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주사는 매일 맞아야 하지만 효과는 좋습니다.
2. 연어의 골다공증 이야기로 전해 드렸던 부갑상선, 기억나시나요? 부갑상선 호르몬 (PTH)은 골조직에서 칼슘을 추출하고 혈관을 통해 무사히 배송되도록 신장으로 인을 배출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심장이 뛰거나 근육이 수축하려면 칼슘이 필수적이거든요. 한데 흥미롭게도 부갑상선 호르몬은 골에서 칼슘을 빼내라는 명령을 파골세포가 아닌 조골세포와 골세포에게 전달합니다.
3. 그러니까 건축물을 해체하면 나오는 어떤 재료(칼슘)가 필요한데 정작 철거업자에게는 바로 연락을 못하고, 꼭 건축업자나 중개인을 중간에 껴야 하는 겁니다. 부숴서 캐내어 주는 사람에게 직접 말을 못 한다니 상당히 비효율적인 시스템 같아 보입니다만, 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파골세포엔 PTH1R가 없음)
4. 바로 어제까지 다룬 골세포(osteocyte)가 '어디를 부수면 좋을지'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칼슘이 중요하다 해도 멀쩡한, 갓 지은 집을 부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왕 수리하려고 했던 부위에서 칼슘을 얻어낸다면 일거양득입니다. 그러고 보니 또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5. 이 시스템 덕분에 부갑상선 호르몬은 작용하는 시간에 따라 완전히 반대되는 효과를 냅니다. 먼저, 지속적으로 꾸준히 분비되면, 그러니까 조골세포, 골세포가 파골세포와 커플링이 될 때까지 부갑상선 호르몬이 나오면 골밀도는 감소합니다. (연어처럼요!) RANKL 신호를 받은 파골세포가 골을 파내고 칼슘 농도가 높아집니다. (철거가 시작됨)
6. 반대로 조골세포와 골세포가 파골세포에게 연락을 전하기 전까지만 부갑상선 호르몬이 분비되면, 그러니까 조골세포와 골세포에만 호르몬이 작용하면 놀랍게도 골밀도가 증가합니다. (신기합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부갑상선 호르몬을 전달받은 골세포에서 일어나는 일이 바로 어제 다룬 충격을 감지한 골세포가 조골 작용을 일으키는 과정과 거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7. 부갑상선 호르몬을 전달받은 골세포는 아래와 같은 과정을 거쳐 조골을 활성화합니다. PTH 결합 → SOST 유전자 (반 부쳄병을 일으키던 그 유전자) 억제 → 스클레로스틴 (이베니티가 작동하던 그 단백질) 생산 감소 → Wnt/β-catenin 경로 (운동과 충격으로 활성화되던 그 경로) 재개 → 중간엽줄기세포, MSC를 분화시키는 Runx2, Osterix 생산 → 조골세포 분화, 점프와 같은 충격 운동으로 골밀도를 높일 수 있었던 바로 그 경로와 거의 동일합니다.
8. 이렇게, 철거가 채 시작되기 전에 뼈가 만들어지는 시간을 동화 창(anabolic window)라고 부릅니다. 이 골형성이 골흡수보다 먼저, 더 크게 증가하는 불균형 상태가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골밀도는 높아집니다. 서두에 소개해드린 합성 부갑상선 호르몬, 포스테오는 간헐적 자극으로 유발되는 동화 창을 통해 골밀도의 상승을 만들어 냅니다. (P1NP> CTX)
9. 2001년 NEJM에 발표된, 폐경 후 여성 1,637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시험 결과 포스테오는 대조군에 비해 요추 골밀도를 9%, 대퇴경부 골밀도는 3% 높이는 성과를 보였습니다. 골절 위험도 줄였습니다. 포스테오는 척추골절의 위험도를 60% 이상, 비 척추 골절의 위험도는 50% 이상 감소시켰습니다. 후속 연구인 DIRECT 연구에서도 골절 재발률 56% 감소 효과가 증명되었고 남성 골다공증에서도 효과가 있습니다.
10. 포스테오는 이전까지 파골세포를 막아 골다공증이 더 악화되는 걸 막는 방식의 소극적인 치료에서 골밀도를 역전시키는 데 성공한 최초의 약입니다. 포스테오 투여 후 환자들의 골밀도가 개선되는 것은 사실 짜릿하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회춘에 성공한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포스테오는 진통제가 아닌데도 척추 골절로 통증이 심한 환자에게 효과가 탁월합니다. 가이드라인에서도 고위험군의 1차 선택약으로 포스테오를 제시합니다.
11. 한데 이 포스테오는 평생에 걸쳐 딱 2년만 쓰도록 되어 있습니다. 비단 비싼 가격 때문만은 아닙니다. 골세포와 조골세포만 자극하는 방식으로, 골 시스템을 속이는 방식이 통하는 게 2년 남짓이라서 그렇습니다. 18개월에서 24개월 정도 되면, 결국 부갑상선 효과가 파골세포에게도 전해져 파골과 조골의 활성도가 맞춰지는 시점이 옵니다. (아나볼릭 윈도가 종료되는 것입니다.)
12. 더 큰 문제는 보험 급여가 까다롭다는 것입니다. 가장 골치 아픈 것 중에 하나라면 골다공증성 골절이 이미 2개 이상 발생한 분만 급여가 됩니다. 매일 주사를 직접 맞아야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비록 일주일에 한 번 맞아도 되는 테리본 등이 나왔지만, 대부분 고령의 환자가 자기 몸에 매일 잊지 않고 주사를 직접 놓는다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13. 더불어 포스테오와 이베니티와 같은 동화작용을 통한 치료는 골다공증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사실 이미 유의미한 골밀도의 하락이 시작된 뒤에야, 그것도 1차 약제가 실패한 이후에야 포스테오를 고려해 볼 수 있으므로 처방하는 의사로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듯한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14.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포스테오를 2년 간 맞고 난 다음에는 반드시 비스포스포네이트나 프롤리아로 후속 치료를 받아 쌓아 올린 골밀도를 지키는 치료를 이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Sequential therapy) 기껏 지어놓은 뼈는 약을 중단하면 빠르게 철거됩니다. 또한 DATA-Switch (Denosumab And Teriparatide Administration) 연구 등에 따르면 프롤리아 이후의 포스테오는 일시적인 골밀도 하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모쪼록 약제 순서에 대해 주치의 선생님과 긴밀히 상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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