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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의 비밀, 푸아죄유 법칙

by 예재호

아주 작고 얇은 코딱지만 떼어내었을 뿐인데도 훨씬 숨쉬기 편해졌던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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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놀라운(!) 코딱지 효과는 유체가 관을 통해 흐를 때의 저항이 관의 반지름의 (무려!) 네제곱만큼 반비례한다는 푸아죄유의 법칙(Poiseuille's Law) 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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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신생아는 콧구멍이 좁아, 코딱지 하나로 산소포화도가 오르락 내리락 하기도 할 정도니 겨우 코딱지따위라며 무시하면 안되겠습니다.


코딱지 이야기를 통해 천식 환자가 겪는 어려움과 천식 관리가 왜 중요한지에 대해 써보겠습니다.




천식은 기관지에 염증이 생겨서 내경이 좁아지고, 그 결과 숨이 차고, 기침을 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쌕쌕하는 숨소리가 나는 질병입니다. 앞서 말한 코딱지가 기관지 안에 붙어 있는 상태라고 상상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신 남자분들은 이미 다들 한 번쯤 천식상태를 경험해봤습니다. 바로 '화생방 훈련 때의 상황'이 천식 발작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것들이 폐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자 통로인 기관지의 근육을 수축시켜 좁아지게 만들고 기침이나 가래 등으로 밖으로 내보내려는 시도를 합니다.


닭목뼈.jpg 목뼈에 살이 붙은 이유가 그것입니다.


즉, 사실 천식상태는 정상적인 우리 몸의 방어체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화생방훈련에서 눈물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하고 캑캑 거리는 것도 그런 방어체계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천식환자는 이러한 면역 반응이 과도하게 항진되어 있는게 문제입니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숨쉬고 넘어가는 것들에도 몸이 반응합니다. 환자는 예고 없이 화생방 훈련을 받는 것과 비슷한 상태가 불쑥 생기고 오래 지속되는 고통을 겪습니다. 이른바 알레르기, 과도한 면역반응입니다.




천식의 진단은 환자의 증상, 병력 청취, 그리고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1초 강제 호기량(FEV1)입니다. FEV1은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후 1초 동안 내쉴 수 있는 공기의 양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푸아죄유의 법칙에서 알 수 있듯 천식으로 기관지 내경이 좁아진 탓에 천식환자들은 1초에 내뱉을 수 있는 양이 정상인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천식 치료의 핵심은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가장 효과적인 항염증 약물은 스테로이드입니다. 스테로이드는 강력한 면역 억제 및 항염증 작용을 통해 기관지 염증을 줄이고 기도 과민성을 완화하여 천식 증상을 조절합니다. 먹는 스테로이드(경구 스테로이드)는 전신으로 흡수되어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흡입 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s, ICS)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1489989363645.jpg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17185


흡입 스테로이드는 기관지에만 작용하므로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도 기관지 염증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꼭 강조드리고 싶은 것은 고혈압과 당뇨병약처럼, 흡입 스테로이드 또한 호흡기 증상이 좋아지더라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또다른 천식 발작으로 몸이 손상받는 것을 예방할 수 있으므로 꾸준히 쓰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아졌다고 그만두는 약이 절대 아닙니다.




슬프게도 우리나라는 알레르기성 질환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 의 유병률은 유럽 등 서양 국가에 비해 낮은데 비해 사망률은 훨씬 높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잘 관리되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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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비염이나 천식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낮다 보니, 장기간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만성 질환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시지도 못하십니다. 제가 "사망률이 높다니까요!" 라고 하면 아니 비염이나 천식이 무슨 사망으로 이어지냐면서 비웃으시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자동차의 흡기 필터의 교환주기를 놓치면 출력이 떨어지고, 연비가 나빠지듯, 조절되지 않는 천식환자는 심장병과 당뇨병 등 전신 질환에 이환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높은 사망률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천식이 비만이나 흡연 만큼이나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흡입기 마다 사용법이 다르므로 올바른 흡입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합니다. 저는 진료실에서 권혁수 교수님의 유투브 영상을 꼭 보여드리려고 노력합니다.


https://youtu.be/a810wpL3rAM?si=TCpJhoBcyPS-v9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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