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같은 땅에서 자라서,
누구는 황토색 구황작물이 되고,
누구는 빨간색 초록색을 띄는 과일이 될까?
1. 뜨거운 감자
날씨가 더워서 혹은 덥혀져서 뜨거운 게 아니다.
왜 뜨겁냐라고 물으면 중요 문제가 해결이 안 돼서 뜨겁다.
해결해야 하는데 안되고, 화제가 계속 거론되니 뜨겁다.
hotpotato 역시 '난감한 문제(상황)'을 말한다.
외국도 한국도 중요한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모습을 보면, 열불이 나고 텁텁하다고 느껴지고 그게 감자 같나 보다.
이런 감자는 외유내강이다. 뜨거운 감자는 곧장 겉이 빠르게 식는데, 식었다 생각하고 크게 한 입 베어 물고 보면 속은 엄청나게 뜨겁다. 앗뜨! 바로 삼키지도 못하고, 주변에 사람들이 있으면 바로 뱉지도 못한다. 그것이 뜨거운 감자.
장점도 단점도 가진 사람ᆞ공간ᆞ일들을 모두 열정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 서로들 관심을 쏟게 되고 서서히 익은 감자들이 되어간다. 언제 뜨거워진지도 모르게 말이다.
2. 심심한 사과
사과 속에 들어있는 꿀은 사과가 병에 걸렸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글을 보았다. 꿀이 박힌 사과라고 더 비싸게 돈을 주고 사 먹고 있었다. 꿀사과라 불리는 '밀병현상 때문에 저장해 둔 사과'는 되려 빨리 팔아야 한다고 한다. 사과는 외강내유다. 겉은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햇빛을 오래 쬐거나 일교차가 큰 지역에선 밀병이 들기 쉬웠다. 그간 먹은 사과는 플라시보 효과로 더 다디달게 느껴졌는데, 알고서 먹더라도 농부의 사랑을 먹은 사과인 건 분명했다.
그럼 달지 않은 사과는 심심한 사과일까? 아니다.
우리는 당도가 낮은 사과를 먹었을 때 '사과가 왜 이렇게 밍밍해?'라는 표현을 쓴다. 심심하다는 재미없고 지루한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재미없는 사과일까? 아니다.
심심한 사과를 들여다보았다. 한자로 이뤄졌다.
甚深+謝過 = 심할 심+깊을 심+용서빌 사+지나칠 과 심각하게 깊은 일에 지나치게 용서를 비는 것이다. 주로 안타까운 일을 위로하거나 용서를 구하는 자리에서 많이 쓴다. 주로 정숙해야 하는 자리, 공적으로 말하는 자리에서 예를 갖추며 말할 때 쓴다. 진심으로 사과할 때에는 "진짜 정말 미안합니다"를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로 써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어휘를 알아야 일상소통하는 데에 문제가 없다. 말하는 사람도 정확한 단어를 쓰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정확하게 이해해야 소통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소통 중에 진심을 느끼는 것은 어휘력뿐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잘못 이해하고 발끈할 일은 없다. 여지껏 그래왔던 것에 대한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같은 땅에서 자라도 땅 속에서 자란 감자는 외유내강이고,
땅 위에서 자란 사과는 외강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른 모습과 서로 다른 성향으로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