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6) - 골세포

by 예재호

1. 치아 교정, 키를 늘리는 골 연장술, 오른쪽 팔 뼈가 훨씬 두꺼워진 우완 투수의 공통점은 ‘물리적 자극을 감지한 골세포가 골조직을 재구성했다’는 것입니다.




2. 골세포 (osteocyte)는 뼈에서 가장 풍부하고 수명도 제일 긴 세포입니다. 세포 수가 압도적인데 성인의 골조직에서 관찰되는 세포 중 90~95%가 골세포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골세포는 숫자만 많았지 특별히 하는 일은 밝혀지지 않아 꽤 오랜 시간 무시받았습니다. 앞서 골다공증 치료제를 설명드릴 때에도 건축업자 조골세포, 철거업자 파골세포가 주로 등장했지 골세포는 그리 중요하게 언급되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골세포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는 딱히 없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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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과거 교과서에서는 골세포는 조골세포(Osteoblast)가 임무를 마친 뒤 퇴화된 흔적 기관 정도로 그렸습니다. 재건축 과정에서 벽을 쌓아 올리다 어리석게도 자기가 나갈 길을 만드는 걸 깜빡한 탓에 방 안에 갇혀 꼼짝달싹 못하게 된 안타까운 죄수 정도로 말이죠. 세포 대사도 다른 세포들에 비해 낮았던 탓에 과학자들은 더더욱 골세포에 썩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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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전성 저인산혈증 구루병 치료제, 크리스비타(Burosumab)는 보건복지부의 신속 등재 절차를 통해 도입된 1호 약제입니다. 이 약은 한 명을 치료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연간 1~2억 원에 달할 만큼 고가지만, 기존 치료와 비교해 4배 이상 개선된 임상 결과가 보고될 정도로 효과가 뛰어납니다. (RGI-C 스코어 기준, 87% vs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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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구루병은 칼슘과 결합해 단단한 결정 구조를 만드는 짝꿍, 인이 부족한 병입니다. 튼튼한 뼈를 만드는 데 칼슘이 가장 중요하긴 해도 시멘트가 부족하면 콘크리트가 부실해지듯 구루병 환자도 혈액 중 인이 부족한 탓에 뼈가 물렁물렁해집니다. 단단해지지 못한 뼈는 결국 체중을 견디지 못하고, 다리뼈가 휘어집니다. 특히 성장기 구루병 환아들은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면 성장지연, 골절 위험, 거동 제한 등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GURU.png 구루병 환아의 휜 다리


6. 그런데 이런 구루병에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습니다. 재료로 쓸 인이 혈액 속에 없으니, 인을 추가로 많이 섭취하게 하는 게 치료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효과도 그리 좋지 못했습니다. 인을 충분히 섭취하더라도 25~40%는 증상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부작용도 많았습니다. 과도하게 복용한 인이 다른 장기에서 칼슘과 결합해 딱딱해지는 것도 문제였고, 인을 배설하다가 신장에 석회화가 생겨 신부전으로 이어지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7. 이처럼 구루병에 대한 뾰족한 치료법이 없었던 이유는 인을 독립적으로 조절하는 호르몬 축이 최근까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은 칼슘에 부가적으로, 종속적으로 조절되는 비교적 덜 중요한 전해질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던 것도 이유입니다. 구루병의 원인이라 해봤자, 인을 흡수하기 위해서 비타민 D가 필요한데 비타민 D가 부족한 환경이라 그렇다든지, 칼슘을 조정하던 부갑상선 호르몬이 부차적으로 방해가 되는 인 농도를 너무 많이 조정하려다가 인이 부족해졌다 정도만 제시되던 상황이었습니다.


8. 한데, 문제는 드물지만 유전되는 구루병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유전성 구루병은 X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방식으로, 비타민 D를 먹어도 낫지 않는 환자 중 대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그러니까 어딘가에서는 분명히 인 대사를 조절하는 곳이 존재하긴 한다는 뜻이 됩니다. 아무리 성장 환경이 비슷하다 해도 뚜렷하게 유전되는 건 환경 탓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9. 2000년대 드디어 실마리가 풀립니다. 유전성 구루병 환자의 가계도를 끈질기게 추적한 과학자가 드디어 구루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X염색체에 기록된 유전자가 전사하는 단백질이 유전성 구루병, 저인산혈증을 유발한다는 것을 밝혀냅니다. 쉽게 측정되지 않는 극 소량의 단백질 FGF23이었습니다.


10. 이 단백질은 호르몬과 같이 작동했습니다. 종양성 골연화증이라는 희귀 질병 환자의 조직을 분석했더니 다름 아닌 해당 단백질 FGF23이 과도하게 분비되고 있었는데, 이 단백질은 주변의 조직에 작용하는 게 아니라 멀리 떨어진 신장까지 가서 특정 수용체에 결합한 뒤 신장에서 인을 배출하게 명령하기 때문입니다. 종양성 골연화증 환자의 종양을 제거하니 FGF23 수치는 급격히 정상화되었고 줄어든 인 수치도 올랐습니다.


11. 그런데, 과연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요? 이 호르몬 FGF23이 대체 어디에서 분비되는지 찾아보았는데 범인은 바로 ‘뼛 속에 박혀있던 골세포’였습니다. 바보 같은 은둔자, 골세포가 바로 혈중 인 농도를 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보잘것없는 골세포가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조직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아연질색했습니다.


12. 하나의 골세포는 보잘것없지만 골세포는 서로 긴밀히 연락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구조를 만듭니다. 골세포 표면엔 인 농도를 측정하는 수용체가 있어 인 농도가 높아진 것이 감지되면 골세포 간의 신호 전달 체계가 활성화됩니다. 골세포에서 만들어진 FGF23은 신장으로 전해져 인의 재흡수를 억제하고 그 결과 소변에 인이 많이 포함됩니다.


13. 크리스비타는 이 호르몬 FGF23과 1:1로 결합하는 단클론 항체로 FGF23 수치를 낮추어 유전성 구루병을 치료합니다. 크리스비타를 맞은 환자는 신장에서 인의 재흡수가 일어나 인 수치가 증가하고 비타민 D의 활성화로 장내 인 흡수도 늘어남으로써 칼슘과 결합해 골이 튼튼해집니다. 환아들의 휜 다리도 무사히 교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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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놀라운 사실은 골세포가 하는 일이 호르몬 FGF23을 분비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치아 교정 등 골형태의 변화와 우주 비행사의 골다공증 발생도 기계적 자극을 인지한 골세포가 골의 재형성을 유발함으로써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치아 교정 시 교정되는 방향의 부위에 있는 골세포는 물리적 부하를 감지함으로써 골 흡수를 일으키는 인자를 방출하고, 반대로 당겨지는 장력이 걸리는 반대편 부위에는 골 형성을 유도합니다. 이로서 치아는 무사히 원하는 곳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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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투수의 팔이 비대칭적으로 한쪽만 두꺼워지는 것이나, 테니스 선수 팔뼈 골밀도가 증가하는 것도 기계적 하중이 체액 흐름을 유발하고 이 흐름을 골세포가 인지한 뒤 뼈 형성을 억제하는 물질(스클레로스틴) 분비를 줄이고 뼈의 절대적인 부피와 밀도를 키운 결과로 알려졌습니다. 반대로 우주 비행사들의 골세포는 부하가 줄어든 것을 골세포가 인지하며 골다공증이 유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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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이처럼 골세포가 대규모의 조직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주는 구조를 소관구조 LCN (Lacunocanalicular Network)라 부릅니다. 이 소관구조를 통해 골세포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모습은 마치 신경세포 뉴런을 떠올리게 합니다. 실제로 학계에서 골세포를 두고 뼛속의 신경세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눈이 안보이시는 분이 손끝의 미묘한 감각을 통해 점자를 읽을 수 있는 것처럼 뼛속의 골세포도 미세한 체액의 압력을 감지해 전기적/화학적 신호로 바꾸어 골구조에 반영합니다. 이러한 정밀한 자극 수용과정 (Mechanotransduction) 덕분에 우리 뼈는 손상된 부위를 정확히 파악해 정밀하게 수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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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그래서 우리는 운동해야 합니다. 자극이 없으면 "이 뼈는 쓰이지 않는다"라고 판단하고 골세포가 가차 없이 예산을 줄이기 때문입니다. 뼈에 보관한 다량의 칼슘과 인이 실제로 필요하다는 걸 증명하려면 우리는 적절한 부하를 골세포에게 전달해야 합니다. 특히 체중을 지탱하는 하체에 적당한 충격이 가는 운동(걷기, 가벼운 점프 등)이 골세포에게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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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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