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다음 중 참인 것은?
1) 골다공증 환자에게 수영이 좋다.
2) 골다공증 환자는 제자리 점프와 같은 충격 운동이 위험하니 하면 안 된다.
3) 같은 형태의 운동을 반복하는 것보다 낯선 운동이 골다공증에 좋다.
4) 폐경 후 골다공증 환자는 운동만으로도 골밀도를 올릴 수 있다.
1. 칼슘에 쌓인 은둔자, 골세포는 외부와의 소통 창구가 LCN이라 불리는 가느다란 관 하나뿐입니다. 그 관을 통해 애처롭게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다 보니 한 때 딱딱한 골조직 안에 갇힌 무기징역 죄수처럼 그려질 때도 있었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골세포는 관으로 긴 팔을 뻗어 다른 골세포와 매 순간 긴밀히 통신하고 있습니다.
2. 넓은 골조직을 촘촘히 채우고 빈틈없이 모니터링하는 골세포 덕분에 우리는 손상된 골조직을 재빨리 인지하고 수리할 수 있습니다. 감지하는 방식은 가느다란 관을 채운 체액이 기계적 압력을 받아 일정한 방향으로 흐를 때 전해지는 전단응력의 변화입니다. 어려운 단어 같지만 우리는 이 전단응력(Shear stress)이라는 개념을 한번 다룬 적이 있습니다. 바로 동맥경화가 특정 부위에서 더 잘 생기는 이유에서 말이죠. (바람 불면 눕는 풀처럼 Glycocalyx가 마찰력에 의해 누움)
3. 이렇게 감지된 기계적 자극(mechanosensor)에 골세포는 어떻게 대응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골세포는 늘어난 전단응력에 새로운 골 형성을 시작합니다. 골세포는 스클레로스틴 발현을 줄이고, Wnt/β-catenin 경로를 활성화시켜 조골세포 분화와 골형성을 유발합니다. 이걸 다른 말로 하자면 뼈가 부러지지 않는 반 부쳄병 환자처럼 변하게 되는 겁니다. (혹은 이베니티를 맞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자꾸 부딪히는 곳이라면, 더욱 튼튼해져야 하니까요.
https://brunch.co.kr/@ye-jae-o/216
4. 그래서 골다공증에 좋은 운동은 바로 골세포에게 충격을 전할수록 좋습니다. 살랑살랑 흔들의자보다는 쿵하고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을 타는 게 훨씬 어지러워지는 것처럼 체액이 요동치면 칠수록 골세포는 더 골조직을 튼튼히 보수하기 때문입니다.
5. 퀴즈를 풀어보자면 먼저 수영은 좋은 운동이지만 골다공증 환자에게는 의외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가느다란 관(LCN) 사이를 채운 체액이 꾹 압력을 받아 흐르고 그 덕에 글라이코칼릭스(glycocalyx)가 누워야 골세포가 감지하고 조골을 시작하는데 수영은 그런 기계적 부하가 적기 때문입니다. 물론 수영은 골절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으니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는 있겠지만 골밀도의 상승을 추구할 수 있는 운동이라 하기는 어렵습니다.
6. 예상과 달리 골에 충격을 가하는 제자리 점프와 같은 위험해 보이는 운동이 골밀도를 올립니다. 지면과 부딪히는 강한 충격, 수직 부하가 있어야 골세포가 자극받기 때문입니다. 골에 충격을 줄 수 있는 활동으로는 농구, 배구처럼 점프가 필요한 구기 운동이나. 줌바, 춤, 줄넘기, 조깅 등이 있습니다. 낙상이나 골절이 걱정되는 분이라면 가볍게 제자리 콩콩 정도로 시작해 뼈에 진동을 전하는 게 골세포가 수리를 시작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https://theros.org.uk/information-and-support/bone-health/exercise-for-bones/
7. 아니, 뼈가 텅텅 빈 골다공증 환자가 뛰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아니 넘어지지 않더라도 척추가 바스러질지 모르는데 점프라니?라고 의아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이드라인에서는 충격이나 운동 중에 골절이 발생하는 확률은 낮고 이득은 훨씬 크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움직이지 않을수록 골밀도는 더욱 감소하므로 환자는 자신감을 가지고 뼈에게 자극을 전해주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8. 더불어 최근 연구에 따르면 골세포는 자극의 크기보다는 유체 흐름에 변화량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자극의 크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반응의 강도가 더 이상 비례해서 세지지 않아 개별 세포 수준에서 일종의 '반응 포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밝혀져, 이는 뼈에 낯선 자극을 주는 것이 골다공증에는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9. 그래서 긴 시간을 매일같이 걷는 것보다, 10번의 점프가 골세포를 더 깨울 수 있습니다. 걷더라도 옆으로 걷기, 지그재그 걷기로 뼈에 낯선 자극을 주는 것도 좋겠습니다. 생각해 보면 골세포에 감지되는 기계적 자극이 일정한 방향으로만 누적될 경우 누워버린 채 고정된 글라이코칼릭스는 더 이상 골형성에 기여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10. 그래서 문제의 답은 3번입니다.
11. 2023년 대한골대사학회(KSBMR)와 대한운동생리학회(KSEP)에서 발간한 운동지침을 소개해드립니다. 논문에서는 역시 저항 훈련과 충격 운동이 골밀도 개선 및 낙상 위험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결론 내립니다. 먼저 저항 운동 (근력 운동)에 있어서는 노인이라 해도 ‘약간 무겁다’ 싶을 정도의 무게를 드는 게 좋다고 말합니다. (1RM의 50~85%을 5에서 12회 반복) 그러니까 가벼운 아령을 수십 번 드는 것보다는 10번 정도 들고 나면 “힘들어서 더는 못 들겠다” 정도의 무게를 드는 것이 골다공증에 좋습니다. 역시 골세포를 충격을 줘서 깨우기 위함입니다.
12. 근력 운동 횟수는 주 2~3회를 하되 3개월 이상은 지속해야 합니다. 3개월은 지나야 눈에 띄는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세 골절이 걱정되거나 근력이 떨어진 환자의 경우에는 운동을 견딜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므로 낮은 강도 (죽을힘을 써서 한번 들 수 있는 무게를 1RM이라 하면 그것에 40~50%)부터 시작하라 언급합니다. 대퇴부나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좋지만 반복하지 말고 다양한 부위를 자극하는 것이 좋습니다.
13. 두 번째 충격 운동입니다. 최소 6개월 동안 주 3회 이상의 충격 운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합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만 근력운동보다 수직 충격을 주는 충격 운동이 골밀도를 올리는 데 훨씬 효과적이고 결정적입니다. 골다공증이 없는 사람에게는 고강도 충격 운동 (농구 등의 격렬한 점프, 체중의 4배 이상)을, 골다공증 위험이 중간 정도인 사람에게는 체중의 2~4배 강도의 충격 운동 (가벼운 조깅, 줌바, 댄스)을 권장합니다.
14. 충격 운동은 처음에는 10회 점프로 시작하여 세션당 50회 점프까지 점진적으로 늘릴 것을 권고합니다. 이는 과도한 충격에 발생할 수 있는 미세 골절을 예방하기 위함입니다. 불안하실지 몰라도 충격량을 늘려가면 골세포가 알아서 약한 부위를 보강하므로 점프 횟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더불어 뼈는 자극을 받을 때가 아니라, 자극을 받고 난 후 휴식할 때 비로소 재형성을 시작하므로 근육과 뼈가 쉴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15. 골절을 피하기 위한 낙상 예방도 강조합니다. 저 또한 읽으시는 분들의 연령을 고려하고 통념을 교정하고자 격렬한 운동의 장점에 대해 비중을 주어 쓰고 있습니다만 사실 골다공증 관리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러지지 않는 것’입니다. 균형 운동은 자세 안정성과 이동성을 개선하고 낙상 위험을 감소시켜 골절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논문에서는 태극권, 요가 등의 균형 훈련과 유산소 운동이 골절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6.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만으로 골다공증을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운동은 골세포를 깨워 손상받은 부위를 수리하고 더 강하게 만들긴 하지만 드라마틱한 골밀도의 상승을 주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퀴즈의 4번 보기도 오답입니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뼈를 보호하던 에스트로겐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에, 운동(물리적 방어)만으로는 떨어지는 골밀도를 막아내기 버겁습니다. 이때는 운동을 기본으로 하되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