BP 복약과 관련된 ONJ나 AFF의 발생률은 1만 명당 1~10명 꼴로 매우 낮아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학계에서는 부작용 위험보다 골절 예방으로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13. 턱괴사를 막기 위해 BP를 드시는 분은 임플란트나 발치 등 치과 치료를 받기 전에 꼭 주치의 선생님과 치과 의사선생님께 말씀드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비전형골절은 몇 주, 길게는 수개월 전부터 사타구니(서혜부)나 허벅지 바깥쪽에 둔하고 뻐근한 통증으로 시작됩니다. BP를 수년 이상 복약했다면 가벼운 근육통이나 신경통으로 넘기지 마십시오. 뼈에 생기는 미세한 금들이 수리되지 못하고 쌓이며 내는 마지막 위기 신호일 수 있습니다.




14. 다만 복약하는 데 불편하다는 점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경구 비스포스포네이트는 반드시 맹물과 함께 빈 속에 복용해야 하고, 복약 후에는 바로 눕지 않고 30분 이상 바른 자세로 상체를 세워야 합니다. 이렇게 번거로운 이유는 첫째. 흡수율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인 조건에서도 경구 투여량의 1% 미만만이 체내로 흡수될 정도입니다. 만약 위나 장에 칼슘이 포함된 음식이 남아 있다면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음식과 단단히 결합해 대변으로 배출됩니다. (특히 우유, 뼈에 좋다고 우유와 함께 BP를 마시면 아무 효과가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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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QJbebRAUFk?xmt=AQF0--S7PLuNYTWdcZMqmDqzImhCe7sQ9ZXBuSFRSlvNnQ


15. 둘째로, 화학적으로 점막에 닿았을 때 꽤 공격적이라서 식도에 자극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반드시 복약하고 난 다음에는 바로 눕거나 하지 말고 꼿꼿이 서 있어야 합니다. 한때 식도암과의 관련성도 지적된 바 있지만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경구 복약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주사제로도 많이 처방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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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비스포스포네이트를 처음 복약하게 되면 근육통(몸살)과 가벼운 발열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데 이는 약 기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RAS 계열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FPP와 GGPP 생산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다 보니 미처 변하지 못한 단백질이 너무 많아지고 이 단백질이 면역작용을 불러일으켜 통증과 발열을 유발합니다. (TNF알파, IL-6 감마, 델타 T세포 자극) 특히 정맥 주사용 BP가 널리 쓰이며 이런 부작용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물을 많이 섭취하면 도움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됩니다.


17. BP는 신장을 통해 배설되므로 신장기능이 떨어진 분들은 복약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신장기능이 떨어진 분들 중에서는 골에서 칼슘이 채굴되지 않으므로 드물게 저칼슘혈증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염증반응의 강화와 저칼슘혈증으로 심방세동이 발생했다고 보고된 적이 있으나 역시 드문 부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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