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어는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다 보니 알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칼슘은 순수하게 자신의 뼈에서 다 뽑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산란을 마친 연어의 뼈는 심한 골다공증 환자와 비슷한 상태가 됩니다.
2. 칼슘을 뽑아내는 데 관여하는 호르몬은 PTHrP(부갑상선호르몬 유사 단백질)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인간의 부갑상선 호르몬과 비슷한 구조의 단백질입니다. 어류에겐 부갑상선이 없지만 아가미에서 PTHrP를 만들어냄으로써 뼈에 작용한다고 합니다. 인간에서 부갑상선 호르몬이 뼈의 PTH 1형 수용체(PTH type 1R)에 결합하듯 아가미의 PTHrP 도 뼈에 있는 동일한 수용체에 결합해 칼슘을 뽑아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산란 중 PTHrP 수치는 매우 높습니다.
3. 인간도 연어처럼 부갑상선 호르몬이 항진되면 골다공증이 생깁니다. 그래서 우리 몸의 뼈는 단순히 우리 몸을 지탱해 주는 조금 더 딱딱하고 튼튼한 물성을 가진 조직이 아닙니다. 뼈는 유사시 우리 몸에서 필요한 칼슘 등의 무기질을 내어놓는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같은 구조적 지지대 역할을 하는 게나 가재 새우의 외골격과 뼈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선명합니다. 우리는 필요한 칼슘을 뼈에서 쉽게 꺼내 쓰지만 갑각류들은 껍질에서 칼슘을 꺼내 쓰기가 어렵습니다.
4. 탈피하는 껍질과 뼈의 가장 큰 차이는 혈관에 있습니다. 발생학적으로 우리 몸에서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뼈와 혈관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뼈가 먼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혈관이 만들어진 다음에 그 주변으로 뼈가 몽글몽글 생겨납니다. 그 결과 뼈와 혈관은 기능적으로는 하나의 연속된 시스템처럼 작동하게 됩니다. 심지어 모든 혈액세포가 만들어지는 것도 뼈 안(골수)입니다.
5. 비약이라 하실 분도 있겠지만 그래서 뼈는 변형된 혈관이라 이해하면 좋습니다.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비슷한 과정이 혈관에서도 일어나기도 합니다. 바로 석회화가 생긴 플라크, 동맥경화입니다. 게다가 평활근 세포가 형질 변환에 성공하여 플라크를 만들 때, 달리 부르는 이름이 바로 Osteoblast-like cell, 조골세포 유사세포입니다. 그러니까 동맥경화는 사실 혈관 속에서 뼈가 생기는 질환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6. 이렇게 뼈와 혈관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이해하면 뼈가 우리 몸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뼈는 실시간으로 혈액과 칼슘을 주고받는 '거대한 대사 필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비슷한 장기가 있습니다. 바로 간입니다. 간에서 새로운 중성지방과 새로운 알부민을 만들어 혈관으로 내보내 주듯 뼈는 새로운 적혈구와 새로운 혈소판 등과 보관하고 있던 칼슘과 인을 내어줍니다.
7. 간에서 영양분을 얼마나 대사 할지를 정해주는 호르몬이 췌장에서 나오는 인슐린인 것처럼, 골의 영양학적 대사를 관장하는 호르몬이 바로 위에서 나온 부갑상선 호르몬입니다. 부갑상선 호르몬의 의미는 세포가 필요로 하는 칼슘을 혈액으로 안전하게 배송하는 것에 있습니다. 세포가 필요한 만큼 칼슘을 원활히 배송하려다 보니 당연히 칼슘 농도도 높입니다.
8. 부갑상선 호르몬이 하는 일을 설명해 드리기 위해서는 만성 신장병 환자의 이차성 부갑상선 항진증을 예로 들면 좋습니다. 부갑상선 호르몬이 관여하는 세포는 조골세포, 골세포 및 신세뇨관 세포입니다. 부갑상선 호르몬이 신장 세뇨관에 전달되면 신장에서는 인을 버립니다. 인을 버리는 이유는 칼슘을 혈액으로 무사히 배송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인과 칼슘이 결합하면 결정화가 되어버려 뼈에서는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가 되고 혈관에서는 플라크가 됩니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소금처럼 결정화된 형태가 아니라 신호를 주고받는데 쓰는 Ca²⁺의 형태이므로 인산을 버려줘야 좋습니다. 참고로 비스포스포네이트는 이런 결정화구조를 방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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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한데 신장병이 생기면 일차적으로 소변으로 인을 버리는 데 문제가 생깁니다. 인이 많아지면 혈액 중에 칼슘과 결합합니다. 신장이 나빠지면 동맥경화가 잘 생기는 또 다른 원인입니다. 칼슘이 인과 합쳐져 돌이 되면 자유 칼슘 (결합하지 않은) 농도가 떨어지니 부갑상선은 호르몬을 더 많이 방출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부갑상선이 관리하고 세포가 필요한 것은 순수한 칼슘 이온이니까요. 돌이 된 채 다니는 칼슘은 오직 골에서나 환영받을 수 있습니다.
10. 결국 만성 신장병증 환자는 산란을 위해 강을 거슬러 올라가던 연어처럼 부갑상선이 항진된 상태가 됩니다. 투석을 하는 분들이 골다공증에 신경을 쓰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신장병증 환자에게서 인을 떨어뜨리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음식물의 인과 잘 결합하는 렌벨라 등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아 더부룩하고 변비가 올 수 있지만 꼭 챙겨드셔야 합니다.
11. 갑상선 수술을 받으면서 부갑상선이 함께 제거되거나 손상되는 경우도 살펴보겠습니다. 뼈에서 칼슘을 내어오지 못하니 뼈는 (일단은) 단단해집니다. 한데 뼈에서 칼슘을 꺼내오지 못하고, 신장에서 인산도 버리지 못하니 이중으로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집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떨어지면 세포에 칼슘 공급이 끊기게 됩니다. 칼슘이 부족해진 신경과 근육이 가장 먼저 반응합니다. 손발이 저리고 근육이 경련을 일으킵니다. 심하면 후두 근육에 경련이 생겨 숨을 쉬기 어려워지고, 심장 근육의 수축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갑상선 전절제를 하고 나면 슘과 비타민 D을 챙겨 먹어야 하는 게 단순히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한 목적만이 아닙니다.
12. 여기까지 따라오신 분이라면 '아, 부갑상선 호르몬은 골다공증을 만드는구나'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반전이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부갑상선 호르몬은 잠깐 나왔을 때와 지속적으로 나왔을 때 골에 끼치는 영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부갑상선 호르몬이 자극되면 골 소실이 가속화되어 골다공증이 발생하지만 (연어처럼) 간헐적으로 부갑상선이 골에 전달될 때는 골밀도가 증가합니다. (반 부쳄병처럼)
13.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는 데에는 그 과정이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부갑상선 호르몬 수용체를 가진 세포가 파골세포가 아니라 조골세포와 골세포라는 점에서 현상을 이해하면 됩니다. 아래의 그림에도 볼 수 있듯 보통은 철거부터 하고 재건축을 하는 게 순리인데 유달리 부갑상선 호르몬은 건축업자에게 먼저 연락합니다. 이 지점이 바로 부갑상선 호르몬제로 골다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이유가 됩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