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공증 (10) 칼슘 영양제 (2)

by 예재호

1. 낫토에 많이 들어 있는 이 비타민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natto.png


2. 우리가 칼슘을 섭취하면 과연 몇 % 나 뼈로 갈까요? 만약 뼈로 가지 못한 칼슘이 있다면 그 칼슘은 어디에 남아있게 될까요? 혹시,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칼슘은 길을 잃어 혈관에 쌓인 것일까요? 그렇다면 설마 칼슘 영양제가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도 있는 건가요?


3. 골다공증 가이드라인에서는 되도록이면 식사를 통해 칼슘을 섭취하기를 권유합니다. 칼슘 보충제는 음식으로 먹는 칼슘과 달리 혈액 내 칼슘 수치를 급격히 올리기 때문입니다. 급격히 오른 칼슘은 흡수한 칼슘이 모두 뼈로 향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르지 못한 칼슘이 원치 않는 곳에서 석회화를 만들면 문제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심장의 관상동맥과 같은 곳에 칼슘이 머무르면 무서운 심근경색과 같은 병으로 이어집니다.


CAC_score.png

4. 실제로 과량의 칼슘 보충제는 심근경색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Bolland 등의 연구(BMJ 2010)에서는 칼슘 보충제를 하루 500 mg 이상 쓴 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심근경색 위험이 약 20–30% 증가된다고 보고했습니다. 후속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이어졌습니다. 다행히 음식을 통해 칼슘을 많이 섭취한 경우는 석회화가 진행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역의 관계가 나타나기도 함) 과량의 영양제는 동맥경화의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비타민 D를 함께 복용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었습니다.


bOLLAND.png


5. 안타깝게도 동맥경화 위험은 칼슘 영양제 제형과는 무관하여 탄산칼슘이든 구연산칼슘이든 칼슘 보충제라면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영양제를 먹더라도 하루에 1,000에서 1,200 mg은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꼭 한 번에 500mg 미만으로 나눠 먹어야 합니다. 몸에 좋을 거라고 되도록 많이 먹거나, 번거롭다고 하루에 세 번 나눠 먹을 용법을 한 번에 다 버리면 (간수치가 오르듯) 동맥경화 수치(CAC 점수)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ye-jae-o/202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VLFROkAU9Y?xmt=AQF0jFG74aWTs0t85pW2kjPtalHJfJOXh7nHvCE8ZiEp1A


6. 이렇게 많이 먹을수록 되려 문제가 생기는 '칼슘의 역설'엔 이유가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 몸은 높아진 칼슘 농도를 내릴 필요를 못 느끼며 살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인류가 생존하는 데 있어 높은 칼슘보다는 낮은 칼슘이 훨씬 위험했습니다. 어제 다룬 것처럼 기본적으로 심장이 뛰는 방아쇠가 바로 칼슘으로 시작되니까요.


7. 물론 칼슘 농도를 내리는 호르몬, 칼시토닌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그 효과가 미약합니다. 칼시토닌이 많이 나오는 갑상선 환자도 저칼슘혈증은 잘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게 그 반증입니다. 심지어 갑상선 수술로 칼시토닌이 나오지 않게 되더라도 별 이상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워낙에 우리 몸이 칼시토닌 신호에 둔감해지기 쉽게 되어 있어서입니다. (높은 혈당보다는 낮은 혈당이 훨씬 위험한 탓에, 혈당을 내리는 수단이 인슐린 밖에 없는 것과 비슷합니다.)


8. 더불어 골다공증, 동맥경화와 같은 병이 중요하게 다뤄진 시점이 최근이라는 점도 말씀드려야 합니다. 인류는 혈관이 낡기 전, 골에서 칼슘을 다 내어 쓰기 전에 사망해 왔습니다. 약간 삼천포로 빠지는 것 같지만 인을 낮추는 호르몬 FGF23이 최근 들어 심혈관질환의 위험인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몸은 '그나마 혈관에서 돌덩이라도 덜 만들도록' 혈중 인을 낮추기 위해 FGF23 분비를 크게 늘리고 있거든요. 한데 이 FGF23도 문제가 많습니다. NO를 줄여 내피세포 환경을 망가뜨리고 심장에 직접 나쁘게 작용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FGF23.png




9. 그래서 과학자들은 우리가 먹은 칼슘이 다른 곳으로 빠지지 않고 곧장 뼈를 향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골을 찾아 올바른 위치에 저장된다면 동맥경화도 막을뿐더러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될 테니까 말이죠. 이런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영양소 중에 하나가 바로 비타민 K2입니다.

MGP_paper.png


10. 이미 비타민 K2는 제법 유명해져서 아시는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일단 기전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비타민 K2는 혈관 벽에 칼슘이 침착되는 것은 막고, 반대로 골조직에 칼슘이 머물도록 유도합니다. 그러니까 기전대로만 된다면 비타민 K2는 골다공증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동맥경화를 예방하거나 치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무리 혈관 내피세포가 상처를 입고 그 사이에 산화 LDL이 끼여 중막의 평활근 세포가 건너와 콜라겐을 만들더라도 칼슘이 부족하면 경화반, 플라크는 만들어지지 않을 테니까요.


11. 우리 몸에는 뼈가 아닌 곳에 석회화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단백질이 마련되어 있는데 그 이름이 MGP, Matrix Gla Protein입니다. 비타민 K2는 연골세포와 평활근 세포에서 만드는 이 단백질이 활성화되는데 꼭 필요한 인자입니다. 그래서 MGP의 비활성화 형태 dp-ucMGP 수치는 체내 비타민K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쓰이며, 동맥 경화, 고혈압, 심부전 및 사망 위험이 높아지는 것과 관련된다고 알려졌습니다.


MGP.png


12. 실제로 비타민 K2 (메나퀴논)가 허혈성 심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한 연구도 있습니다. (관찰 연구이긴 하지만) 네덜란드에서 4,800명 이상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추적 조사한 '로테르담 연구(Rotterdam Study)' 결과에 따르면 비타민 K2 섭취량이 높은 그룹은 낮은 그룹에 비해 대동맥 석회화가 일어날 확률이 적었고 사망률도 줄어들었습니다. (식이 메나퀴논 섭취량의 중간 및 상위 삼분위수에서 관상동맥질환(CHD) 사망 위험비(RR) 0.73 대 0.43, 대동맥 석회화 0.71대 0.48(0.32, 0.71)

rotterdan study.png

13. 비타민 K2가 하는 일은 동맥경화를 줄이는 데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다름 아닌 인과 칼슘을 결합해 딱딱한 돌로 만들어 주는 끈끈이 오스테오칼신을 만드는 데도 관여합니다. 만약 오스테오칼신이 없다면 조골세포가 콜라겐을 만들어내더라도 뼈대에 인-칼슘 덩어리가 붙지 못하게 될 것이므로 골다공증이 심화됩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고용량 합성 비타민 K2를 골다공증 치료제로 승인했습니다. (글라케이, Menatetrenone) 국내에서도 글라케이가 수입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GLAKAY_Kr_2.png

14. 이런 비타민 K2는 현대사회에서 부족해지기 쉽습니다. 왜냐면 비타민 K2가 전근대적인 생활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료를 먹여 키운 소의 유제품에는 비타민 K2가 거의 없는데 그 이유가 방목한 소의 장에 사는 유산균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지질 비타민이므로 간, 뇌, 심장 등의 내장 등에 축적되는데 현대인은 이런 고기를 그리 많이 먹지 않습니다. 더불어 예전에는 사람의 장에도 K1을 K2로 바꾸는 미생물이 있었는데 항생제나 가공식품을 먹다 보니 K2로 바꾸는 미생물도 사라졌습니다.


15. 비타민 K2가 많이 들어 있는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낫토입니다. 합성 비타민 K2를 만드는 데 쓰이는 균주의 이름도 바실러스 서브틸리스 나토(Bacillus subtilis natto) 일 정도입니다. 한국 음식에는 청국장에 많이 있습니다. 아 참, 지혈작용을 하던 프로트롬빈의 재료가 되는 비타민 K1이 동물의 몸에서 전환되면 K2가 됩니다. 와파린은 비타민 K1을 재활용하는 과정을 방해하던 약이었고, 청국장을 먹으면 애써 버리던 K가 늘어나니 와파린의 효과가 떨어졌습니다.


https://www.threads.com/@care.about_your.health/post/DSuIFyoAXnn?xmt=AQF0110YNwKlgHaB0_jdNc_Tn3aLujntV8WDffWmkdKvLA


16.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그래서 와파린을 오래 쓴 분들은 골다공증과 혈관 석회화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비타민K를 건드리지 않고 혈액 응고인자에만 작용하는 릭시아나, 엘리퀴스, 자렐토 등이 대세가 된 이유는 PT monitorin의 불필요함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17. 하지만 아직 비타민 K2는 매력적인 기전에도 불구하고 치료적 성능을 완전히 인정받지는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골다공증 치료제로 수입된 글라케이도 2015년 자진퇴출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미국(FDA) 상황도 썩 다르지 않습니다. 승인 과정이 진행되지 않았고 건강보조식품으로 유통되고 있습니다. 골다공증을 치료하는 실제 효과를 명확하게 증명하지 못한 것이 그 이유인 것으로 보입니다.


GLAKAY_Kr.png


18. 더불어 앞서 정리했듯 관상동맥의 CAC 점수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더 위험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도 짚어야 합니다. 차라리 안정화되지 않은, 즉 칼슘이 부족한 껍데기가 더 위험한 합병증을 많이 일으킨다는 운동선수의 역설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 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비타민 K2의 소개가 아니라, '칼슘제는 음식으로', '불가피하게 보충제를 먹더라도 소량씩 자주' 섭취하면 좋다는 점을 한번 더 강조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골다공증 (10) 칼슘 영양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